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연, 연필 하나에 담은 우리네 삶과 시대정신

경향아티클 주혜진 기자 2013. 6. 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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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사이드 갤러리 < 원석연 화집 발간 및 10주기 추모전 >

작고 10주기를 맞아 '연필화가'로 알려진 원석연 화백(1922-2003)의 삶과 작품세계를 기리는 전시가 오는 7월 28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아트사이드 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원석연 화백은 종이와 더불어 미술 작품 제작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재료인 연필만을 사용해 궁극의 경지에 오른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연필의 선에는 음(音)이 있다. 저음, 고음이 있고, 슬픔도 있고 즐거움도 있다. 연필 선에도 색(色)이 있고, 색이 있는 곳은 따사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기쁨도 있다."는 작가노트에서처럼 실제로도 원석연의 그림엔 흑연이 만들어내는 찬란한 표현 가능성을 찬미했고, 그것을 통해 다양한 인간 감정들을 배어들게 했다.

평생 연필이라는 하나의 재료에 천착해서인지 깊이 역시 남다르다. 단순히 대상을 재현〮묘사하는 차원을 넘어, 연필 선의 강과 약, 농도나 밀도를 표현 대상에 맞게 달리함으로써 윤곽과 질감, 양감까지도 표현해 냈고, 양미리(생선), 개미, 가위, 담배, 새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민적인 사물을 소재로 삼으면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이중 원석연의 이름을 알리게 된 < 개미 > 연작은 6・25 전쟁 이후 어렵고 굶주리던 1960년대 서민들의 삶을 은유한 듯 수백, 수천 마리의 개미들이 떼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담고 있어 암흑의 시대를 담담하게 헤쳐 나가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원석연. 개미. 종이에 연필. 30×28cm. 1976

황해도 신천에서 출생한 원석연은 15세 때 일본으로 건너가 그림을 배웠으며, 22세에 귀국한 뒤 미국공보원에서 근무하며 주로 초상화를 그려 생계를 유지했다. 1947년 첫 개인전을 열었고, 1963년 미국 리처드 닉슨의 초상화를 제작한 이후 본격적으로 '연필화가', '개미화가'로써 명성을 날렸다. 그러던 중 지병인 간암으로 인해 지난 2003년 81세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생전에 그는 재물이나 명성에 초연한 채, 꿋꿋이 예술의 길을 갔던 것으로 유명하다. 한마디로 가난하고 고독했고, 세상은 그를 외곬수라 칭했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않은 채 외부적 가치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맞바꾸지 않았다. 그렇게 초연하고도 청렴한 삶의 방식이 그의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래서일까, 그가 남기고 간 작품 또한 그의 삶처럼 구체적 묘사나 화려한 표현이 없음에도 깊은 여운과 감동을 전달하고 있다.

원석연. 호미. 종이에 연필. 30×41cm. 1974

한편 전시에 맞춰 열화당 문고에서 발간된 화집 『원석연』도 선보인다. 이 화집에는 그의 화업 60년을 증언하는 대표작 145점과 미술평론가 유준상, 이경성, 이구열, 윤범모, 오광수, 홍경한 등이 집필한 평론, 그리고 부산 공간화랑 대표 신옥진, 겸재정선기념관장 이석우 등이 1970년대부터 최근까지 발표했던 회고문을 비롯해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 등이 담긴 화집(열화당)도 선보인다. 이 화집은 그의 작품의 재료적 측면 보다는 원화백이 바라본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과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 왔는지에 대한 미술사적 의의에 더 중점을 두고 기획되어 눈길을 끈다.

< 경향아티클 주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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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미술가 열전(60) 원석연 편 연필화에 목숨을 건 화가. 지독한 연필주의자. 연필그림만 60년을 그린 원석연은 오로지 연필로만 그림을 그린, 한국 미술사에서 아주 특별한 존재입니다. 생의 대부분을 전업 화가로 살면서 개인전이 아닌 그룹전과 단체전에 일절 출품하지 않았죠. 원석연이란 이름은 잘 몰라도 ‘개미 화가’ 하면 무릎을 탁 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원석연이란 이름을 유명하게 만든 것이 바로 개미 그림이었거든요. 원석연의 개미그림은 단순한 드로잉이나 스케치 수준이 아닙니다. 화면의 크기에 놀라고, 미친 디테일에 또 한 번 놀라게 되죠. 언젠가 원석연의 전시회가 꼭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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