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한국산 무기 쓰지 마" 노골적인 'K-방산 견제' 무력화시키는 방법 [스프]
노르웨이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고 하지 않습니까? 노르웨이 차세대 전차 도입 사업에서 최종 후보로 올랐던 게 우리 K2 흑표하고 독일 레오파드였습니다. K2 흑표가 레오파드라는 세계적인 전차를 사격과 기동에서 완전히 따돌려버리는 그런 성과를 거뒀는데 그때 노르웨이 군은 뭘 선택했느냐? 레오파드를 선택했어요.
그게 왜 그러냐, 레오파드는 독일 것이지 않습니까? 독일의 정치력이 유럽에서는 막강하잖아요. 그래서 우리 방산이 기본적인 기초 체력, 경쟁력 말고 좀 가졌으면 하는 게 '국제 정치력'입니다. 대한민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같은 그 정도의 정치적인 지위가 있으면 여기저기 막 팔 수 있으니까요.
전 세계 군비 증강 경쟁 속 K-방산이 잘 나가는 이유
반면에 우리는 냉전이 끝나도 지금까지 계속 한 번도 안보 불안에서 벗어난 적이 없어요. 계속 무기를 만들어야 됐죠. 그런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유럽 국가들이 안보적인 위협을 느껴서 그때부터 군비 확충을 굉장히 많이 해요.
수요가 있을 때 생산 능력을 잘 갖추고 있어야 바로 팔 수 있죠. 어떤 나라가 전차를 사겠다 하면, 전차는 워낙 덩치가 크니까 빨리빨리 만들어서 공급하기가 어렵잖아요. 팔아달라고 전차 달라고 그러는데 못 만들어서 못 파는 경우, 그런 경우가 있다니까요.
우리 K2 전차는 생산 능력이 월 10대 이상이에요. 만약에 수요가 더 들어와 가지고 물량이 더 필요하다? 방사청은 현대로템이 월 20대까지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합니다.
독일의 레오파드도 월 10대를 만들 수가 있는데 우리랑은 좀 달라요. 전차의 골조를 기존에 있던 낡은 레오파드의 중고 골조를 갖다 놓고 거기에다가 구성품을 넣어가지고 완성시키는 방식이에요. 그러니까 신형차가 아니에요. 생산능력이 우리나라보다 한 20~30% 떨어진다고 봐도 되죠.
에이브람스는 신차 양산을 안 합니다. 창정비라고 해서 대규모 정비인데 창정비하면서 기존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유지하는 수준으로 가지 신차 양산은 안 해요.
프랑스의 르끌레르. 이것도 마찬가지로 신차 양산 안 하고 창정비만 하면서 전력을 유지하고 있어요. 그러니까는 만약에 어디에서 만들어 달라고 하면 그 수요를 댈 수 있는 전차는 K2 전차밖에 없는 거예요. 수출이 준비된 전차입니다, 생산력이 있으니까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라 급하면 육군에 갈 K2를 먼저 보내주기도 해요. 이번에도 폴란드에 육군에 갈 전차가 먼저 갔어요. 그렇다고 우리 안보가 공백이 생기는 거 아니에요. K1 계열의 신형 전차들이 있기 때문에 그 전차와 교체하는 거니까 잠시 교체 시기를 늦추는 것뿐이죠.
그런 거를 '교환 계약'이라 합니다. '일단 갖다주고 그다음 우리가 빨리 만들어서 너희 거 채워줄게.' 육군이 그렇게 지원을 해줘요. 그러니까 우리는 수출 오퍼가 있으면 바로 팔 수 있는 그런 조건이 형성돼 있죠. 그래서 지금 K-방산이 이렇게 된 거죠.
"가성비는 맞지만 싸구려 아냐" K-방산의 경쟁력 3+1
Q. K-방산의 인기는 결국 높은 가성비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성비라는 표현이 틀리지 않는데 싸구려는 아니에요. 안 싸요. 제가 K2나 K9 수출 가격을 봤는데 굉장히 비싸요. 또 우리 군에 공급되는 가격보다 수출 가격은 더 비싸요. 성능이 저렇게 좋은데 싸게 팔면 억울해서 어떻게 장사해요? 싸게 절대 못 팔죠. 그리고 그 가격이라는 게 싼 게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을 항상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비싸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계속 안정적으로 유지가 되면 그게 경쟁력이 되는 거예요.
우리 K2 같은 경우에는 지금 1차 양산, 2차 양산했고 3차 양산이 진행 중인 가운데 4차 양산의 방향이 결정이 됐어요. 우리 육군용으로 계속 만들고 있잖아요. 그럼 어떻게 되겠습니까? 협력업체들도 부품을 계속 공급해 줘야 하고 그러다 보면 그 가격이 굉장히 안정적으로 돼요. '서플라이 체인', 공급망이 안정적이니까요.
근데 레오파드나 르클레르 같은 경우는 만들려고 하면 그때야 부랴부랴 협력업체 모아 오고 협력업체한테 '야 이런저런 부품 너희가 만들어 와 봐라, 얼마 되니?' 그러니까 가격이 들쑥날쑥하거든요. 가격의 경쟁력이라는 건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겁니다.
사실 우리가 흔히 K 방산의 경쟁력이라고 하면 3+1 이렇게 표현을 하거든요. 먼저, 기술력. 그러니까 우리 무기들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그런 점이 있고, 그다음에 저렴한 가격. 저렴한 가격이라고 표현했는데 아까 보셨겠지만 사실 그렇게 저렴하진 않아요. 적당한 가격 받습니다.
한계 온 K-방산, 국제 정치력이 필요한 이유
범정부적 지원은 뭐냐 하면 국방부도 그렇고 방사청은 원래 그 업무 중 하나가 방산 수출 지원이니까 그 역할을 열심히 합니다. 그리고 국방부나 각 군 지휘부는 해외에 나갈 때마다 방산 마케터 역할을 해요.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호주를 방문했는데 일정의 절반은 우리 함정 수출, 그런 마케팅하는 데 일정을 할애했을 정도고요.
그다음에 수출입은행에 자본금을 많이 쌓아놓고 그 자본금 대비 몇 %를 수입국에다가 대출해 주는 그것도 중요한데 우리 정부의 금융기관들은 수출금융을 일으켜서 많이 도와주죠. 우리는 지금 폴란드 같은 경우에는 80%, 85%를 대출해줘요. 폴란드 입장에서 수입액의 80%, 85%를 우리가 돈을 꿔주는 거예요. 그러니까 수출금융을 잘해야 돼요.
사실 우리가 환수할 수 있는 노하우가 뛰어나면 100% 꿔줘도 돼요. 프랑스나 영국 같은 경우에는 그 수출금융의 노하우가 뛰어나가지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돈을 받아온다는 거예요. 결국에는 수출금융이 잘 발달해야 방산도 동시에 같이 클 수 있는, 방산 수출도 늘어날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런 게 우리의 방산 수출의 경쟁력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3+1 경쟁력과 좀 상충하는 한계가 있어요. 아까 말씀드린 국제 정치력. 우리는 아직 국제 정치력이 없어요. 방산 무기의 한계, 무기 시장의 한계라고 하면 일반 상품과 너무너무 다른 게 무기거든요.
이를테면 삼성이 휴대전화를 만들었다. 품질 좋고 가격 싸다 하게 되면 미국도 살 테고 러시아, 중국, 이란, 시리아 다 살 거예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열거한 나라들, 어떤 나라도 우리 무기 안 삽니다. 우리가 그 나라에 무기를 못 팔아요.
미국은 애초에 자기들이 좋은 무기 만드니까 다른 나라 무기 살 이유도 없고 또 굉장히 진입 장벽이 높아요, 무기 시장의 진입 장벽이. 그리고 러시아랑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잖아요. 서방의 핵심 기술 서방의 첨단 구성품이 들어간 무기가 이 두 나라에 들어갈 수가 없어요.
마크롱 "한국산 무기 쓰지 마" K-방산 생존 전략
그럴 때 현지 생산으로 수출을 하면 K2나 K9을 폴란드에서 자기들이 만들어서 팔 거 아니에요? 거기에 들어가는 부품이나 구성품은 다 우리 거예요. 우리가 돈 버는 거죠. 물론 조립하는 단가에 대한 수익은 폴란드가 먹는데 그래도 우리가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는 거죠.
그래서 완제품을 수출하는 것도 좋지만 현지 생산 조건으로 팔거나 그런 식으로 하면서 시장을 키워나가야 되죠. 지금 점점 방산 수출 시장에서 한국에 대한 견제가 심해질 수밖에 없는데, 워낙에 잘해버리니까. 그런 걸 넘어갈 수 있는 방법들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Q. 보내서 조립한다고 했을 때 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의 유출이라는 이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요?
그래서 EL이라는 게 있어요. 익스포트 라이선스라고 우리 FA-50, 우리 K2 전차, K9 자주포가 80~90% 국산화돼 있지만 어떤 핵심 기술들은 우리 게 아니란 말이에요. 그럼 그걸 수출할 때 원천 기술 국가로부터 우리가 허가받아야 돼요. 내가 저런 나라에 수출하겠다 저런 나라에 수출하겠다. 그럴 때 자꾸 문제가 생기는 게 이슬람 국가예요. 그러니까 서방 국가가 아주 고급 기술이 들어있는 구성품을 이슬람 국가에 가는 걸 좀 꺼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우리도 미국에서 어떤 무기를 사 왔을 때 미국이 아예 열어보지도 못하게 하는 부품들이 있습니다. 방산 수출은 크게 보면 국가 경제가 좋아진다는 차원에서 안보적인 이익이긴 한데, 우리 업체가 돈을 버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냐 하면 방산 수출도 실제로 안보적인 이익이 돌아올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그래야 범정부적인 지원을 하는 거에 대한 대가, 반대급부가 되는 거니까 그렇죠.
새로운 수출의 방법으로 나오고 있는 현지 생산, 그런 시스템을 좀 고민하자는 게 업계에서나 정부에서도 조금씩 나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약에 전쟁이 딱 터지면 북한은 어디를 먼저 때릴 것 같습니까? 아마 창원을 때릴 거예요. 무기 공장이 다 있으니까 전쟁나면 자주국방의 그런 화수분이 깨져버린다니깐요.
그런데 현지 생산 공장을 여기저기 국제적으로 많이 퍼뜨려 놓고 나중에 한반도 유사시에 그 현지 생산공장에서 잔뜩 만들어가지고, '우리가 살게!'라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너희한테 수출한 거, 우리가 빌려 쓸게.' 우리 무기를 많이 팔아서 나중에 빌려올 수 있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무슨 생각이 드냐면 '쟤네들은 때려본들 계속 들어오는구나. 화수분처럼 계속 무기가 공급되는구나.' 그 억제력은 어마어마해져요. 그렇게 되면 방산 수출에 대해서 우리가 범정부적인 지원을 하고 국민들이 박수 쳐주고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딱 좌우가 맞게 되죠.
"종착지는 결국 무인화" K-방산의 미래
그럼에도 최종적인 작전은 사람이 탄 전투기에서 벌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존 아켈리노라고 미 태평양 함대 인도 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이 이런 얘기를 하던데 '무인 항공모함에서 무인기가 뜨는 일은 아마 없을 거다, 최종 전력은 결국에는 유인일 거다.'
우리 군 지휘관들은 '나의 부하들을 이 부하의 가족들한테 안전하게 보내주는 게 그게 너희 지휘관들의 가장 큰 목표다. 그걸 잘 유념하고 있어라' 그런 말을 해요. 그러니까 무인의 개념은 사실 그런 거죠. 내 부하들을 내 장병들을 끝나고 집에 안전하게 보낼 수 있는 가족들 품으로 보내줄 수 있는 그런 수단으로 무인화를 생각해야 하는 거죠.
마지막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게, 무기 산업이라는 게 사실 밝은 면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방산 엑스포에서) 가끔 보면 시민단체에서 와서 플래카드에 'NO WAR' 적어 가지고 전차 위에 올라가 있고, 자주포 위에 올라가 있고 그래요. 결국에는 사람을 죽이는 무기니까요. 그런데 평시에 이런 걸 갖고 있음으로써 외부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침략할 수 없게 그 틀을 만들어주는 효과도 있죠.
한번 대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어요. 저녁 6시쯤 지나가지고 사방팔방에서 갑자기 비행운이 막 날아간다고 경찰서에 전화 오고 군부대 전화 오고 난리가 난 적이 있어요. 그게 고체 로켓을 ADD(국방과학연구소) 안흥시험장에서 쏜 거였는데 비밀 사업이라 아무 데도 안 알린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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