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커피 특. 부산서 시작함

조회 2342025. 3. 4.

이건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던, 국내 저가 커피 순위표인데, 우리에게 익숙한 톱10 브랜드 본사들 가운데 절반이 부산에 있다고 한다.

요즘처럼 카페인 당기고 물가는 뛰는 시대. 저가 커피는 싼값에 카페인을 수혈해주는 고마운 친구인데 이게 다 부산 출신이라고? 이메일로 ‘저가 커피 본사들이 부산에 많은 게 사실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일단 이 자료에 나오는 순위가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직접 공정거래위원회에 들어가서, 아메리카노가 2000원 이하인 커피전문점들의 가맹점 수와 매출을 일일이 정리해본 결과가 바로 이 표.

이 5개, 그러니까 상위 10개 중 절반이 부산에서 시작된 건 맞고, 본사 역시 작년에 필리핀기업에 인수된 컴포즈커피를 제외하면 부산이었다.

근데 따지자면 저가 커피 브랜드만이 아니라, 국내에 저가 커피 열풍이 시작된 진원지 자체가 부산이라고 할 수 있다. 부산의 2030이라면 거의 기억하는 게 바로 2014년 더벤티 열풍.

더벤티가 부산대 앞에서 ‘1500원짜리 벤티 사이즈 아메리카노’라는 획기적인 제품을 내놓아 대박을 터뜨렸는데, 이 현상이 전국적으로 퍼져서 저가 커피 붐이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 무렵 부산대 부근을 오갔던 사람들 말로는 당시 더벤티 커피가, 가격이 싼 것도 싼 거지만, 무엇보다 양이 말도 안되게 많은 게 포인트였다고 한다.

지금이야 흔해졌지만 591㎖ 벤티 사이즈는, 처음 나왔을 땐 저걸 한 사람이 다 마신다고? 하는 기분이 드는 양이었고, 실제로 당시 더벤티 아메리카노는 엄청난 양 때문에 부산에서 ‘우째물라카노’(어떻게 마실라고 하나)라는 별칭으로 불렸다고.

커피 말고도 이런, 보기만 해도 혈당스파이크 오는 휘핑크림도 화제여서, 더벤티 앞에는 종일, 카페인 당기고 당 당기는 학생과 직장인들이 줄을 섰고, 이 때문에 인근 카페가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경성대 앞에서는 컴포즈커피가 등장해 화제몰이를 했고, 이 두 가게의 성공 이후 2015년 더리터, 2017년 텐퍼센트, 하삼동커피까지 나중에 전국의 저가 커피 시장을 싹쓸이 하는 프랜차이즈들이 부산에서 줄줄이 생겨났다.

이들의 성공은 당시 엄청나게 팽창하던 국내 커피 시장의 밑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던 변화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2010년대 중반은 스타벅스를 필두로 한잔에 3000~4000원대 커피전문점들이 급성장하던 때였는데, 수면 아래서는 카페인 섭취 자체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조용히 커지고 있었고, 1500원짜리 대용량 저가 커피는 이런 소비자들의 숨겨진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거다.

[텐퍼센트 관계자]

2세대 커피는 저가 대용량 커피 그러니까 카페인을 섭취하는 문화 중심으로 조금 변화했었거든요”
[신혜경커피아카데미 대표]

저가가 시대적인 흐름으로…비싼 커피를 먹기는 좀 부담스럽고 이런 차원에서 저가를 찾았을 거라는 생각”

그렇다면 왜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니라 부산에서 저가 커피 브랜드들이 발전하게 됐을까. 일단 전문가들은 부산항의 존재를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

국내에서 사용하는 커피 생두의 96%는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부산에선 신선하고 품질 좋은 원두를 200g 기준 3000원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저가 커피가 발전할 토대인 셈.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원두공급업체가 아예 저가 커피시장에 뛰어든 게 컴포즈 커피였다.

[텐퍼센트 커피 관계자]

“부산이 최대 무역항이고 생두를 직접 수입하다 보니까 물류비 절감이라든지 그리고 신선한 원두를 조금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라는 것들이 경쟁력으로…”

부산에 고급커피를 의미하는 스페셜티 카페가 발달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다. 부산에선 고급 원두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보니, 부산 저가 커피 매장에서는 서울의 스페셜티 카페에서처럼 원두를 고를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부산 사람 중에는 왜 서울에선 원두를 못 고르냐고 불평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꼽는 게 관광도시라는 부산의 특징이다. 부산은 관광지인 동시에, 대도시 인프라가 갖춰진 여행도시여서, 유동인구가 많고, 지역 카페들이 입소문을 타기좋다.

하삼동 커피의 경우도 개인 카페로 시작해 입소문을 통해서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한 케이스. 부산시는 이걸 활용해 다양한 카페 거리를 조성했는데 그 중 전포카페거리는 뉴욕타임스에 소개되기도 했다.

[텐퍼센트커피 관계자]

부산에는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브랜드들을 체험하고 검증받을수 있는…고객의 반응이 좋다라고 하면 그런 성공적인 모델을 바탕으로 해서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국의 확장이 용이한

부산대 경성대 등 대학이 많아서 트렌드에 민감한 도시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트렌드에 민감한 한국을 아시아 시장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듯, 서울에 진출하기 위한 실험대로서 부산만한 곳이 없다는 것.

실제로 부산 대표 저가 커피브랜드의 1호점은 저렴한 대학가 상권이나 관광객이 몰리는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런 부산의 장점은, 단지 커피에만 적용되는 건 아니어서, 전국적으로 성공을 거둔 가성비가 좋은 프랜차이즈들 상당수가 부산에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건 아는 사람들만 아는 건데, 부산 바리스타들의 커피부심이 대단하다고.'세계바리스타대회' 우승자 2명이 부산 출신이고, 이 두 사람이 일하는 까페가 2022년 받은 상은 커피계의 아카데미상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상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봉준호 손흥민급 월클이라는 얘긴데, 다음번 부산 가면 부산의 월클 커피부심 확인하러 까페투어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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