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쓴 강한 2번 타자 이야기.

조회 23,4702025. 2. 21.

지난주 칼럼에서 ‘스마트 베이스볼‘에서 키스 로가 든 근거가 KBO에서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지를 따져봤습니다.
사실 이 내용을 글로 쓴 것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2018년에 스포츠서울에 연재했던 칼럼에서 같은 내용을 소개했지만 그 당시는 큰 호응이 없었어요. 이번 글에 뜨거운 반응을 보면서 놀랐습니다. 어떻게 같은 사안에 대한 반응이 7년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그 7년 동안 야구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겠죠.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신 김에 또 한 번 생각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과연 저 말이 다 맞는 말인가?’
하는 점을 말이죠.

위 글에서 키스 로가 이야기하는 근거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더 강한 타자에게 더 많은 기회의 제공.
2. 경기 총 타석 38-39에서 나타나는 5할 승률 역전 현상.

이 중 1번은 매우 합당한 근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2번의 경우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유는 야구는 9회에 승과 패라는 결과가 나뉘지만 그렇다고 9회만 진행하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표 1> 팀 타석수별 득점 및 경기 성적 <자료제공 스포츠투아이>

야구는 총 27개의 아웃카운트로 이뤄져 있습니다. 따라서 총 타석수 38,39는 경기 전체에서 11회의 출루와 12회의 출루로 기록할 수 있는 타석수로 해석을 하는 것이 옳지 9회 2사가 2번 타순에 걸렸을 경우 만을 놓고 강한 2번 타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경기 전체에서 12회 이상의 출루는 1-9번까지 전체 타순이 1회 출루를 하고 3명의 타자가 2회 이상을 살아나가야 기록할 수 있는 횟수입니다. 즉, 어느 한 타자의 역할보다 전체적인 타순의 강화로 꾸준한 출루에 의한 득점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한 경기 12회 출루가 어느 정도로 베이스에 나가는 것인지 2024 KBO리그의 경기 당 출루를 바탕으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타이 브레이크를 제외한 2024년 720경기에서 전체 타석수는 57265회였습니다. (koreabaseball.org 팀기록 기준) 이 횟수를 720으로 나누면 경기 당 타석수가 나옵니다. 값은 79.5타석입니다. 이를 또 반으로 나누면 한 팀의 경기 당 평균 타석으로 이 값은 39.8타석으로 거의 40타석에 가깝습니다.

출루로 치면 12.8출루로 2024시즌에 위에서 언급했던 12출루는 한 경기 평균값이었습니다.
단순화하면 감독은 승리를 위해 공격에서는 평균 수준 혹은 평균 이상(12.8회)의 출루를 위한 라인업을 짜야하고, 수비에서는 상대 출루를 12회 미만으로 막는 투수진 운영을 해야 합니다.

강한 2번 타자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굳이 억지로 9회 2사의 2번 타자 역할을 생각하지 말고, 1회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야구는 1회부터 시작하는 운동이니까요.

자! 또 새로운 표를 하나 보고 가겠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KBO 공식기록업체 (주)스포츠투아이에서 자료 도움을 주셨습니다.

표 2> 22~24 시즌 1회 선취 득점 시 성적 <자료제공 스포츠투아이>

표 2>는 KBO리그에서 1회 선취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홈이건 원정이건 1회 선취점을 따낸 팀이 거둔 승률은 첫 표에서 보셨던 총타석수에 따른 승률보다 (총 타석수 48타석, 21출루 경기를 제외하면) 훨씬 높습니다. 특히 홈팀의 1회 선취 득점 시 승률은 7할 이상의 어마어마한 승률이고요.

1회 선취점은 무려 65%의 승률을 만들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1회에 무려 65%의 승리 확률을 가져오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을 하시나요?
특히 출루율 높은 1번 타자가 출루에 성공했을 때 말이죠.

표 두 장 더 등장합니다. 하나는 기록으로 야구를 보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알고 계실 '기대득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기대득점 확률’입니다.
기대득점 확률은 아웃카운트와 주자배치 상황에서 어떤 비율로 실제 득점이 됐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수치는 KBO기록을 확인하기가 힘들어서 키스 로가 스마트 베이스볼에서 희생번트의 불필요함을 이야기하며 예를 들었던 2015년의 메이저리그 기록을 가져왔습니다.

표 3> 2015 MLB 기대득점. 무사 상황에서 번트가 가능한 주자배치 상황과 희생번트 성공 이후 1사의 주자배치를 같은 색으로 표시했습니다.

그간 기대득점표만 놓고 무사1루 > 1사2루이기 때문에 번트는 무의미하다는 논리가 우세했지만 이는 딱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기대득점이 낮더라도 기대득점 확률이 높다면 1회 무사 1루에서 2번 타자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하는 것은 시도할 가치가 있는 작전이 됩니다.
그러나 아래의 표 4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득점 확률도 무사1루 > 1사2루입니다.

(키스 로는 득점확률을 높이는 번트는 무사 1,2루 상황(성공 시 1.7%포인트 UP) 정도라고 희생번트의 효용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표 4> 2015 MLB 기대득점 확률. 스마트 베이스볼에서는 번트의 효용을 살피기 위해서만 이 표를 살펴봤는데 저는 그와 함께 저는 여기에 강한 2번을 연결시키고 싶습니다.

강한 2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복잡하게 경기의 마지막으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경기의 처음에서 그 의미를 찾고 싶습니다.

1회 선취점은 KBO리그에서 승리로 가는 매우 강력한 지름길이고, 희생번트는 강공보다 기대득점과 기대득점 확률을 모두 낮추는 공격 방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2번이 출루율이 좋은 1번 다음에 바로 붙어서 선취점을 만드는 공격작업을 펼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타고투저의 시대에 1회에 한 점을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난해 야구를 볼 때 정말 자주 접했던 주장이었습니다. 그런데 결과를 보세요. 타고투저의 득점 홍수의 시대에서 큰 의미가 없어 보이던 그 선취득점이 무려 65% 이상의 승률을 가지고 오는 득점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1회 선취득점을 위해서 '작전'보다 장타력이 있는 강한 2번을 배치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기록을 통해 살펴본 '강한 2번'의 결론입니다.

사실 지난 3년간 KBO에서 선취득점의 승리 확률을 확인하고는 적잖이 놀랐습니다. 1회 선취점의 가치를 알게 된 이상 앞으로 중계방송을 할 때도 이 부분을 많이 강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역시 야구는 1회부터 시작하는 스포츠이고, 그 1회는 정말 중요한 이닝이었던 겁니다. 거기서 2번 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요.

한화 이글스가 훈련하고 있는 오키나와 고친다 야구장 <사진 : 필자>

저는 지금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 와있습니다. 감독들과 만나면 이번 캠프에서는 2번 타자에 집중적으로 이야기를 나눠볼 예정입니다.
곧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SBS스포츠 정우영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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