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순대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장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야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내장 요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유일하게 먹는 걸 꼽자면 순대 정도는 가끔 먹는다. 흔한 말로 초딩 입맛이다.
순대는 정확히 군대 들어가서 처음 먹어본 음식이다. 당시에는 외박이나 휴가를 나갔다가 부대 복귀할 때 순대를 사와서 부대원들과 같이 먹는 게 관례였다. 부대에서 처음 먹어본 순대 맛은 ‘피맛’ 같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리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지는 않다.
그 이후로도 틈틈이 순대를 먹을 일이 있을 때면 한 두개씩 집어먹을 수 있는 용기는 생겼다. 하지만 머리가 희끗해진 요즘도 순대는 기호식품은 아니다. 그럼에도 요즘 같은 날씨에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바로 순대국의 그 뜨끈함과 얼큰함이다.
내가 사는 동네에 줄 서는 순대국집이 있다. 가양역에서 걸어서 10분이면 올 수 있는 거리다. 차 타고 지나가며 한 번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우연찮게 주말에 가족과 가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이른 시간이었는지 우리가 갔을 때는 웨이팅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식당 입구 오른쪽에는 야외 주방이 따로 있는데 커다란 솥단지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사골국을 끓이고 있다. 밖에는 등촌 직영점과 마곡본점, 목동점 3군데가 있다고 쓰여 있다. 식당 내부는 그리 넓진 않다. 테이블은 열 개 남짓 되는데 간격을 넓게 배치해 그리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우선 벽에 걸린 메뉴판을 봤다. 순대국이 9천원이고, 순대 한접시는 6천원이다. 가성비 최고의 가격이다(우리가 사진을 촬영한 것은 일 년 전이라 지금은 금액이 1천원씩 올랐다.) 순대국을 주문하고 밑반찬이 깔렸다. 배추김치와 석박지, 부추, 찍어먹을 수 있는 양파와 고추, 마늘, 그리고 첨가해 먹을 수 있는 새우젓과 청양고추가 나왔다. 그리고 테이블마다 들깨가루와 국물이 가득 든 새우젓 용기가 있다.
주문하자마자 얼마되지 않았는데 순대국이 배달됐다. 난 순대국을 주문할 때는 항상 ‘순대만’을 시킨다. 그렇지 않으면 머릿고기가 같이 나오는데 내 취향이 아닌 까닭이다. 순대국을 휘저었더니 순대가 십여 개 들어있다. 일반 순대국을 시킨 아들 그릇에는 고기도 제법 많이 들어있다. 난 여기에 부추와 함께 들깨가루를 듬뿍 넣어서 먹는다.
우선 국물을 한 숟갈 떠서 입에 털어 넣었다.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느껴지지 않는다. 들깨가루를 많이 넣어서 그런지 국물도 담백하고 고소하다. 순대에서 피맛도 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곱창이나 내장 요리를 먹을 때 쿵쿵한 냄새가 나야 맛있다고 하는데 난 그런 냄새가 나지 않는 게 좋아하는 맛이다. 언젠가 한번 새벽에 해장하기 위해 들어간 유명한 순대국집의 순대국에서는 쿵쿵한 향이 올라와 한 숟갈 떠먹고 자리에서 일어난 기억이 있다. 혹시나 담백한 순대국을 원한다면 이 식당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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