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혁명] 생수같은 단백질 음료 실현될까.. '어른용 분유' 단백질 음료 대해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세상, 푸드테크로 달라지는 식품 산업의 변화와 트렌드를 <블로터>가 쉽고 재밌게 전해드립니다.

매일유업의 단백질 음료 '셀렉스 프로핏 웨이프로틴' 제품 이미지. (사진=매일유업)

"어떻게 하면 단백질을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을까?"

과거 체계적인 단백질 섭취는 전문적으로 몸을 만드는 헬스 트레이너나 운동선수들의 영역으로 여겨졌다.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와 외모에 대한 관심은 시대를 불문한 이슈였지만 신체 건강의 밸런스를 위해선 탄수화물을 절제하고, 일정량 이상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치가 누구나 아는 상식이 된 것도 불과 10년 새 이뤄진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집단이 아닌 '개인'에 집중하는 라이프스타일이 고착화되자 푸드테크를 활용한 단백질 식품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 가운데 단백질 음료 열풍은 각자도생의 시대에 의무적으로 섭취해야하는 단백질을 질겅질겅 씹기 보다 단숨에 마시는 것을 더 선호하는 현대인의 모습이 투영된 트렌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제 단백질 음료를 들고 헬스장에 가는 것은 마치 아침 출근길 테이크아웃한 아메리카노 한잔을 손에 들고 바삐 걷는 사람들처럼 새로운 '리추얼'이 되어가고 있다.

단백질 음료 시장 개척한 '셀렉스'

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단백질 음료 시장 규모는 2018년 813억원에서 2023년 4500억원까지 약 6배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단백질 음료 시장의 개척자는 매일유업이다. 매일유업은 2018년 단백질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출시하며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셀렉스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단백질을 대중적으로 섭취하는 방법은 단백질 파우더를 따로 구매해 우유나 물에 타마시는 것이었다. 특히 2030 남성 사이에서 몸짱 열풍이 불면서 단백질 파우더 시장은 더욱 커졌다. 간편하게 단백질을 섭취하려는 시장의 니즈를 읽은 매일유업은 따로 가루를 섞어 마실 필요 없는, 최초의 단백질 RTD(Ready To Drink) 제품을 내놨다. 셀렉스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30 세대 뿐만 아니라 관절 등 뼈 건강을 중요시하는 5060 여성 소비자들에게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해 2023년까지 누적 매출 44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엔 아기 분유로 유명한 일동후디스가 단백질 음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후발주자 하이뮨은 출시 3년 7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누적 매출 4000억원을 기록하며 매일유업 셀렉스를 누르고 전체 단백질 음료 시장의 35%를 점유하는 '업계 1위'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중장년층을 공략하기 위해 트로트 가수 장민호 씨를 전속 모델로 발탁하고, 다양한 유통 채널로 판매처를 확대한 것도 주효했다"고 말했다.

각 사별 단백질 음료 제품 비교표.(그래픽=박진화 기자)

단백질 음료 시장의 '큰손'은 2030 남성

매일유업과 일동후디스를 포함해 현재 소비 시장에선 다양한 단백질 음료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먼저 매일유업은 지방과 유당을 없앤 분리유청단백질을 첨가해 지방 함유량과 칼로리를 크게 낮춘 것이 특징이다. 또 일동후디스의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 액티브 제품은 산양유를 넣어 소화와 흡수율을 높였다. 빙그레는 100% 우유단백질을 사용했고 CJ제일제당은 100% 식물성 단백질을 통해 '비건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이들 제품의 주요 타깃은 2030 남성이다. 서울대 푸드 비즈니스랩이 오픈서베이와 엠브레인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연령대별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2030대 남성이 단백질 강화에서 강한 선호를 보였다. 실제로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편의점 구매 빅데이터에 따르면 2030대 남성이 전체 단백질 음료 구매량의 36%를 차지했고 가장 많이 팔리는 시간대는 일과를 마친 오후 6시~7시까지(약 800개)로 1시간당 평균치(300개)의 2.5배에 달했다. 평소 단백질 음료를 즐겨먹는 A(33)씨는 "매일 헬스장에 가기 전 단백질 음료를 꼭 마신다"면서 "단백질 함량이 높고 저렴한 제품을 찾아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이뮨은 탄탄한 몸매를 과시하는 배우 김민규와 육상선수 김민지를 광고모델로 선정했고 대상웰라이프(마이밀)는 배우 이준호를 내세웠다.

반면 2030 여성 소비자는 단백질 음료를 '식사 대용식'으로 더 많이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단백질 음료 제품들이 단백질 고함량보다는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를 첨가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실제로 대상웰라이프의 대표 제품 '마이밀 뉴프로틴'은 타사 대비 단백질 함량(9g)이 낮은 대신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을 높여 '탄·단·지 밸런스'를 맞췄으며 비타민, 미네랄, 아연, 칼슘 등 신체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넣은 것이 특징이다.

단백질 음료의 미션 "비린맛을 잡아라"

단백질 음료 제품 퀄리티를 좌우하는 기준은 단백질 특유의 비린맛과 텁텁하고 걸쭉한 식감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푸드테크 기술이 적용된다. 단백질 음료에는 식물성 단백질보다 체내 흡수율이 좋은 동물성 단백질이 주로 사용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유단백질이다. 단백질 음료 시장을 가공유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유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이유다. 유업체는 우유 가공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장 선점이 가능했다.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효소에 의해 아미노산으로 분해돼 흡수된다. 단백질 자체는 물에 녹지 않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에 고기를 섞어먹는 듯 비리고 텁텁한 식감을 낸다. 업체들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산양유, 분리유청단백질, 우유단백질 등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을 사용하는가 하면 식물성단백질과 배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산뜻하고 가벼운 단백질 음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산양유는 산양에서 얻은 우유를 뜻하며 분리유청단백질은 우유단백질에서 지방과 유당을 없앤 것이다. 우유단백질은 젖소 우유에서 뽑아낸 단백질로 유청단백질이라고도 한다.

매일유업은 열처리에 따른 변성과 제조공정 중 화학적인 변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터 공법을 이용해 원유로부터 단백질을 물리적으로 분리한다. 또 단백질 가수분해물의 쓴맛을 차단하기 위해 쓴맛과 동일한 구조의 '쓴맛 차단제'를 사용한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입에서 느껴지는 느낌은 식이섬유를 사용해 부드러운 목넘김과 영양소를 함께 제공하며 제조공정 중 균질화를 통해 입자를 미세화해 텁텁한 물성을 개선했다"고 말했다.

일동후디스는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우유를 농축한 형태의 단백질 원료를 사용한다. 대표 제품인 프로틴 밸런스 액티브는 소화 흡수가 빠른 산양유 단백과 함께 농축우유단백(MPC)를 사용했다. MPC는 '유청단백(빠른 흡수가 가능한 단백질)'과 '카제인단백(지속적이고 다량의 아미노산 공급)'을 모두 함유한 것이 특징이다. 여기에 특유의 비린맛을 잡기 위해 코코아분말, 에스프레소 커피추출액 등을 더했다.

대상웰라이프는 동·식물 단백질 배합 노하우를 기반으로 특유의 비린 맛과 식감을 잡았다. 식물성 단백질은 점도가 높아 음료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물리적 특성이 있지만, '고농축 저점도 제어 기술'을 이용해 이상적인 점도와 목넘김을 구현했다. 또 순간적인 열처리로 열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DSI 멸균설비'로 단백질 응고 현상을 최소화했다.

CJ제일제당은 단일 단백질 소재가 아닌 여러 식물성 단백질 원료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여러가지 단백질을 함께 활용하면 각 단백질에 부족한 아미노산을 상호보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맛과 식감에서의 개선도 가능하다. 여기에 CJ제일제당은 자체적인 전처리(효소처리 등) 및 유화 방식을 적용해 적당한 단맛과 부드러운 관능을 구현했다.

생수처럼 가볍게, 더 가볍게

푸드테크 발전에 따라 식품업계가 그리는 미래는 물처럼 넘어가는 가벼운 목넘김을 구현한 단백질 음료를 만드는 것이다. 또 현재 편의점에서 2900~3200원 대의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을 낮추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문정훈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는 "단백질 음료에 단백질이 추가되면 식감과 맛, 향이 달라지기 때문에 다양한 푸드테크 기술을 적용해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술력으로 구현된 단백질 음료는 '어른용 분유'라고 표현하는게 맞을 정도로 한계점이 분명하다"며 "향후 물처럼 깔끔한 느낌을 주는 수준까지 발전시켜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