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멕시코와 캐나다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와 부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너럴 모터스(GM)와 포드를 비롯한 주요 완성차 제조사와 부품 공급업체들의 신용등급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망 내 변동성이 커지면서 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 장기적인 투자 전략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도입 시나리오가 자동차 업계에 미치는 영향
S&P 글로벌의 분석에 따르면, 25%의 수입 관세가 시행될 경우 GM과 포드는 수십억 달러(약 1조3000억~2조원) 규모의 추가 비용 부담을 안게 된다. 두 제조사는 멕시코에서 상당량의 차량과 부품을 조달하고 있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GM은 실버라도, 시에라, 이쿼녹스, 터레인, 블레이저 등 8개 모델을 멕시코에서 조립해 미국 시장에 공급하고 있으며, 포드 역시 브롱코, 매버릭, 머스탱 마하-E 등 3개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특히 GM의 경우, 멕시코 조립 차량의 미국 내 판매 비중이 높아 수익성 하락 가능성이 크다. 반면 포드는 주요 엔진과 변속기 부품을 미국에서 자체 조달하는 구조 덕분에 상대적으로 비용 상승 압박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북미 지역에서 완성차를 조립하는 생산 시설이 미국 내에만 위치하고 있어 이번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전망이다.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제조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원가 절감 정책을 강화하거나 가격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소비자 가격이 상승하면 판매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약 4만9740달러(약 6650만원, 2024년 기준)며, 여기에 추가 관세 부담이 더해지면 신차 구매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부품 공급업체, 비용 부담 전가 가능할까?
완성차 제조사뿐만 아니라 Tier 1 부품 공급업체들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전기 배선, 시트, 차축, 금속 부품 등의 상당수가 미국으로 수출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앱티브는 2024년 북미 시장 매출의 64%에 해당하는 46억 달러(약 6조1000억원) 상당의 부품을 멕시코에서 조달했으며, 리어(Lear) 역시 29억 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의 부품을 미국으로 들여왔다. 특히 리어와 마그나 같은 기업은 멕시코 생산 비중이 높아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크다. 반면, 보그워너와 하만 등은 생산 기지를 다변화한 덕분에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부품업체들은 단기적으로 관세 부담을 완성차 제조사에 전가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력 악화와 공급망 불안이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특히,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중소 규모의 Tier 2, Tier 3 업체들은 파산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
S&P 글로벌은 이번 관세 조치가 시행될 경우 자동차 업계의 신용등급 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고위험군 : 리어, 마그나, 애디언트, 테네코 등은 높은 부채 비율과 멕시코 생산 비중으로 인해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높음.
▶ 중위험군 : 앱티브, 네막, 메탈사 등은 관세 영향을 받겠지만,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충분하여 단기 대응 가능.
▶ 저위험군 : 보그워너, 하만, 테슬라 등은 미국 내 생산 비율이 높아 영향이 제한적.
특히, 포드와 GM은 관세가 장기화될 경우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마진이 8%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포드는 현재 'BBB-' 등급으로 신용등급이 부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고, GM은 'BBB'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추가적인 비용 부담이 가중되면 등급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충격과 대응 전략
이번 관세 정책이 장기화될 경우 자동차 업계가 직면할 위험은 단순한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1. 공급망 차질 : 부품 조달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내 생산 공장의 가동률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음.
2. 생산 변동성 증가 : 멕시코에서 조립된 차량을 대체하기 위한 미국 내 생산 확대가 쉽지 않아, 공급망 재편이 요구됨.
3. 자본 투자 부담 증가 :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려면 자동화 설비 투자와 신규 공장 건설이 필수적이지만, 단기적으로 이를 추진하기엔 비용 부담이 큼.
완성차 제조사들은 단기적으로 원가 절감, 수입선 다변화, 소비자 가격 전가 등의 대응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GM과 포드는 멕시코 및 캐나다에서 들여오는 부품의 비율을 조정하고, 미국 내 조달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노동비용이 멕시코 대비 5~10배 높은 점을 감안하면, 제조사들이 생산시설을 단기간에 이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관세 정책의 향방이 자동차 업계의 미래를 결정할 것
현재까지 미국 정부의 관세 정책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관세 조치는 단순히 완성차 제조사의 비용 증가에 그치지 않고 부품 공급망, 생산 전략, 소비자 가격, 신차 수요, 투자 계획 등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자동차 업계의 대응 전략과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이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가 예고된 만큼,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업체들은 새로운 시장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