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혼다 몽키 125
원숭이가 아니라 작은 곰이 생각나는, 패션과 실용성을 모두 챙긴 모터사이클이 등장했다.
글 | 유일한 사진 | 최재혁
필자는 오래전부터 모터사이클을 자동차에 싣고 다니길 원했다. 그러는 이들은 꽤 있는데, 그 경우 선택하는 자동차가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픽업트럭을 선택한 뒤 화물 적재함에 모터사이클을 싣는 경우가 많았고, 그다음으로 선택하는 것이 SUV에 견인고리를 설치한 뒤 트레일러를 연결하고 거기에 모터사이클을 싣는 것이었다. 이상하게 그런 차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필자는, 당시 가지고 있던 '라노스 로미오'에 적재할 수 있는 작은 모터사이클을 찾고 있었다.
그때 맨 처음 알아봤던 모델이 혼다 에이프100이었는데, 이것도 적재하기에는 약간 힘든 면이 있었다. 그러다 찾았던 것이 바로 혼다 몽키. 당시에는 50cc 엔진을 탑재하고 있었고, 크기도 작았기에 사이드미러를 떼면 적재할 수 있을 만했다.
그런데 몽키는 국내에 물량도 적었고, 게다가 상상외로 중고 가격이 비쌌다. 결국 모터사이클 자체를 포기하고 자동차만 즐기다가, 나중이 되어서야 모터사이클을 따로 마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쨌든, 그때부터 몽키는 작으면서도 당당한 모습으로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서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50cc로는 배출가스 규제를 맞출 수 없어 단종이 결정됐다. 그러던 몽키가 불과 몇 개월 뒤에 125cc로 다시 태어났으니 주목을 받을 수밖에.
당시 풀체인지를 단행했던 소형 모터사이클 'MSX 그롬'을 바탕으로 제작된 몽키는 2021년에 한 번 개량을 거쳤고, 지금은 필자 앞에서 시동을 건 채로 대기 중이다. 몸은 커졌지만 형태와 감각은 그때 그대로 아마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몽키 125를 만난다면,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 태어나면서 엄청나게 커졌기 때문이다. 일단 간단하게 언급해 보면, 기존 몽키는 길이 1365mm, 폭 600mm, 높이 850mm로 휠도 8인치를 적용해 아담한 체구였다. 그래서 해치백의 트렁크에는 적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몽키 125는 길이 1710mm, 폭 755mm, 높이 1030mm로 휠도 12인치로 커졌다.
그러니까 아쉽게도 몽키 125는 해치백 트렁크에 적재할 수 없는 크기가 됐다. 이제는 어찌 되었든 박스 형태의 자동차를 사야 한다. 그렇다면 자동차에 싣기보다는 직접 운전하는 용도로 더 많이 사용해야 할 것인데, 과연 어떨까?
일단 스타일은 합격점이다. 몽키 125를 구성하고 있는 각 부품들의 크기 비율이 이전 몽키 50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몽키 특유의 두툼한 시트, 굵은 타이어, 위로 올라간 머플러 등 모든 것이 같은 비율로 맞춰졌다. 그 디자인을 보고 있으면, 혼다가 '몽키'라는 모터사이클에 가진 집념까지도 느껴질 정도다.
'편안하게 만들기 위해 그롬의 차체와 엔진을 사용했다'는 필자의 편견은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물론 그런데도 최신 모터사이클이라는 구성에 응답하기 위해 변한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면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가 그렇다. 이 정도의 광량이라면 밤에도 이 작은 모터사이클을 알아보지 못할 자동차는 없을 것이다.
조금 더 살펴보면, 앞바퀴를 붙잡는 도립식 텔레스코픽 서스펜션이 당당함을 만들어준다. 핸들 바와 연결된 위쪽이 굵고 바퀴를 잡는 아래쪽이 가는 형태로, 역동성을 추구하는 모터사이클은 대부분 이 방식을 사용한다.
시승차의 노란색에 맞추어 서스펜션도 황금색으로 다듬어진 것이 포인트. 참고로 다른 색상의 모델도 서스펜션은 차체 색상과 일치한다. 12인치 휠은 스포크 10개를 갖고 있는데, 이것은 과거와 크게 차별화된 것이다. 몽키라는 별명답게 연료탱크가 굉장히 작은 것도 포인트.
연료 부족 경고등이 떠도 6000원 정도만 사용하면 휘발유로 탱크를 가득 채울 수 있다. 주행 거리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약 도심에서만 사용한다면 이 연료로 1주일은 너끈하게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연료탱크 뒤에 있는 시트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두툼해서 엉덩이에 느껴지는 촉감이 좋고, 혼자서 넓은 영역에 편안히 앉을 수 있어 편안한 운전에 큰 도움을 준다. 베이스가 되는 MSX 그롬은 2인승이지만, 몽키는 철저하게 1인승 모델로 다듬어졌다. 그래서 라이더가 밟는 페달만 존재한다.
시트 오른쪽에 딱 붙어있다시피 한 머플러는 언뜻 보면 화상을 입을 것 같지만, 긴 바지(두껍지 않아도 된다)를 제대로 입고 탑승한다면 한여름에도 그럴 일은 없다. 애초에 혼다의 엔지니어들이 그렇게 모터사이클을 생각 없이 만들지 않는다. 차체가 높지 않으니, 다리가 짧은 필자도 사거리에서 정지했을 때 아주 편안하게 다음 신호를 기다릴 수 있다.
모터사이클 초보도 걱정이 없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이다. 몽키 125의 엔진은 혼다가 다양한 모델에 두루 사용하고 있는 단기통 공랭식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그롬보다 낮은 9.4마력. 이 시점에서 실망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도심을 가볍게 누비기에는 충분한 출력이니 걱정하지 말자.
그리고 처음 등장했을 때는 4단 변속기를 사용했는데, 2021년에 5단 변속기로 바뀌면서 다양한 주행 상황에 조금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당연히 지금 운전하는 모델도 5단 변속기 사양이다. 일단 제일 놀라운 게 진동이 상당히 적다는 것이다. 게다가 출력을 끌어내는 게 상당히 쉽다. 오른손에 조금 강하게 힘을 주어도 유연하게 받아준다고 할까. 딱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의 출력이 나온다.
대신 엔진을 고회전 영역까지 돌리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 고회전 바로 앞 부근에서 변속하고 싶어진다고 할까. 계기판에 회전계가 없는데도 소리와 오른손에 전해지는 느낌으로 그걸 바로 알게 된다. 엔진 회전과 출력을 끌어내는 데 익숙해지면, 그 뒤부터는 낮은 엔진 회전에서도 가볍게 변속하면서 여유롭게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익숙해지는 시간은 꽤 짧다.
시험 삼아 그동안 스쿠터만 타 봤던 동료 기자에게 운전을 가르쳐봤는데(물론 일반도로가 아닌 넓은 공터에서 가르쳤다), 약 십 분 정도 클러치 그리고 변속기와 씨름하더니 곧잘 달려 나갔다. 스륵스륵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꽤 앙증맞으면서도 당당하다.
어쨌든 그 낮은 회전이 두툼한 시트와 결합되면서 상당히 독특한 승차감을 만든다. 게다가 그 상태에서 안정감도 느껴버린다. 주행하는 중에는 몽키 125가 두 바퀴 모터사이클이라는 걸 잊어버리기도 한다.
물론 멈추는 건 별개의 문제이고, 코너를 돌 때는 차체를 기울여야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코너를 돌 때도 생각보다 많이 기울이지 않았다. 아마도 휠베이스가 짧은 몽키 125의 특성상, 핸들 바 조작만으로 웬만한 코너는 대응 가능할 것이다.
연비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약 200km 정도의 거리를 주행해도 연료는 좀처럼 바닥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그 특성상 도심 주행 특화 모델이지만, 약 50km 정도 떨어져 있는 교외나 카페 정도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편안하게 말이다.
MSX 그롬과는 다르게 몽키 125는 두 다리로 차체를 단단히 끼우고 조일 필요가 없다. 애초에 그런 스포츠 주행은 상정하지도 않은 모양새다. 몽키 125는 여러모로 마음에 든다. 시내 주행용으로만 사용한다면 어쩌면 버스비보다 더 적은 기름값을 사용해 목적지까지 기분 좋게 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정도의 외형이라면 패션을 위한 이동 수단이라고 해도 다들 납득할 것이다. 곰 같은 외모를 지닌 남성 라이더라도 몽키 125를 탄다면 귀엽게 보이지 않을까? 가격이 좀 그럴 수도 있다고? 예쁨과 실용성을 모두 지닌 모터사이클에 투자하는 가격이라고 생각하자. 이탈리아에서 온 예쁜 스쿠터도 가격은 비슷하다.
SPECIFICATION
길이×너비×높이 1710×755×1030mm
휠베이스 1145mm | 공차중량 104kg
엔진형식 단기통, 가솔린 | 배기량 123cc
최고출력 9.4ps | 최대토크 1.1kg·m
변속기 5단 수동 | 구동방식 RWD
0→시속 100km - | 최고속력 -
연비 70.5km/ℓ | 가격 478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