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50억원까지 갔다가 추락, 나를 살린 것은..."
두웰플래닛 신인창 대표의
창업 노트 훔쳐 보기
허리가 안좋은 운전자들 사이에서 ‘구원템’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 있다. 허리를 보호해 주는 쿠션인데, 2019년 출시 후 지금까지 25만개 이상 팔렸다. 알고 보니 트렁크 정리를 도와주는 그물(트렁크 네트)을 처음 내놓은 사람의 작품이다. 대우자동차를 다니던 경험으로 자동차 용품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는 신인창 두웰플래닛 대표를 만나 직장 경험을 기반으로 한 창업의 성공비결을 들었다.
◇불편만 잡는다
얼핏 보면 단순하다. 타원형의 작은 기둥 모양이다. 소재는 인조 가죽으로, 손잡이 모양 고리를 시트 가운데 끼우면 부착이 끝난다. 단순하다고 무시하면 안된다. 신기하게 허리 통증을 잡아낸다. 자체 제작과 국내 생산을 고집해 품질이 좋다. 소재와 기능, 디자인을 달리해 총 7가지 제품이 있다. 그중 힙착 오리지널과 노블이 가장 잘 나간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재구매율이 높다. 최초 구매자들이 라인업이나 색상을 달리해서 구매하거나 지인에게 선물하면서 입소문이 난 덕이다. 온라인 쇼핑엔 ‘5시간 넘게 운전했는데 허리 통증이 없다’ ‘최고다’ ‘정말 고맙다’ 같은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온라인몰 메타샵(www.metashop.co.kr)에서 한정 기간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어떻게 개발했나요.
“국산 자동차의 가장 큰 단점이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트입니다. 달리고 설 때 허리에 충격을 가하는 요소들이죠. 허리가 멀쩡한 사람도 운전만 하면 아파 죽겠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운전을 업으로 하는 분들은 만성 허리 통증에 시달리시죠. 좀 개선해볼 방법아 없을까 고민하다 시트와 허리 사이 빈 공간이 문제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공간이 붕 떠 있으니 허리가 어디 기대지 못하고 하중을 받는 거죠. 사실 스스로 불편함에서 출발한 겁니다.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일찍 수술을 받고 평생 불편함을 단 채 살고 있는데요. 운전 오래할 때마다 고통이 더 심해지죠. 그 경험을 개발로 연결했습니다.”
수건을 돌돌 말아 빈 공간을 채우고 운전을 해봤다. 공간이 줄어드니 하중이 분산되면서 허리 충격이 줄어들었다. ‘공간이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았는데 이 정도 효과라면, 완전히 채워주는 제품은 효과가 무척 크겠다’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쿠션 제작에 들어갔다. 대부분 사람이 만족하면서 모든 시트에 적용할 수 있는 크기와 두께를 찾느라 여러 차례 실험을 반복한 끝에 제품 개발에 최종 성공했다.
원통형 모양의 힙착 오리지널은 엉덩이가 닿는 시트와 등받이 사이의 빈 공간을 채우는 역할을 한다. 뒷 허벅지부터 엉덩이, 등까지 이어지는 몸의 뒷부분이 모두 의자에 착 닿기 때문에 하중이 분산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페달 조작을 하거나 차량 진동이 있을 때 허리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든다.
-비슷한 제품이 있지 않나요?
“등부터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큰 쿠션은 있죠. 빈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만 하는 쿠션은 없습니다. 커다란 쿠션은 그 자체로 부피가 있어서 운전석 공간 자체를 잡아먹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반면 시트와 엉덩이 사이 빈 공간만 딱 채우는 ‘힙착’은 운전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필요한 역할을 정확히 수행하면서 다른 불편을 만들지 않는 거죠.”
-카피 제품이 나올 가능성은요?
“디자인 특허를 등록했습니다. 카피해서 국내에서 팔면 법 위반이 됩니다.”
◇다른 차 타고 싶어 창업
대학에서 정치외교를 전공하고 1993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했다. 어려서부터 차가 좋아 꿈꾸던 직장이었다.
회사에서 상품기획을 맡았다. 소비자 기호를 자극할 수 있게 각종 옵션, 내외장 컬러를 정하는 일이다. 옵션과 컬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같은 차라도 수십, 수백가지 상품이 나올 수 있다. 차 이름도 정한다. “엔진과 뼈대만 있는 차를 좋은 상품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겁니다. 꽤 인기를 끌었던 누비라, 레간자, 라노스 출시에 참여했습니다.”
재밌었다. 하지만 6년 정도 지나자 다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왜죠?
“차가 너무 좋아 차 회사에 갔는데 좋은 차를 탈 수가 없는 거에요. 대우차 직원이니 대우차만 타야 하는 거죠. 이사, 상무. 아무리 올라가봐야 ‘프린스’(대우차의 당시 대표 중형차량) 밖에 못타는 겁니다. 이래선 안되겠다. 좀더 신나게 일하면서 좋은 차도 타보자.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1999년 회사를 나왔다.
-실제 여러 차를 타 보셨나요.
“그럼요. 다른 회사 국산차부터 중고지만 BMW나 벤츠 같은 수입차까지 다양하게 바꿔가며 탔습니다. 좋더라고요.”
◇트렁크 네트로 비상했다가 힙착으로 재도약
창업 아이템은 ‘트렁크 네트’. 트렁크 정리를 돕는 그물망이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는 없었다. 회사 다닐 때 출장 간 해외 모터쇼에서 눈여겨 봤던 제품이다. 한국 운전자 특성을 고려해 손을 본 뒤, 국내 처음으로 내놨다. “제가 국내에 트렁크네트를 유행시킨 장본인인 셈니다. 인터넷 기반 창업이 막 일어나던 때였는데요. 저는 눈에 보이는 넷(net) 사업을 한 것이죠.”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현대기아, 르노삼성, 쌍용 등 모든 자동차회사가 주문을 넣었다. 시작하자 마자 날개를 단 격이었다.
10년 동안 고속성장했다. 다른 자동차 관련 아이템을 추가해 가며 2008년 연매출 150억원까지 올라섰다. 직원은 20명을 넘었고, 자체 공장도 뒀다. 2009년 내리막이 시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에다 끝없이 경쟁자가 등장했고, 주문을 많이 넣던 르노삼성과 한국GM의 점유율이 내려간 것도 작용했다.
트렁크 네트를 보조할 아이템이 필요했다. 자동차 회사가 아닌 소비자를 직접 공략하는 B2C 사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스포일러(트렁크 위에 달리는 날개.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선바이저(햇빛가리개), 카드포켓 등 다양한 자동차 액세서리를 생산했지만 트렁크네트를 이을 정도로 신통치는 않았다.
2012년부터는 저가 중국산이 네트 시장을 장악하면서 자동차 회사로부터 주문도 거의 끊겼다. 어쩔 수 없이 자체 공장을 정리했다. 자동차 제조사의 1차 납품회사에 물건을 대는 2차 납품회사 역할을 했는데, 1차 납품회사에 당하는 일도 생겼다. “그나마 자동차 제조사들은 여론 눈치라도 보는데, 중소기업인 척 하는 1차 납품사들은 거리낌없이 제품을 베껴 납품 중단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희망이 되어준 게 자동차 번호판을 지지하는 번호판 케이스였다. 자동차 회사 납품을 하면서 소비자 판매도 했다. 번호판이 초록색에서 흰색으로 바뀌던 2012년부터 2013년 사이 대거 교체 수요가 나오면서 매출이 꽤 발생했다. 번호판을 고정하는 자동차 회사 로고가 박힌 볼트도 생산했다. 하지만 번호판 시장도 곧 포화가 왔다.
2014년부터 긴 고난이 이어졌다. 작년까지 5년 연속으로 내리막을 타면서 직원이 3명까지 줄었다.
그러다 반전을 가져다 준 게 힙착이다. 온라인 출시 반년 만에 4만개 팔릴 정도로 히트를 쳤고 그 인기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허리가 안 좋은 운전자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늘 기회는 다시 오는 것 같아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지는 못하더라도 지금보다는 좀 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 온라인몰 메타샵(www.metashop.co.kr)에서 한정 기간 최저가 공동구매를 하고 있다.
◇잘 알아도 사고 못 깨면 성공 못한다
힙착의 성공을 발판으로 신제품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힙착 노블 럭스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의 3중 구조를 4중 구조로 보완해 몸을 단단하게 받쳐줍니다. 무릎이나 발목이 불편한 운전자를 위한 제품도 개발 중입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면서 운전자 연령이 높아지고, 무릎 관절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거든요. 살아남기 위해 사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중입니다.” 현재 온라인몰에서 한정 공동구매 행사를 하고 있다.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은요.
“관련 전공을 하지 않아 엔지니어링 이론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 전문가들과 깊이있는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어려움이 큽니다.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못해, 진행하던 수출 계약이 실패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장이 직접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할 수 있어야 신뢰감을 주는데, 상대의 어려운 질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던 거죠.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합니다만 저에겐 지속적인 결핍이 되고 있습니다.”
-해결할 방법은요.
“좋은 직원을 뽑아 맡기는 거죠. 하지만 작은 기업이 그런 직원을 늘 결에 두는 게 쉽나요. 결국엔 제 능력이 중요합니다. 부족하지만 꾸준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문과 출신의 이점은 뭔가요.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요. 상대방과 소통하면서 비즈니스 관계를 풀어가는 능력은 문과 출신이 이공계 보다 나은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엔 10년 이상 오랜 기간 거래 관계를 유지하는 업체가 많습니다.”
-하던 분야에서 창업을 하면 유리한 점이 뭔가요.
“창업 초기 성패를 가르는 요인 중 하나가 인맥입니다. 이 부분이 최고 강점입니다. 어떤 자문을 받으려면 누구를 찾아가야 하고, 이런 부탁은 누구에게 해야 하고, 이 문제는 누구를 찾아야 해결되는지 맥을 정확히 짚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고 새로운 분야로 들어가면 인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직장인 창업의 이점을 살리지 못하는 거죠. 회사 다니며 얻은 것을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좋습니다. 회사 다닐 때 상품기획 업무를 하면서 수시로 소비자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고 데이터를 쌓았습니다. 그게 제품 개발로 많이 이어졌습니다. 어떤 상품을 어떻게 공급하면 되겠다 하는 감이 있었던 거죠. 자신감도 무기가 됩니다. 내가 아는 분야이니 최소한 망하진 않겠다는 자신감으로 사업할 수 있습니다.”
-불리한 점은요.
“스스로 사고의 틀을 좁히는 거요. ‘예전에 해봤는데 안돼’ 식으로 시도조차 않는 경우가 나올 수 있습니다. 회사 경험이 오랠수록 그 경향이 심화됩니다. 개인 생각으론 55세 넘어서 창업하면 성공 확률이 거의 없다고 봅니다. 본인은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밑에서 올라오는 보고서 도장만 찍다 보니 최신 트렌드는 까막눈인 경우가 많거든요. 그러면서 사고의 틀은 좁으니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30대 후반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경험도 있으면서 사고의 틀이 상대적으로 유연할 때니까요.”
-사고의 틀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요.
“가끔은 판단을 직원에 맡겨보는 게 좋습니다. 충분히 상의하고 회의해서 ‘한 번 해보자’ 식의 결정을 하는 거죠. 경험이 부족하더라도 신선한 결정이 나올 수 있습니다. 계속 트렌드가 바뀌니 과거에 안됐던 게 지금은 될 수 있습니다.”
-젊은 직장인에게 해줄 말이 있다면요.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창업으로 가는 길이면서, 몸값을 높여 좋은 회사로 옮길 수 있는 발판도 됩니다.”
/진은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