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TL이 보여준 전고체 '이전'의 해답들. LFP 고속 충전, 나트륨이온, 듀얼 코어… 전고체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글 이승용

2025년 4월, CATL은 'Tech Day 2025'를 통해 지금 가장 현실적인 배터리 기술을 내놓았다.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발표는 없었다. 대신 CATL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전고체를 향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 한마디로, CATL은 기술의 방향성과 상용화 가능성을 분리해 설명했다. 기술이 아무리 매력적이어도, 현실에 닿지 않으면 의미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CATL은 그 이상 대신, 지금 가능한 기술들을 꺼내 들었다.

션싱 2세대 – LFP 배터리의 한계를 다시 쓰다

가장 먼저 공개된 건 LFP 기반의 '션싱 2세대' 배터리였다.
CATL은 이 배터리로 충전 속도의 한계를 뒤집었다. 5분 충전에 최대 520km, 완충 시 800km 주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영하 10도에서도 830kW 충전 출력이 유지된다는 점이 인상 깊다.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LFP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저가형, 느린 충전 속도의 대명사였다. CATL은 이번 기술로 LFP의 '약점'을 뒤집고, '주력' 배터리로의 가능성을 열었다. 게다가 2025년 내 67개 차종에 이 기술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하니, 이미 시장 진입은 예정된 수순이다.

NaXtra – 리튬을 넘는 나트륨의 등장

두 번째 기술은 '나트륨이온 배터리'였다.
CATL은 'NaXtra'라는 별도 브랜드까지 만들며, 이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에너지 밀도 175Wh/kg, 5C 급속충전 지원, -40도 극저온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게다가 폭발 테스트에서도 발화나 폭발 없이 견디는 안전성까지 갖췄다.
이 배터리는 2025년 6월 상용차에 먼저 적용되고, 12월부터는 승용차에도 본격 적용된다. 리튬 대비 자원이 풍부하고 가격이 낮은 나트륨을 사용한 이 기술은 공급망 다변화와 가격 경쟁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축이다.

Freevoy – 배터리 안의 배터리

세 번째 발표는 구조적인 혁신이다.
'Freevoy 듀얼 파워 배터리'는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셀을 하나의 팩에 통합한 구조다. LFP+NMC 조합의 경우 최대 180kWh의 용량으로 1,5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12C 급속 충전도 실현할 수 있다.
이중 전압, 이중 전류, 이중 열관리, 자가 형성 음극 기술까지 단일 배터리 셀이 가진 한계를 넘기 위해, CATL은 아예 '이중화'를 선택했다. 이는 전고체 배터리가 아직 오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유연하고 강력한 기술적 대응이다.

전고체는 여전히 멀다

CATL은 전고체 기술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 기술이 상용화될 수 없다는 점도 숨기지 않는다. 기술 성숙도는 아직 TRL 4단계. 문제는 많고, 해결은 더디다.
그래서 CATL은 전고체를 기다리기보다, 준전고체, 고속 충전, 멀티 케미스트리 같은 지금 가능한 기술들로 당면 과제를 풀고 있다. 이는 '지금 차에 넣을 수 있는 기술'이자, '지금 시장에 납품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지금 가능한 기술에 투자한다는 것

CATL은 전고체라는 미래의 종착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지금 당장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기술을 먼저 꺼냈다. 기술보다 중요한 건 '기술의 구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이다.

전고체는 이상향이다. 누구나 가고 싶어 하지만, 아직은 도달하지 못했다. CATL은 그 꿈을 미루지 않되, 현실에서 가능한 기술로 시장을 다시 쓰고 있다.
이들이 보여준 건 단순한 신기술이 아니다. 기술을 실현해가는 전략이다. 지금 우리가 만날 수 있는 배터리. 그것이 바로 이번 발표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