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동상은?
지역별 설치 인물 차이
예산 천차만별
전국 곳곳에 세워진 실존 인물 동상이 215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 독재, 민주화 등 현대사의 격변을 지나며 동상은 누군가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상징이 되어 왔다. 최근 30여 년간 어떤 인물이 가장 많이 기려졌을까.
아시아경제가 1990년부터 2025년 4월까지 포털사이트와 지방자치단체 누리집 등을 통해 실존 인물 동상 제막식 기록을 전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국에 세워진 동상은 총 215개로 집계됐다. 가장 많이 세워진 인물은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로, 서울(2개), 경기(3개), 광주(1개), 전북(1개), 전남(1개) 등 전국에 걸쳐 총 8개의 동상이 설치됐다.
공동 2위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이순신 장군이다.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대부분 경북 지역에 집중됐다. 고향인 구미시에 2개가 세워졌고, 포항, 경주, 안동에 각각 1개씩 설치됐다. 경주시의 동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함께 있는 형태였다. 최근 논란이 된 동대구역 동상도 포함된다.
단, 학교 등에 설치된 동상은 이번 조사에서 제외돼, 구미초등학교와 영남대에 있는 동상까지 포함하면 총 8개로 안중근 동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이순신 장군 동상은 총 6개로 확인됐다. 명량대첩의 현장인 전남 해남 울돌목 인근에 3개, 유년기를 보낸 것으로 알려진 충남 아산에 2개, 한산도 대첩이 있었던 경남 통영에 1개가 설치돼 있다.
이 외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 세종대왕, 유관순 열사, 전봉준 의병장, 추사 김정희 선생의 동상이 각각 3개씩 세워졌다. 김 전 대통령의 동상은 모두 전남 지역에 설치되어 박 전 대통령의 동상이 경북에 집중된 것과 대조적인 분포를 보였다.
동상의 대상이 된 인물의 출생 연도를 분석한 결과, 가장 오래된 인물은 기원전 66년생으로 알려진 소서노 여왕이다. 그녀의 동상은 충북 음성군에 설치됐다. 반면 가장 젊은 인물은 1985년생 배우 송중기로, 강원도 태백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에 세워진 송송 커플(송중기·송혜교) 동상에서 등장한다.
동상 건립에 투입된 예산은 동상마다 큰 차이를 보였다. 예산 규모를 확인할 수 있었던 60개 동상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경북 안동시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은 건립추진위원회가 모금한 금액만 20억 원에 달했다.
충청남도 아산시에 조성된 이순신 장군 동상 역시 주민 성금을 포함해 총 15억 원이 투입됐다. 반면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는데, 2005년 전남 구례군에 설치된 명창 송만갑 선생 동상은 3,500만 원, 2019년 경기도 이천시에 세워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 동상은 5,700만 원이 들었다.
생존 인물을 기린 동상도 일부 포함됐다. 지역 출신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이 주 대상이다. 예컨대 김포시에는 이회택 전 축구 감독, 인천 중구에는 김남일 선수, 전남 완도군에는 최경주 골프선수의 동상이 세워졌다.
강원 영월에는 유오성 배우 동상, 태백시에는 송송 커플 동상, 장성군에는 임권택 감독 동상, 춘천시에는 드라마 ‘겨울연가’로 유명한 배용준·최지우 동상도 있다. 정치인 중에는 경주에 세워진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 음성군에 설치된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동상 등이 있다.
전쟁영웅이나 군인들도 다수 포함됐다. 이순신, 계백 등 전투 지휘관 동상이 21개, 군인 동상이 8개로 조사됐다. 6·25 전쟁과 남북 대립 시기를 배경으로 한 동상도 눈에 띄는데, 경기 김포시의 이희복 용사나 충북 괴산군의 서형원 소령처럼 특정 전공(戰功)을 기리는 동상도 있다. 외국인을 기리는 동상도 전국에 다수 세워져 있다. 부산 남구에는 전쟁고아를 돌본 리처드 위트컴 장군 동상이, 평택에는 미 8군 사령관이었던 월튼 워커 장군 동상이 설치돼 있다.
이처럼 동상은 단순한 기념물을 넘어, 시대별로 기리고자 하는 인물상과 지역 정체성, 그리고 정치적 배경까지 반영하는 사회적 상징으로 기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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