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장지 활용법’이 뭐길래...복숭아 품질도 좋아지고, 수확량도 늘고
잘라 버리던 '도장지'로 복숭아 품질 '쑥쑥'...풍원농원 이재권 대표
최고의 품질 과수농장만 지정되는 '탑 푸르트' 시범농가...30년 복숭아 농부
햇사레 복숭아로 유명한 이천 장호원.
1만6500제곱미터(5000여평) 규모의 과수원에서 복숭아 나무 500주를 자신만의 전정법으로 키워 당도 높은 양질의 복숭아를 수확하는 농부가 있다. 그는 현재 장호원은 물론이고 타 지역 복숭아 재배 농가도 선망하는 명인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농원은 국내 최고의 품질 과수농장만 지정된다는 탑 푸르트 시범 농가로도 지정됐다.
주인공은 풍원농원의 이재권 대표. 이 명인이 이 명인은 경기도 이천에서 30년간 장호원 황도, 미백 복숭아 등의 복숭아를 재배하는 과일 농부다.
그는 쓸모없는 도장지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복숭아 명인에 올랐다.
도장지는 질소질 비료를 많이 줄 때 생기는 생기는 웃자람가지를 일컫는다. 가지가 굵고 잎이 크지만 꽃 눈이 거의 붙지 않고 전체적으로 연약한 것이 특징이다. 나무 모양도 고르지 않아 잘라내는 것이 보통이다.
도장지(徒長枝)는 조생종을 수확하기 이전인 6월에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간혹 약간 남기고 잘랐다가 후에 원가지를 갱신할 때 쓰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명인은 도장지를 자르지 않고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이 명인은 "도장지를 잘라내지 않고 이듬해까지 염두에 두고 웃자란 가지를 적절한 방향으로 유인해 이듬해 열매를 맺게 하는 방식으로 이전보다 더 굵고 달고, 많은 양의 복숭아를 수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말로는 무척 간단하지만 이 명인 이전에는 이런 방법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농부가 없었다.
연약하고 꽃눈 거의 붙지않아 잘라내는 웃자람 가지 '도장지'...자르지 않고 활용한 결과는
간단한 생각의 전환이었지만 결과는 엄청났다. 이 명인은 "이 기술을 도입하고 난 뒤 당도가 높고 큰 복숭아를 다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는 "처음 농원을 시작할 때는 1000여평 규모로 크지 않았지만 도장지 활용법을 이용한 결과 당도 높은 복숭아 생산량이 증가했다"며 "이렇게 번돈을 농장에 재투자해 농장 규모를 처음보다 5배 크게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명인의 풍원농장이 한해 생산하는 복숭아는 연간 25~30톤에 달한다.
그는 '돈이 되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소득증대를 위해 직접 '재정백도'라는 신품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천에서 복숭아 출하량이 줄어드는 시기에 출하할 수 품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재정백도를 만들게 됐다."
"돈이 되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출하공백기에 착안해 '재정백도' 개발
8월 중순까지 이천 지역의 대표 복숭아 품종인 미백도를 수확하고 나면 8월 말 쯤에는 ‘천중도백도’를 수확할 때까지 10일쯤의 출하 공백이 생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딱' 이 기간에 맞춰 출하할 수 있는 복숭아 품종 재정백도를 개발했다.
그는 "한국은 성장과 휴면이 반복되는 뚜렷한 사계절의 변화 때문에 새로운 품종 개발에 시간이 올래 걸린다"며 "2000년 초부터 10년 동안 혼자서도 연구하고, 이천시 농업기술센터의 자문도 구해 쉽게 무르지 않으면서도 당도가 뛰어난 재정백도를 만들어 냈다"고 했다.
그는 "재정백도라는 이름은 과수농가들의 재정이 넉넉해지고 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품종보호권등록을 완료했다.
8월 중·하순에 수확하는 재정백도는 출하 공백을 메움으로써 이천 지역의 복숭아 판매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품종 개발에 이어...'초생재배' 방식으로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 받아
좀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복숭아를 생산하기 위한 그의 노력은 신품종 개발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 초생재배 방식으로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았다.
고생하는 아내가 편리하게 복숭아를 선별할 수 있는 장비까지 개발했다. 그 결과 선별 효율성도 향상됐다.
이 명인은 "이 장치를 개발하기 전에는 일반적으로 넓고 평평한 곳에 복숭아를 펼쳐 놓은 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복숭아를 선별했는데 아내를 위한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선별작업대를 개발하게 됐다"며 "만들어 놓고 보니 선별 효율성가지 우수해 특허 출원까지 마친 ‘발명품’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아내를 위해 개발한 슬라이딩 작업대지만 5년여 전부터는 농업기술센터와 공조해 다른 농가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장치를 보급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 명인은 생산한 농산물만 판매해서는 부자 농부 되기 프로젝트가 쉽지 않다고 판단, 복숭아 가공품을 만들어 오프라인은 물론이고 블로그 등의 온라인에서도 판매하고 있다.
농가는 빠르게 고령화돼가고, 세상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앞으로도 다양한 연구를 통해 어르신 농업인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한편, 귀농을 꿈꾸는 초보농부에게도 경험과 지식을 나눠주고 싶다"
(이재권 농업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