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에 보일러 하나 놔드려야겠어요

조회 1652025. 4. 15. 수정

이 사진을 보라. 극지연구소의 남극과학기지 파견 대원 모집 공고인데,

보일러 관리 임무가 있고 급여도 상당하다.

추운 남극이니만큼 따뜻한 보일러가 정말 중요할 거 같긴 하다. 문득 지난겨울 우리 집 난방비 폭탄이 떠오르면서 남극세종과학기지는 난방비가 얼마일까 궁금해지는데.

이메일로 ‘남극세종과학기지는 난방비가 얼마나 나오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세종기지는 난방비가 따로 들지 않는다.세종기지를 총괄하는 극지연구소에 직접 물어봤다.

[극지연구소 강민구 실장]

따로 난방을 위해서 에너지원을 쓰는 게 아니라 기지는 사실은 약간 고립된 곳에 있다 보니까 그 안에 발전기를 따로 운영을 해요. 그러니까 꼭 열과 상관없이 그 기지 설비를 구동하기 위해서 발전 시스템을 갖고 있는 거죠.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 발전기를 돌리면 그 과정에서 열이 발생을 합니다. 그래서 그 열을 쓰는 거라 난방과 이런 걸 다 구분하기가 조금 애매해요.

그러니까 정확히는 기지 유지를 위한 전력 발전 중에 부수적으로 생기는 폐열을 온수와 난방에 재활용하는 방식의 열병합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에난방만을 위한 별도의 금액은 들지 않는 것.

그럼 발전기를 운영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세종기지 발전기는 디젤로 가동되는데,남극의 추운 기후에도 잘 버티도록 어는점을 낮추는 첨가제가 들어간 특수한 디젤을 쓴다. 세종기지는 이런 디젤을 연간 약 38만ℓ 정도 사용한다.

그런데 이 디젤이 좀 특수하기도 하고, 남극까지 옮겨야 하는 문제도 있고, 가격도 워낙 유동적이라정확한 비용을 추산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현재 세종기지에는 상용발전기 3대와 비상발전기 1대가 있는데, 대당 275㎾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생긴 폐열을 열교환기로 모으고, 송풍기를 통해 기지 각 동에 전달한다.

이렇게 보낸 열을 여러 방법으로 난방에 사용하는데, 난방기기로는 주로 라디에이터를 쓴다. 그리고 발전기에 문제가 생겨 난방이 안 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전기 및 경유 스토브도 항시 준비해 둔다

이런 열병합 시스템이 가능한 건 발전기 가동 과정에서 생기는 폐열의 회수율이 워낙 높기 때문이라고.폐열 회수 방식을 쓰면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아울러 기지 설비 자체도 보다 단순해진다.

자체 난방 시스템 덕에 세종기지 내부는 항상 20~25도 사이가 유지된다고 한다. 기지 내부에서는 아예 반팔을 입고 생활할 수 있을 정도라고.

남극 가장자리에 위치한 세종기지는 사실 연평균 기온이 영하 1.8도 정도로, 생각만큼 춥지는 않다고 한다. 하반구의 여름인 12월 무렵에는 평균 기온이 영상까지 올라가고, 심지어 10도 이상의 기온을 기록하는 때도 있다고. 같은 시기 서울보다도 따뜻한 셈.

물론 남극의 겨울인 6~8월에는 기지 주변 기온이 영하 25도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난방 시스템이 필수다.동파 방지와 기지 내부 온실 운영을 위해 난방은 365일 내내 가동된다.

이렇다 보니 난방을 관리하는 기계설비 기지 유지보수 대원들은 1년 내내 기지에서 상주하는 월동대원으로 파견된다.그리고 모두 관련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로 꾸려진다.

[극지연구소 강민구 실장]

기지 같은 경우는 어쨌든 뭐가 문제가 생겼다고 해서 AS를 받거나 외부 도움을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까 이제 그런 장비들 설비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분들이 보통 가신다라고 보시면 돼요.

앞에서 언급한 채용 공고에도 기계설비 대원들은 최소 5년 이상의 경력과 에너지관리기능사, 공조냉동기계기능사 등 각종 관련자격증을 최소 2개는 필수로 가지고 있어야 지원 가능하다고 되어있다. 허들부터 굉장히 높은데, 경쟁률도 어마어마하다고.

기계설비 말고도 중장비, 발전, 전기설비, 전자통신, 조리 등다양한 분야의 베테랑들이 월동대로 파견돼 세종기지를 유지보수한다. 이 월동대원들은 연구인력까지 포함해 약 18명 정도로, 기지에서 1년간 상주한다. 그리고 여름인 12월부터 2월까지는 약 100명의 하계연구대가 추가로 파견된다.

아무튼 이런 시설관리 대원들 덕에 세종기지가 차질없이 운영되고, 한국의 극지 연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연구를 위해 험난한 극지에서 묵묵히 힘써주는 대원들 정말 존경스러운데, 왱구님들도 마음을 모아 그들을 응원해주시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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