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최대 쇼핑시즌 개막했지만…소매업계 전망은 '암울'
미국이 블랙프라이데이로 연말 쇼핑시즌에 본격 돌입했지만 소비자들이 여전히 높은 물가에 지갑을 쉽게 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다수의 소매업체들이 최근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이 할인 행사에 집중하며 섣불리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전자제품 소매업체 베스트바이는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이 “할인 중심적”이라고 진단하며 세일 행사가 열리는 기간 사이에 수요가 감소했다고 전했다. 미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은 대규모 세일 행사인 ‘타깃 서클 위크’ 전후로 매출 감소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타깃은 소비자들이 특히 필수품목 할인 행사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연중무휴 최저가’를 내세우는 월마트는 여러 품목에 걸쳐 매출 성장세를 달성해 호실적을 보고했다. 아울렛 브랜드인 TJ맥스도 동일매장매출이 월가 예상치를 웃돌았다.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소비자들이 할인 유통업체로 향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모든 저가 소매업체가 탄탄한 실적을 보고한 것은 아니다. 미국 대표 할인 유통업체인 로스스토어와 벌링턴스토어는 모두 매출 성장률이 1% 미만에 그쳤다. 두 기업은 매출 부진 원인으로 예상보다 높은 기온을 꼽았다. 벌링턴은 3분기 매출의 약 15%가 보통 추운 날씨와 관련된 제품에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일반 백화점보다 저렴한 것으로 유명한 콜스는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후 주가가 17% 급락했다. 콜스는 지난 분기에 가성비가 좋은 자체브랜드(PB) 제품과 고급 주얼리 등의 재고가 충분하지 않아서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타깃은 지난주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22% 하락했다. 회사는 실적 부진의 이유로 거시경제 상황을 탓했지만 WSJ는 타깃이 더 이상 매력적인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고객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트렌디한 제품을 갖춘 일부 소매업체는 소비자의 재정 상태와 무관하게 수요가 증가했다.
아베크롬비앤피치의 경우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고 연간 매출 가이던스도 상향조정했다. 갭도 산하 브랜드인 갭과 아틀레타의 동일매장매출이 각각 3%와 5% 증가했다. 스포츠용품 소매업체인 딕스스포팅굿즈도 동일매장매출이 4.2% 성장했는데 트렌디한 제품과 매장 진열로 고객을 유인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고객이 고소득층 소비자인 소매업체 실적은 비교적 양호했다. 메이시스의 경우 고급 백화점 브랜드인 블루밍데일스가 특히 실적 호조를 보였다. 고급 백화점 체인인 노드스트롬도 동일매장매출이 4% 증가하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소비자 신뢰도가 높아졌지만 올해 연말 쇼핑 시즌에 소매업체들의 실적에 대한 전망은 어둡다.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콘퍼런스보드에 따르면 이달 미국 소비자 신뢰도는 10월 대비 개선됐다. 또 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4.9%로 2020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연말 쇼핑 판매 기간은 26일로 예년 대비 5일이나 짧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도 소매업체에 역풍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매업체들이 특히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에 대비해 재고를 비축할 수도 있는데 해당 제품들이 판매되지 않을 경우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해야 할 수 있다.
전미소매협회(NRF)는 11~12월 연말 쇼핑 기간 지출이 1인당 902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2.5~3.5% 증가하는 것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가 된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