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넷-볼넷-볼넷-사구→ERA 9.90, 파격지명 언제 빛 보나…“천금 같은 기회인데 그걸 못 잡나” 국민타자도 답답하다
[OSEN=이후광 기자] “천금 같은 기회인데 그걸 못 잡으면 어떻게 하나.”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우완 기대주 김유성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2차전에 선발 등판해 3⅔이닝 3피안타 4사사구 3탈삼진 2실점 82구 부진 속 시즌 3패(무승)째를 당했다.
0-0으로 맞선 1회말부터 제구 난조에 시달렸다. 선두타자 신민재를 9구 승부 끝 볼넷으로 내보낸 뒤 1루주자 신민재를 견제사, 타석에 있던 김현수를 2루수 땅볼 처리했지만, 다시 오스틴 딘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고, 문보경을 만나 12구 끝 간신히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볼카운트 2B-2S에서 7연속 파울로 고전하면서 1회 투구수가 무려 30개에 달했다.
2회부터 일시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2회말 오지환-문성주-박동원을 삼진 2개를 곁들인 16구 삼자범퇴 처리한 뒤 3회말에도 공 15개를 이용해 송찬의, 박해민, 신민재를 연달아 범타로 돌려보냈다. 좀처럼 볼 수 없는 김유성의 2이닝 연속 삼자범퇴였다. 구위 자체가 워낙 좋은 투수라 스트라이크를 던지자 LG 타자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김유성은 여전히 0-0이던 4회말 선두타자 김현수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며 7타자 연속 범타 행진이 끊겼다. 이어 오스틴을 좌익수 뜬공으로 막고 한숨을 돌렸지만, 영점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문보경에게 0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7구 끝 볼넷을 내줬다.
김유성은 1사 1, 2루 위기에서 오지환 싱대로도 0B-2S를 선점한 뒤 5구 끝 1타점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그리고 문성주에게도 초구에 우전안타를 맞았는데 이번에는 우익수 제이크 케이브의 레이저 홈 보살 덕분에 실점을 막았다. 하지만 수비 도움에도 박동원을 사구로 내보내며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이영하에게 아쉽게 바통을 넘겼다. 이영하가 송찬의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주면서 승계주자 1명이 홈을 밟았다.
타선의 빈타마저 겹친 두산은 라이벌 LG에 0-4로 패해 4연패 수렁에 빠졌고, 김유성은 패전투수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선발이 4회를 버티지 못하면서 안 그래도 피로감이 가중되고 있는 불펜투수 6명이 마운드에 올라 13일 뒷문 운영마저 위기에 몰렸다.
김유성은 202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두산 2라운드 19순위로 뽑힌 우완 기대주. 두산은 당시 김유성의 장래성을 높이 평가하며 학교폭력 리스크에도 그를 상위 라운드에서 호명하는 파격을 택했고, 지난해 마무리캠프부터 두각을 드러낸 그에게 전격 5선발 보직을 맡겼는데 4경기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9.90(10이닝 11자책)의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김유성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제구 난조. 4경기 10이닝을 소화하면서 볼넷 9개, 사구 2개 등 사사구 11개를 내줬다. 이닝당 평균 사사구가 1개를 넘는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가 2.10, 피안타율도 .300에 달한다.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 당시 구위가 워낙 좋아 아무 생각 없이 직구만 가운데로 꽂아도 타자들이 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영점을 좀처럼 잡지 못하며 그 좋은 구위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령탑도 김유성의 성장통이 답답하기만 하다. 이승엽 감독은 최근 “이게 얼마나 천금 같은 기회인데 잡지 못하나. 스스로 이를 잡아야 한다”라며 “난 한 번도 김유성에게 타자를 압도하라고 한 적이 없다. 그저 많은 스트라이크를 던져서 싸우라고 했다. 본인의 구위를 믿고 던진 공이 맞으면 납득을 하는데 자꾸 볼이 많아지면서 야수들이 힘들어지고, 경기 시간도 길어진다. 도망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고 쓴소리를 날렸지만, 반등은 없었다.
이승엽 감독은 당시 쓴소리와 더불어 “김유성에게 또 기회를 줄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라는 강력한 메시지도 남겼다. 그러나 또 사사구를 남발하며 김유성이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승엽 감독의 인내심에 점점 한계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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