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의 '심장'으로 불리는 액화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는 한국 조선업계가 오랫동안 미국과 유럽 기업에 의존해왔던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함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게 된 역사적 순간이다.

'SENSE IV' 기술로 미국 기술 독점 깨다
삼성중공업은 자체 개발한 'SENSE IV' 기술을 통해 FLNG 액화장비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FLNG의 핵심 부분으로, 해저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하고 액화하여 이송하는 대형 해양 구조물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FLNG 건조 비용은 기당 2조~4조원(15억~30억 달러)에 달하며, 액화장비는 이 중 35%를 차지할 정도로 고부가가치 핵심 기자재다. 그동안 한국은 세계 최고의 조선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LNG 액화시스템과 같은 핵심 부품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본사를 둔 허니웰 인터내셔널(Honeywell International Inc.) 등 미국과 유럽 기업에 의존해왔다.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과 첫 상용화 협상 진행 중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현재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에 자사의 SENSE IV 기술을 탑재한 FLNG를 공급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전까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LNG는 미국 허니웰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수입 액화시스템을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자체 개발한 장비를 탑재할 예정이다.
국산화율 획기적 향상 기대
현재 한국은 FLNG의 하부 선체 구조물은 최대 70%까지 국산화했지만, 액화장비를 포함한 상부 구조물의 국산화율은 30~40%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국내 업체들이 외국 라이선스 비용과 애프터서비스 제약에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SENSE IV 기술은 연간 최대 200만 톤의 천연가스를 액화할 수 있으며, 기존 액화장비 대비 톤당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14%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질소와 메탄을 효율적인 가스 팽창 사이클에 활용하여 부품 수를 줄이고 선상 공간 활용을 최적화했다.
국내 조선업계 파급효과 클 것
"이는 한국 조선 역사의 이정표"라고 업계 관계자는 평가했다. 핵심 부품에 대한 외국 의존도에서 벗어나면서 국내 공급업체들이 더 많은 해외 수주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2021년부터 SENSE IV 개발을 시작했으나, 쉘(Shell plc)과 같은 최상위 에너지 고객들이 미국 장비를 선호하면서 저항에 부딪혔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면서 삼성중공업의 SENSE IV와 같은 비용 효율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이 주목받고 있다.
조선 강국 넘어 기술 강국으로
삼성중공업의 이번 성과는 단순히 한 기업의 성공을 넘어 한국 조선업계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SENSE IV 외에도 삼성중공업은 FLNG용 연료공급시스템 S-Fugas, 재기화장비 S-Regas, LNG 운송기계 X-Rally, 가스 이젝터 및 액체 이젝터 등 다양한 독자 시스템을 개발했다.
비록 현재는 국내 생산 능력 부족으로 초기 제조는 해외에 위탁될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내 생산 체계 구축을 통해 완전한 국산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한국이 조선 강국을 넘어 조선 기술 강국으로 도약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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