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이 깁니다. 관심없으신 분들은 세번째 사진부터 보세요.
내가 가진 실버 m3는 가져올 때 부터 발삼이 심했다.
이 아름답고 찬란한 발삼을 보라. 난 이것보다 심한 발삼은 본 적이 없다.. 살때는 발삼 가격만큼 싸게 가져왔기에 그러려니 했지만, 계속 신경 쓰였고 결국 m3 파인더 수리를 알아보기에 이른다.
하지만 라이카 관심있는 분들도 국내 수리점은 들어본 적이 없을것이다. 당연히 그럴만 한게, 일단 파인더 안에서 발삼이 가장 눈에 띄는 프리즘은 보통 3중접합이다. 거기에 빗금 접합면에는 반거울 코팅이 되어있고, 전면에는 푸른색으로 또 코팅되어 있다. 그러니 어디 수리하기가 쉽겠는가. 유리도 오래된 터라 발삼 분리하다가 깨지지만 않아도 가챠 당첨일텐데.
해외로 눈을 돌린다. 영국에 발삼 수리점이 있었댄다. 하지만 22년 이후로는 소식이 안들린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베이로 눈을 돌려본다. 프리즘 수리를 해준다는 캐나다 셀러가 있지만 제대로된 후기를 찾지 못했다. 칸토로 보내면 수리가 된다고는 하지만 나는 칸토의 수리비도, 수리 기간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그러던 차에 고대 필겔에서 힌트를 찾았다. 이베이에서 홍콩 셀러에게 m3 프리즘만 따로 구매해서 수리했다는 후기가 눈에 들어온다. 친절하게도 글에 이베이 링크가 남아 있었지만 이미 사라진 판매 페이지였다. 좌절했다.
홍콩이라는 키워드 하나만 들고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구글을 헤엄쳐 본다. 닥치는대로 돌아다니던 사이트에서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M3 프리즘 재생 서비스, 여분 부품 구매 가능, 2500 HKD'
상당한 가격에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 저 돈이면 fm2를 한대 살 수 있는데. 그래도 어쩌겠는가. 조금있으면 꿈에도 나올텐데 어차피 살거 빨리 사는게 낫겠지.
이베이 판매페이지가 살아있었다면 편하게 구매했을테지만 홍콩 웹사이트만 살아있었기에 네이버에서 홍콩 구매대행을 찾아 업체에 연락했다. 다행히 프리즘만 구매 가능하댄다. 물품금액과 수수료, 배송비를 입금하고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 끝에 드디어 오늘, 더럽게 작으면서도 더럽게 비싼 유리조각이 도착했다.
이 엄지손톱 만한 유리조각 하나면 엘마 하나를 살 수 있다. 하지만 물건을 처음 받아 이리저리 돌려보며 상태확인을 했을때 나는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선명한 푸른 코팅을 보고 있노라면 달아보기 전이라도 분명 파인더가 선명해 마지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퇴근하고 서둘러 판을 깔아본다. 급하게 준비하느라 책상도 제대로 치우지 못하고 작업에 들어간다.
상판의 분리까지는 여유롭다. 유튜브 만세
나사 몇개를 더 풀면 프리즘이 나온다. 내 m3는 ss 직전의 ds 시리얼이라 프리즘과 볼록유리 두 부분이 분리되어 있다. 덤으로 볼록유리는 구조도로만 보았을때는 한장인줄 알았으나 직접 분해하여 보니 두장을 접착한 형태였다. 덕분에 저 부분도 발삼분리의 위험이 존재하고, 내 것도 테두리에 발삼분리는 있더라..
이제 새 프리즘을 잘 끼워넣고
상판도 잘 닦아다가 다시 조립하고 렌즈 이중합치를 맞춰 본다.
맞춰 보는데...
무한대 조절부를 아무리 조절해 봐도 가로축 이중상이 근처에도 가지 않는다..
일단 다시 상판을 뜯고 프리즘을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이런 젠장. 프리즘과 볼록유리의 각도에 따라 이중상 가로축의 위치가 달라진다.
원리는 알았으니 똥꼬쇼를 해가며 이중상이 맞춰지는 각도를 찾아 다시 잘 고정한다. 이제는 잘 맞겠지. 다시한번 기대를 하며 이중상을 들여다 본다.
아...
이번에는 이중상 상하가 틀어져 있다. 이건 상판 가운데 나사 풀고 드라이버로 간단하게 조절하면 되니까. 자신있게 나사를 돌려본다.
아...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이런 ㅆ
새 프리즘이 기존과 광축이 미세하게 틀린지 이중상 상하 오차가 조절 가능한 범위를 넘어 저 멀리 어딘가로 가버렸다. 아무리 내리려고 해도 약올리듯이 아주 야아아아아악간 위로 올라가있다.
또 다시 상판을 뜯는다. 프리즘과 볼록유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본다. 볼록유리를 위로 살짝 올리면 이중상이 내려간다는것을 발견했고, 볼록유리를 고정하는 위 아래 나사 두개를 조절하여 높이를 맞추면 된다는 것을 알아낸다. 하지만 아래쪽 나사는 프레임에 가려져 있는데..?
그럼 어떻게 해 파인더 통째로 들어내야지..
녹색 표시된 나사를 조금 돌리겠다고 파인더를 뜯어낸다. 이젠 한숨도 나오지 않는다. 이번에도 안되면 그냥 바리바리 싸들고 빛그림이라도 가자고 생각하며 다시 조립한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이겼다. 이제 내 m3는 파인더 발삼 면역이다. 먹고 죽어야지. 기존 파인더와 비교하자면 기대했던것 보다 더 밝아진것 같다. 아무래도 기존의 발삼이 시야에 잘 안보이다 해도 알게모르게 영향을 주고있던 것이겠지.
가격 : 유리조각 하나에 f3바디 하나를 태워?
난이도 : 그냥 하지말라면 하지마 개ㅅ
만족도 :
P/S. 방안에서 창문으로 무한대 안보이면 파인더는 건들지 말고 그냥 곱게 수리점 가서 해달라고 하자. 괜히 니중에 무한대 안맞는다고 다시 뜯지 말고.
P/S..
완전 초창기 m3는 프리즘이랑 볼록유리가 이렇게 일체형이다. 이러면 내가산 프리즘이랑 같은 형태는 못 써먹는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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