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룡의 '셜록 홈즈, AI와 만나다']
'셜록 홈즈' 연재를 시작하며
어렸을 적 추리소설에 푹 빠졌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주인공들과 함께 복잡하게 얽힌 사건 속에서 단서를 찾고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마치 탐정이 된 듯한 성취감과 짜릿한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에르퀼 푸아로(Hercule Poirot), 아르센 뤼팽(Arsène Lupin) 등도 좋았지만 셜록 홈즈(Sherlock Holmes)가 최고였다. 담뱃재와 발자국, 작은 지문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관찰하며 논리적 추론으로 진실을 밝혀내는 그의 능력 때문이었다.
2002년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즈 전집이 국내에서 완역 출간됐다는 소식은 감격 그 자체였다. 단숨에 아홉 권 모두를 휘몰아 읽으며, 홈즈의 치밀한 추리 과정과 독특한 사고방식에 다시 한번 매료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연역법, 귀납법, 가설-연역법, 귀추법 등 홈즈의 다양한 추리 기법을 깊이있게 분석해 책으로 써보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꿈은 그러나 오랜 시간 내 To Do List의 저 아래 방치되었다. 바쁜 일상을 핑계 삼는 게으른 천성 탓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말 정년퇴직을 하면서 바쁘다는 핑계를 더 이상 댈 수 없게 됐다. 게다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우리 일상과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은 이 칼럼을 쓰고 싶은 또 하나의 이유가 됐다.
Chat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명확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암묵적 지식’이 필수적이다. 암묵적 지식이란 경험과 학습 과정에서 쌓인 지혜로, 인간이 가진 복합적인 판단 능력을 말한다. (『인공지능 덤비지 말라고? 판단능력은 사람이 이긴다』 매일경제, 2023.10.11.) 이 점에서 홈즈의 다양한 추론 방법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은 AI의 효율적 활용을 위한 첫걸음이라 할 것이다.
앞으로 칼럼은 셜록 홈즈의 다양한 논리적 추론법을 그의 작품에 나온 구체적 사례를 들어 설명하고 흥미롭게 분석한다. 이어 이런 기법들이 현대의 AI 기술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또한 어떻게 활용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제시한다. 특히 일상에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고자 할 때 AI와의 효과적인 협력 방법을 단계별로 안내하여,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얻도록 글을 전개해가겠다.
셜록 홈즈와 그의 논리적 추론법
셜록 홈즈 소개
아서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전집은 현대 추리소설의 전형을 확립한 걸작이다. 특히 홈즈의 독특한 캐릭터와 탁월한 추리 능력은 문학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수많은 탐정 소설과 캐릭터의 원형이 되었다.
셜록 홈즈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런던의 어두운 뒷골목을 배경으로 활동하는 사립탐정이다. 그는 베이커가(街) 221B번지의 아늑한 집에서 의사이자 친구인 존 H. 왓슨 박사와 함께 지내며 수많은 복잡한 사건들을 해결한다.
셜록 홈즈에게는 '마이크로프트'라는 형이 있다. 마이크로프트 홈즈는 정부 고위직의 비밀스러운 인물로, 셜록의 탁월한 지적 능력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묘사된다. 그는 셜록보다 더 뛰어난 추론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활동적인 성격이 아니라 사무실 밖을 나서는 일이 드문 인물이다.
셜록 홈즈의 성격은 냉철하고 논리적이다. 사건을 분석할 때 항상 감정보다는 이성과 논리를 우선한다. 그렇지만 때로는 인간적인 면모도 드러낸다. <보헤미아 스캔들>에서 만난 아이린 애들러에게는 감정적인 동요를 보이기도 한다. 종종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생각에 잠기거나, 때로는 약물에 손을 대기도 한다. 이런 복잡한 모습이 그를 더욱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며,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셜록 홈즈가 가진 가장 뛰어난 능력은 바로 예리한 관찰력이다. 다른 사람들이 지나칠 수 있는 아주 하찮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미세한 단서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체 모습을 그려낸다. 홈즈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첫 번째 열쇠인 것이다.
그는 연역법, 귀납법, 가설-연역법, 가추법, 귀추법, 제거법 등 다양한 논리적 추론법을 사건의 성격과 상황에 맞춰 자유자재로 융합하여 최적의 해결책을 찾아낸다. 특히, 일반적인 원리에서 시작해 특정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연역법을 잘 활용해 명쾌한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의 방대한 전문지식 또한 추리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화학, 해부학, 범죄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이를 효과적으로 추리에 적용한다. 또한 엄청난 기억력을 가지고 있어 과거의 사건과 단서들을 정확히 기억하고, 필요한 순간에 이를 활용하여 사건 해결의 열쇠로 삼는다.
홈즈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은 매우 체계적이다. 사건의 단서들을 모아 여러 가지 가설을 설정하고, 이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검증한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편견을 철저히 배제한 채, 오로지 객관적인 증거와 논리에 따라 사건을 분석한다. 또한 기존의 사고 틀에서 벗어난 독창적인 접근 방식으로 사건을 바라보고 해결한다.
이러한 셜록 홈즈의 매력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재해석돼 수많은 탐정 캐릭터와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의 <탐정 갈릴레오(探偵ガリレオ)> 시리즈에 등장하는 유가와 마나부(湯川学)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하는 홈즈의 가설-연역법을 명확히 계승하고 있다. 영국 BBC 드라마 <셜록>에서 베네딕트 컴버배치(Benedict Cumberbatch)가 연기한 현대의 홈즈는 스마트폰, 인터넷, 데이터 분석 기술 등 현대적 도구를 활용한다. 하지만, 원작의 핵심인 연역적 사고, 날카로운 관찰력, 특유의 논리적 추론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여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하(下)편으로 이어짐
※ 박승룡은 언론사, 홍보대행사, 대통령비서실, 콘텐츠 진흥기관 등에서 일하면서 논리적이고 통찰력 있는 사고(思考)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셜록 홈즈 추론 방식이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정년퇴직 후 'Sherlockian Way of Thinking'을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