미국 F414 엔진 넘어라..."항공 엔진 국산화 14년 대장정 시작"

대한금속 재료학회 춘계 학술대회 사진

정부가 국산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본격 착수하면서 재료·금속 분야 연구자들도 떠오르는 첨단 항공 엔진 분야로 대거 유입될 전망입니다.

지난 4월 23~25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춘계학술대회를 열고 있는 대한금속·재료학회에서는 정부의 국산 첨단 항공 엔진 개발이 가장 핵심적인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대한금속·재료학회는 재료 관련 1만5000여명의 산학연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국내 최대 학회입니다.

이 학회는 1946년 창립이래 대한민국 금속재료관련 학문발전을 선도해왔습니다.

24일 열린 '첨단 항공 엔진 소재˙부품 기술개발 심포지엄'에는 방위사업청, 국립창원대, 한국생산기술연구원부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스코, 에이치브이엠 연구자들이 첨단 항공 엔진 국내외 개발 현황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이날 심포지엄은 100명의 좌석을 꽉 채우고도 수십명의 사람들이 서서 심포지엄을 들을 정도로 참여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초고온·고압 환경, 항공 엔진에서 금속재료의 결정적 역할


항공 엔진 개발에서 금속재료 분야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항공기 엔진이 작동하는 극한의 환경 때문입니다.

항공 엔진은 1,500°C가 넘는 초고온과 고압 환경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동시에 경량화와 내구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합니다.

일반 금속 소재로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특수 니켈 합금, 티타늄 합금, 단결정 터빈 블레이드 같은 첨단 소재 기술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엔진의 핵심 부품인 터빈 블레이드는 초내열 특수 합금과 정밀 주조 기술이 결합된 최첨단 금속재료 기술의 집약체로, 이 분야의 기술력이 곧 항공 엔진의 성능과 신뢰성을 좌우합니다.

블레이드로 이루어진 가스터빈 엔진

해외 선진국들은 이러한 핵심 소재 기술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국산 항공 엔진 개발을 위해서는 금속재료 분야의 독자적 기술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MTCR 제약과 무인기 시대, 엔진 국산화의 중요성 부각


심포지엄에 대해 관심이 높은 이유는 정부가 국산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5-1차 첨단기술사업관리위원회를 열고 차세대 항공 무기체계에 필요한 엔진의 목표 성능과 사업 방식, 일정 등이 담긴 '첨단 항공 엔진 개발 기본계획안'을 심의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보인 KF21 전투기 엔진 모형

3조 3500억원을 투입해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들어가는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의 엔진보다 높은 성능의 첨단 항공 엔진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입니다.

방사청은 14년 후 첨단 엔진을 KF-21와 무인 전투기에 탑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에서만 수조원에 달하는 시장이 열리는 것입니다.

대한금속·재료학회 학술부회장인 석현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생체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인기가 활약하면서 무인기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무인기는 '미사일'로 분류돼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무인기에 들어가는 항공 엔진을 수입할 수 없어서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가 매우 필요해졌다"고 말했습니다.

1987년 4월 미국의 주도로 G-7이 만든 MTCR은 500kg 이상의 탑재중량을 300km 이상 거리로 운반할 수 있는 로켓 및 무인비행체와 관련 장비·기술의 확산을 통제하고 있어, 정부가 국산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62.5% 수준에 불과한 엔진 기술력, 도약 필요


심포지엄에서 심현석 방위사업청 서기관은 "고정익 비행기, 회전익 비행기, 무인기 등 다양한 종류의 항공기가 국내에서 개발됐지만 국산 엔진을 쓰는 항공기가 없고 기술 수준 평가에서도 항공 엔진 기술 수준이 최선진국인 미국의 62.5%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한국이 첨단 항공 엔진을 습득해야 차세대 전투기, 무인기 위주로 재편될 주변 국가의 공군력 증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F414 엔진

본격 생산에 들어간 KF-21 전투기는 대부분 우리 기술로 만들었지만 핵심 부품인 F414엔진은 미국산입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KF-21를 수출하려면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제약이 따릅니다.

심 서기관은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 사업은 방위사업청, 우주항공청, 산업부 등이 협력하는 범부처협력사업으로 엔진만 개발되면 내수만으로 투입비의 본전을 뽑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습니다.

방사청은 올해 3분기에 엔진에 들어가는 일부 소재를 연구하는 대규모 기획과제를 추진할 예정이고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 본사업에 대한 예타가 가을에 추진됩니다.

심 서기관은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 사업이 잘 진행되려면 엔진 관련 소재와 부품을 정부에서 인증하는 체계가 구축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사업을 이끄는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다 해야합니다.

산업계도 적극 참여, 인재 확보 경쟁 본격화


정부의 계획에 발맞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두산에너빌리티 등 엔진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첨단 항공 엔진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선보인 KF21 전투기 엔진 모형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금속·재료학회의 첨단 항공 엔진 소재˙부품 기술개발 심포지엄에서 개발 계획을 발표함으로써 학회에서 주요 인력을 흡수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최주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전무는 "K 방산 시장이 커지며 첨단 항공 엔진과 관련 소재·부품 연구 개발 위주로 금속·재료 분야 연구 생태계가 재편되고 있다"며

"첨단 항공 엔진에 대한 연구자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학회에 참여하며 훌륭한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새로운 연구를 배우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첨단 항공 엔진 개발은 단순한 국방 분야의 과제를 넘어 우리나라 제조업 전반의 기술력 도약을 이끌 국가적 프로젝트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특히 금속재료 분야의 혁신은 항공 엔진뿐만 아니라 반도체, 우주, 수소 등 다양한 첨단 산업으로 파급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14년이라는 긴 개발 기간과 대규모 투자, 그리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입니다.

정부의 일관된 지원과 산학연의 협력, 그리고 핵심 인재 양성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은 세계 항공 엔진 기술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래 전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첨단 항공 엔진 국산화는 이제 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