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무비자 입국'이라는 독보적 이점을 앞세워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았던 제주도. 그러나 정부가 오는 3분기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한 비자 한시 면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제주만의 경쟁력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내국인 방문객 감소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관광의 핵심이었던 중국 관광객마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며 제주 관광업계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총 50억 원 규모의 관광 활성화 대책 ‘제주의 선물’을 내세워 대응에 나섰다.
한때 제주도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한국’이라는 확실한 매력으로 각광받았다.
실제로 올해 1월 기준,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중국인이었을 정도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프리미엄이 서울, 부산, 인천 등 다른 지역에도 확대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한류와 쇼핑의 메카로 자리잡은 수도권 지역에 관광 수요가 몰릴 경우, 제주는 단체 관광객 유치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제주 관광업계는 “중국인 관광객이 빠져나가면 숙박업소와 식당, 관광 시설 전반에 걸쳐 타격이 클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제주도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제주의 선물'이라는 이름의 이번 지원책은 총 5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로, 여행객 유입 장려와 관광 소비 촉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수학여행 유치 정책이 대폭 강화됐다. 기존보다 문턱을 낮춰 10명 이상의 학생 단체만 되어도 안전요원 고용 지원금 100만 원을 받을 수 있고, 사전 예약 없이 한라산 탐방이 가능하도록 했다.
단체 유치 인센티브도 눈에 띈다. 자매결연 및 협약을 맺은 국내외 단체가 20명 이상 제주를 찾으면 1인당 3만 원(최대 600만 원)이, 15명 이상인 동문회나 동창회에는 최대 200만 원까지 지원된다.
또한, 항공편 부족으로 제주 방문이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선박을 통한 단체 방문객에게는 최대 15만 원의 교통비도 제공한다.
단순한 비용 지원을 넘어, 제주도는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감성형 관광 정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와의 약속’ 캠페인이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이 자연 보호와 지역 문화 존중 등을 서약하면, 추첨을 통해 지역화폐 ‘탐나는전’, 항공권, 숙박권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단순히 여행을 소비하는 차원을 넘어 제주와의 정서적 유대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 방식이다.
또한 디지털 관광증 발급자를 대상으로 7월부터 본격 운영되는 ‘제주형 원패스’ 프로그램도 주목할 만하다.
이 원패스는 교통, 숙박, 체험 등을 통합한 일종의 종합 패키지로, 해당 상품 구매 비용의 50%를 제주도가 지원한다.
관광객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다양한 지역 자원을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돼, 보다 깊이 있는 여행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관광 수요 회복을 위한 전략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관광공사는 내외국인 모두를 겨냥한 여행상품 공모전을 다음 달 11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공모는 단순한 여행 패키지가 아닌, 최근 트렌드를 반영한 테마형 콘텐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여행, 미식 중심의 식도락 투어, 특별한 순간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리마인드 웨딩 여행 등, 감성적이면서도 개인 맞춤형 여행 수요를 겨냥한 아이디어들이 주를 이룬다.
이처럼 제주도는 위기 속에서도 단순히 과거의 관광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다양한 계층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
이는 제주 관광 산업이 단기적인 중국 관광객 쏠림 현상에만 의존하지 않고, 보다 지속 가능한 구조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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