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트레인이 바뀌어도 본질은 그대로
The all-new Mercedes-Benz G 580 with EQ Technology Edition One
사실 좀 놀라웠다. 전기로 달리는 지바겐(G-Wagen)이라니. 더 놀라운 사실은 내연기관 지바겐의 오프로더 성격을 전기차에도 그대로 구현했다는 거다. 전기차에만 있는 주행 성능도 갖췄다. ‘G-스티어링’이 오프로드 주행 시 회전 반경을 크게 줄여주고, ‘G턴’으로 제자리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차체를 돌릴 수 있다. 이런 특징은 좁고 굽이진 산길을 주행할 때나 험지를 탈출할 때 유용하다.최신 기술은 오프로드 주행을 더욱 쉽게 만든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오프로드 콕핏 버튼을 누르면 주행 상태가 디스플레이에 뜨는데, 현재 구동력 배분과 차체 기울기 상태, 서스펜션 상황 등 주행에 필요한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다. 카메라 기능도 인상적이다. 360도 카메라를 달아 주행 중 앞뒤 좌우를 한눈에 살피는 것은 물론, 투명 보닛 카메라로 잘 보이지 않는 차체 아래와 바로 앞 상황까지 확인할 수 있다. 운전대를 꺾으면 바퀴 진행 방향까지 표시되니 나아가기를 주저할 필요가 없다.오프로드 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측면 경사로에 올랐을 때다. 여느 오프로더들은 30도 이내를 유지하는 반면, 전기로 달리는 지바겐은 35도에 육박한다.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의 활약도 이유지만, 가장 큰 요인은 차체 바닥에 깔린 배터리다. 무거운 배터리가 무게중심을 낮춰 좌우로 기울어도 안정적인 기분이 든다.주행에 아쉬운 점은 없다. 온로드에서든, 오프로드에서든 최고 성능을 발휘하니까. 유일하게 마음에 걸리는 건 뒤에 달린 스페어타이어 박스다. 지바겐의 내연기관 버전에는 스페어타이어가 있는데, 전기차 버전에는 그 대신 충전 커넥터가 들어가 있다. 박스 모양도 내연기관 버전은 둥글지만, 전기차 버전은 모서리가 둥근 네모난 형태다. 전기차라고 오프로드에서 타이어가 터지지 않는 것도 아닐 텐데, 왜 그랬을까? 다만 험한 오프로드보다 강남 번화가에서 지바겐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한국 시장을 위한 것이라면 이 또한 문제되지 않는다. _김선관(자동차 칼럼니스트)
세상이 변했는데, 로터스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
Lotus Emeya S
‘궁극의 하이퍼 GT 국내 상륙’. 로터스자동차코리아가 에메야를 국내 출시하며 내세운 코멘트다. 오랜 시간 자동차 관련 글을 써온 입장에서 ‘하이퍼 GT’는 참으로 로터스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로터스는 높은 출력을 추구하기보다는 극단적으로 차체 무게를 줄여 퍼포먼스와 운전의 즐거움을 추구했던 브랜드고, 그래서 그들의 역사엔 경량 로드스터가 많다. 그런데 하이퍼 GT라니. 그랜드 투어링은 먼 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리는 자동차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선 대용량 엔진을 얹고 차체를 키워야 한다. 당연히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에메야 S처럼.2.5톤이 훌쩍 넘는 무게도, 차체 길이가 5m가 넘는 4도어 대형 세단도, 그리고 전기차도 로터스에서는 지극히 낯설다. 이런 낯섦은 차를 타는 내내 이어진다. 조용하고 편하며 안락한 느낌. 모든 대형 세단, 특히 전기 세단이 추구하는 가치일 것이다. 이런 가치를 로터스에서 추구한다는 것도, 그 가치를 잘 표현했다는 것도 신기하다.에메야 S의 낯섦을 무시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로터스 브랜드를 의식하지 않으면 된다. 새로운 브랜드, 새로운 전기차라 생각하고 에메야 S를 대하면, 제품으로서 가치가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당연히 조용하고 승차감은 진중하며 속도는 미친 듯이 빠르다. 그러면서 굉장히 안정적이다. 심지어 고급스럽기까지 하다. GT카로서 가치만 놓고 보면 훌륭한 구성이다. 어쩌면 이 차에는 로터스의 역사와 철학 같은 건 남아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로터스의 역사는 내연기관의 역사였고, 새로운 로터스는 전기차 세상을 힘차게 유영하고 싶어 한다. 세상이 변한 만큼 로터스도 변하는 게 당연하다. 전기차 세상에서 창립자 콜린 채프먼의 고루한 유산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_이진우(자동차 칼럼니스트)
잘생기기만 한 줄 알았더니
Polestar 4
폴스타는 2017년 볼보에서 독립한 후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서 입지를 빠르게 다져왔다. 얼마 전까지 CEO를 역임한 토마스 잉엔라트가 디자이너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 혁신을 가미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은 폴스타가 내세우는 강력한 무기다. 폴스타 4에도 그런 강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볼보의 디자인 시그너처 ‘토르의 망치’ 대신 ‘듀얼 블레이드’ 헤드라이트를 도입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공고히 했다. SUV 쿠페지만 언뜻 세단처럼 느껴지는 건, 넓고 긴 차체에 비해 높이가 낮아서다. 뒷유리가 없는 디자인도 특별하다. 유려한 루프 라인을 만들어내면서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 어떻게 운전하나 싶지만, 리어 뷰 카메라와 디지털 룸미러로 선명한 후방 시야를 제공하는 것이 과연 폴스타답다.내부는 태양계에서 영감받은 앰비언트 조명이 첨단 우주선 같은 분위기를 강조한다. 1열에서 눈에 띄는 물리 버튼은 볼륨 다이얼뿐, 거대한 디스플레이로 차량의 거의 모든 기능을 조작한다. 2열은 성인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넉넉하고, 등받이 각도를 전동으로 조절할 수 있어 쾌적하다. 적재 공간도 충분해 패밀리카로 손색없다. 모양새에 신경 쓰느라 실용성을 챙기지 못한 우를 범하지 않았다.주행 경험도 기대 이상이다. 시승 차량은 싱글 모터를 탑재한 후륜구동 방식으로 최대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343Nm를 발휘한다. 대단한 스펙은 아니어도 밟으면 밟는 대로 경쾌하게 나아가는 것이 일상 주행용으로 제격이다. 회생제동을 끄면 내연기관차처럼 움직이는데, 전기차만 타면 속이 울렁인다던 동승자도 무난하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적당히 단단한 서스펜션이 낮은 무게중심과 맞물려 안정적 코너링을 실현한다.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511km로, 국내에 시판 중인 전기 SUV 중 가장 길기까지. 폴스타가 ‘잘생김’ 외에도 눈여겨볼 요소가 많다는 사실을 폴스타 4로 알았다._황제웅
에디터 황제웅(jewoong@nobles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