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통형 배터리 경쟁] LG엔솔·삼성SDI·SK온, 누가 먼저 승기 잡을까

조회 1,5692025. 3. 4.
/그래픽=박진화 기자

국내 배터리 3사가 원통형 배터리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리비안 등과의 대형 계약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했고, 삼성SDI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고객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온도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착수하며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전기차 시장이 전환기적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배터리 업계의 생존 전략도 폼팩터 다변화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는 수익성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공급 계약은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기술력과 품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며 이는 추가 고객사 확보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는 점에서 더욱 중요하다.

LG엔솔 '선점', 삼성SDI '확장', SK온 '추격'

배터리 제조사에 있어 고객사 확보는 곧 생존과 직결된다. 대규모 설비 투자 회수를 위해 안정적인 매출이 필요하며 대량 생산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3사 중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고객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주요 고객사는 △테슬라 △리비안 △메르세데스-벤츠 △루시드 모터스 등이다. 특히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핵심 거래처다.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의 2170 배터리를 대량 구매해왔으며 해당 배터리는 모델3와 모델Y의 일부 트림에 탑재되고 있다.

리비안과는 8조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해 2026년 출시 예정인 전기 픽업트럭 'R2'에 4695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벤츠 역시 기존 CATL 등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해왔지만, 지난해 10월 LG에너지솔루션과 신규 계약을 체결하며 46시리즈 도입을 결정했다.

루시드와는 일부 모델에서 배터리를 공급하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기 세단 '루시드 에어'에는 LG에너지솔루션의 2170 배터리가 사용되며 삼성SDI와의 듀얼 소싱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삼성SDI는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서 △리비안 △루시드 △볼보트럭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리비안의 전기 픽업트럭 'R1T'와 SUV 'R1S', 루시드의 최고급 트림 '루시드 에어 드림 에디션', 볼보트럭의 대형 전기 트럭 'FH 일렉트릭'에는 삼성SDI의 2170 배터리가 탑재된다.

업계에서는 삼성SDI가 개발 중인 46파이 배터리가 양산에 성공하면 BMW 등 독일 완성차 업체에도 공급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BMW가 신형 '노이어 클라쎄'에 46파이 배터리를 적용하면서 현재 CATL·EVE를 1차 공급사로 선정했다. 삼성SDI의 경우 공식 공급사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추가 물량 배정 과정에서 참여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한편 삼성SDI가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테슬라와의 협력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테슬라는 이미 원통형 배터리 공급망을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CATL 등과 구축한 상황이다. 삼성SDI 내부에서도 테슬라와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식적으로도 테슬라를 대상으로 한 원통형 배터리 공급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시점에서 SK온은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는 고객사가 없다. 기존 주요 고객사인 현대차·기아, 포드, 폭스바겐 등에는 모두 파우치형 배터리를 납품해왔다. 하지만 일부 완성차 업체가 SK온에 원통형 배터리 개발을 요청하면서 SK온이 4680 배터리 개발에 착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고객사들이 SK온을 통해 다양한 폼팩터의 배터리 공급을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온의 원통형 배터리 시제품. /사진 제공=SK온

SK온이 원통형 배터리 양산에 성공할 경우 현대차 일부 차종과 미국 신생 전기차 스타트업을 주요 고객으로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SK온은 미국에서 포드와 합작해 대규모 배터리 공장 '블루오벌SK'를 건설 중이며 최근 유럽 헝가리에도 제3공장을 완공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글로벌 생산거점이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SK온은 우선 원통형 배터리 기술 개발에 집중한 뒤 양산 체계를 갖춘 이후 본격적인 고객사 확보 및 수주 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달 5일부터 열리는 '인터배터리 2025'에서 SK온은 원통형 배터리 실물 모형을 처음 공개하고 개발 전략과 향후 방향성을 소개할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선제적 투자와 대형 고객사 계약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삼성SDI는 품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면서 "SK온은 후발주자로서 빠르게 원통형 배터리 시장에 안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성장 동력 자리매김

배터리 3사가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건 단순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가 아니라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다. 전기차 시장이 전환적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최적의 배터리 폼팩터를 통해 주행거리, 충전 속도, 안전성, 비용 절감 등을 극대화하려 하고 있다. 이에 맞춰 배터리 업체들도 특정 폼팩터에 집중하는 전략에서 벗어나 고객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글로벌 배터리 시장이 공급 과잉 우려 속에 수익성 둔화를 겪는 가운데 원통형 배터리는 각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이 될 가능성이 크다. 파우치형이나 각형 대비 제조 공정이 단순하고 원가 절감이 용이한 원통형 배터리는 고성능 전기차뿐만 아니라 이륜차, 전동 공구,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응용처로 확장될 수 있다. 배터리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원통형 배터리는 실적 회복뿐 아니라 장기적인 사업 확장과 수익성 개선을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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