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그십 파워트레인, 제네시스 G90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제네시스 G90 라인업 정점에 자리한 롱휠베이스(LWB) 버전을 경험했다. 단 한 사람을 위해 휠베이스를 기본형 대비 190mm 늘리고, 내부를 값비싼 소재로 마감한 전형적인 쇼퍼드리븐카였다. 시승 후 뇌리에 짙게 남은 건 뒷좌석도 첨단 기능도 아닌 파워트레인이었다. 넉넉한 힘을 자연스럽게 풀어놓는 감각이 상당히 인상깊었다. 시종일관 고요했고, 매끄러웠다. 안락한 이동에 초점을 맞춘 세팅이, 추구하는 바가 뚜렷한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V6 3.5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에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더한 이 파워트레인은 1세대 G90에 들어갔던 V8 타우 엔진을 대체한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스타터 제네레이터, 48V LDC 통합형 배터리 시스템, 수랭식 대용량 인터쿨러 등으로 구성한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엮어 갈수록 엄격해지는 환경규제를 충족하고, 동시에 6기통에서 8기통 같은 여유를 부린다. 여기서 핵심인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는 이름 그대로 전기로 돌아가는 과급기를 뜻한다. 제네시스는 6기통 엔진에 대용량 터보차저를 집어넣고, 터보차저 용량이 클수록 저속에서 나타나는 터보 지연 현상을 잡고자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를 추가했다. 과급을 두 차례 진행해 보다 부드러운 가속을 전개하고 결과적으로 더 센 힘을 낸다. 해당 파워트레인 개발을 총괄한 이승석 엔진설계실 상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플래그십 세단은 제조사의 모든 역량과 첨단 기술을 반영한 상징적인 모델입니다. 당연히 이에 걸맞은 파워트레인을 품고 있어야 하고,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언제 어디서나 우아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나아가야 합니다. G90 LWB에 48V 일렉트릭 슈퍼차저라는 기술을 도입한 이유입니다.”

제네시스는 친환경, 성능, 효율 모두를 잡은 이 플래그십 파워트레인을 최근 스탠다드 버전에도 적용했다. 톱다운 방식을 통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경쟁차가 즐비한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우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전략은 유효해 보인다. 값은 LWB 대비 최대 7300만원 저렴한데, 주행감은 LWB와 다를 바 없어서다. 여전히 풍성하고, 묵직하고, 섬세하다. 게다가 경쾌하다. 전장·축거·무게가 모두 줄다보니 움직임이 한결 가볍다. 뒷좌석보단 앞좌석에 앉길 원하는, 오너드리븐 성향이 강한 소비자라면 구미가 당길 만하다. 제네시스도 그런 소비층을 잡고자 이런 차를 만든 게 아닐까? 단, 역동성과 긴박감은 기대하지 말자. 스포츠 모드를 택해도 담담하게 나아간다. 그래서 언제 어디서나 편안한 승차감을 접할 수 있는 거겠지만, LWB가 아닌 스탠다드 버전으로 무대를 옮긴 만큼 조금은 더 거칠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파워트레인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요소는 철저한 방음 대책과 앞뒤좌우에 꽂인 멀티 챔버 에어서스펜션이다. 보닛 아래, 엔진 바로 위, 엔진룸과 캐빈 사이 소음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곳에 흡차음재를 붙이고, 모든 유리를 이중 접합 차음 유리로 처리한 덕분에 실내는 언제나 고요하다. 고속에선 엔진음은 물론 그 흔한 바람 소리 하나 들이치지 않는다. 공기주머니 세 개를 품은 에어서스펜션의 경우 누더기 같은 노면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며 불필요한 움직임을 억제, 세련된 거동을 선사한다. 그래서인지 오래 타도 불편하지 않다. 운전자를 둘러싼 값비싼 마감재들과 빠르고 편리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거주성을 높이는 부분. 여러모로 대접받는 기분이다.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이 집약된 차인 만큼 모든 면에서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그중 으뜸은 단연 파워트레인이고…. 동종업계 최상의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G90이 그 답이 될 수 있다.

[점수] 8/10

[제원] 가격: 1억3207만원 / 엔진: V6 3.5L 트윈터보+슈퍼차저, 415마력 / 변속기: 8단 자동 / 연비: 8.4km/L / 이산화탄소 배출량: 203g/km

FOR 심혈을 기울여 만든 파워트레인 / AGAINST 평온한 스포츠 모드

글 문영재 사진 이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