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관광지를 벗어나 조용하고 깊이 있는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경주의 벚꽃 길은 가장 따뜻한 선물이 됩니다.
소개할 세 곳은 단순히 벚꽃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경주의 고즈넉한 문화유산과 봄의 정취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입니다.
경주의 동남산 양피저수지, 금척리 고분군, 그리고 무열왕릉으로 향하는 길은 모두 걸으며 즐기기 좋은 코스입니다.
동남산 양피저수지
경주의 상징적인 산 중 하나인 남산, 그중에서도 동남산은 봄날 벚꽃을 따라 걷기에 안성맞춤인 숨은 명소입니다. 길게 뻗은 산세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남산 자락에 안긴 작은 연못, 서출지와 양피저수지가 반겨줍니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살짝 피어오르는 양피저수지 주변은 마치 수묵화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연못을 감싸듯 벚꽃이 터널을 이루며 늘어서 있고, 그 아래로는 산책로가 이어집니다.
이곳은 관광객보다 현지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조용한 장소이기에, 북적임 없이 한적하게 벚꽃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금척리 고분군
조금 더 도심을 벗어나 경주 근교로 향하면, 한적한 평지 위에 조용히 자리한 금척리 고분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넓은 들판 위로 30여 기의 낮은 고분들이 크고 작게 흩어져 있는 이곳은, 화려한 신라 왕릉과는 사뭇 다른 소박함을 지닌 장소입니다.
봄이면, 이 고분들 사이사이로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연분홍 꽃잎이 바람 따라 유유히 흩날립니다. 단정히 정리된 산책로는 없지만, 오히려 들길처럼 이어진 길을 따라 자유롭게 걷는 경험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무열왕릉 가는 길
경주 서쪽 끝자락, 서악동에 자리한 무열왕릉으로 향하는 길은 봄이 오면 벚꽃으로 물드는 특별한 산책 코스로 탈바꿈합니다.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능으로 알려진 이곳은 신라 최초의 진골 출신 왕이자, 묘호와 시호를 모두 가진 유일한 인물로서, 그 존재 자체로도 깊은 역사적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봄이면 그 길 위로 화사한 벚꽃이 만개하여 하늘을 덮고, 바닥엔 꽃잎이 수북히 쌓여 마치 분홍빛 융단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능 앞에 세워진 귀부(돌거북)와 그 위에 놓인 이수(머릿돌)는 이 능이 실제로 무열왕의 것임을 입증해 주는 중요한 유물입니다.
Copyright © 여행을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