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개발 플랫폼 '엔비디아 코스모스' 공개 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로봇공학 권위자인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 현장에서 <블로터>와 만나 "(코스모스는)로봇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구하기 힘드니까 시뮬레이션으로 데이터를 얻는 개념"이라며 "(사람처럼) 키가 큰 2족 보행 휴머노이드는 실제 공간에서 정교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작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람과 똑같이 행동하는 휴머노이드는 실제 모션 데이터를 학습해야 한다는 뜻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코스모스를 처음 공개했다. 코스모스는 엔비디아의 기존 디지털트윈 플랫폼 '옴니버스'와 연계돼 실제 모습을 복사한 가상 공간에서 합성 데이터를 만든다. 예를 들어 디지털트윈으로 만든 도시에서 화창한 날씨, 중앙에 분수가 있는 거리, 유럽 스타일 도시, 하늘에 오로라가 보이는 도시 등 다양한 모습으로 데이터를 합성하는 식이다.
그동안 로봇 개발은 학습 데이터 부족으로 인해 한계에 부딪혔다. 엔비디아는 옴니버스와 코스모스로 합성 데이터 수백만 개를 만들어 로봇을 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관해 홍 교수는 "합성 데이터 학습으로 움직임이 보장된 로봇은 제한된 공간에서 반복 작업을 하는 비교적 단순한 로봇에 한정될 것"이라며 "합성 데이터로 진짜 휴머노이드를 움직인 학술적 성공 사례가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다관절 제조 로봇엔 일정 수준까지 코스모스로 만든 데이터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반면 휴머노이드는 사람의 일상에 보급돼야 하는데, 합성 데이터 학습으로 변화무쌍한 실제 세계에서 움직일 수 없다는 평가다.
로봇이 딥러닝과 만나 사람과 더욱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딥러닝은 AI가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해 사람처럼 인지·추론하도록 한다. 홍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면 성능을 높이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이 예측할 수 없는 행동 변수가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관해 홍 교수는 "로봇이 스스로 해낸 학습을 다르게 말하면 사람이 작동 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딥러닝 로봇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사람이 쉽게 고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홍 교수는 "합성데이터를 학습한 휴머노이드 개발 불가능을 단정 짓는 것이 아니다"면서 "만약 성공하면 아주 큰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홍 교수는 CES 2025가 열린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에 있는 바디프랜드 전시관을 찾아 헬스케어 로봇에 관해 강연했다. 홍 교수는 헬스케어 로봇 가전 기업을 지향하는 바디프랜드의 글로벌 엠배서더를 맡았다. 이날 <블로터>와의 인터뷰는 강연을 마친 뒤 진행됐다.
홍 교수는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와 로봇매커니즘연구소 로멜라의 소장을 겸임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자율 주행 자동차, 드리블하는 로봇 '다윈', 헬륨가스 풍선으로 만든 로봇 '발루' 등을 개발해 이름을 알렸다.
라스베이거스(미국)=윤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