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수생 이탈에 강의실 '텅텅'..."중간고사도 수능 뒤로 미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치르는 반수생이 많아 중간고사를 미룬다고 해요….”
서울 지역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1학년생 A 씨는 최근 교수님으로부터 황당한 공지를 들었다. 당초 이번 주 예정된 중간고사를 수능 이후인 다음 주로 미루겠다는 내용이었다. 반수생 배려를 위해서다. A 씨는 11일 “학기 초부터 강의실 뒤편에 앉아 수능 문제집을 푸는 학생들이 많다”며 “첫 학년이 끝나면 학과 단톡방에서 소리소문없이 나가는 반수생들이 체감상 20%는 된다”고 말했다.
오는 14일 역대 최다 반수생이 수능을 치르면서 대학가도 어수선한 분위기다. 시험 등 중요 일정이 조정되는가 하면 불성실한 반수생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본인 역시 반수생이었다는 A 씨는 “과제는 챗GPT로 10분이면 구색을 갖춰 제출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면서 “특히 문·이과 통합 후엔 경쟁률이 낮은 문과 대학에 학적을 걸쳐두고 ‘메디컬’에 재도전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 1학년생 B 씨도 “조별과제 첫 모임 때 본인은 반수생이라고 밝힌 학우가 중간고사 이후로는 수업을 거의 빠졌다”면서 “조별 과제 내내 불성실한 태도로 팀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다가 결국 팀에서 제외했다”고 전했다. 한 대학교수는 “신입생 한 명이 상담을 요청하며 반수 의사를 밝혀 ‘수강을 취소하라’고 안내했다”며 “경험상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것이 뻔해 보였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종로학원 추정 결과 올해 반수생은 9만3915명으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1학년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반수가 대학가의 ‘뉴노멀’로 자리 잡으면서 ‘무휴반’ ‘사봉반수’ 등 신조어도 등장했다. 무휴반이란 휴학 없이 반수를 하는 신입생을 뜻하는데, 신입생 조기 이탈을 막기 위해 각 대학이 ‘1학년 휴학 불가’ 등의 규정을 내걸자 학교를 정상적으로 다니면서 수능에 재도전하는 학생도 늘고 있다. 사봉반수란 사회봉사 시간과 학점을 교환하도록 설계된 일부 교양과목으로 필요한 최소 학점을 채우고 반수에 집중하는 ‘반수법’을 말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수능 즈음엔 텅 빈 듯한 강의실 풍경을 보는 일도 익숙해지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