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된 뉴발란스가 젊고 쿨한 브랜드가 될 수 있던 이유
최근 깜짝 놀랄만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바로, 뉴발란스의 한국 매출이 2022년에 아디다스를 제쳤다는 소식이었죠. 매출이 무려 7000억 원이라 하더라고요!
찾아보니 글로벌 실적도 엄청났어요. 2022년 매출액이 약 6조 7700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2년 사이에 매출액이 60%나 늘어난 거예요.
더 눈에 띄는 것은 리셀 플랫폼에서의 성장률입니다. 세계 최대 리셀 플랫폼인 스톡엑스에서는 2022년 뉴발란스 판매액이 전년 대비 128%나 성장했다고 하더군요. 또 다른 스니커 전문 브랜드인 고트(GOAT)는 뉴발란스가 인기 스니커 브랜드 5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고 발표했습니다.
MZ 세대의 선호도는 리셀 플랫폼에서 결정되는 거 아시죠? 저도 뉴발란스는 좀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알고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Chapter 1. 편안함을 위해 탄생한 브랜드, 아빠 신발이 되다
뉴발란스에 대한 선입견은 저만 그런 것이 아니었군요. 미국에서는 뉴발란스를 '아빠 신발'이라고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이름만 들어도 어떤 느낌인지 알겠죠? 편하지만 좀 투박하게 생겨서 아빠들이 신을 것 같은 신발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게 뉴발란스의 탄생 이념이기도 했어요. 오로지 착화감 하나에 집중해 탄생한 브랜드이거든요. 뉴발란스는 1906년, 미국 보스턴에 살던 윌리엄 라일리가 설립했습니다.
처음에는 신발을 만든 것이 아니었어요. 발의 아치 모양을 받쳐주는 기구를 생산했어요. 그때는 회사 이름도 뉴발란스 아치 서포트 컴퍼니였죠. 라일리는 닭발을 보면서 이 기구를 발명했다고 합니다. 닭은 가느다란 발가락 세 개로도 완벽하게 균형을 잡잖아요? 그 균형감을 연구해 기구를 설계한 것입니다.
브랜드 대표 제품인 러닝화는 1960년에 탄생했습니다. 이름은 ‘트랙스터’였습니다. 발 길이뿐만 아니라 발 볼 넓이에 따른 사이즈를 최초로 반영한 러닝화였어요. '편한 발'에 대한 집념이 러닝화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한동안 뉴발란스는 거의 입소문만으로 성장했습니다. 스타 마케팅도, 운동선수 스폰서도 하지 않았죠. 오직 품질과 기능에만 집중한다는 것이 자부심이었어요. 품질에 얼마나 자신 있었는지 1982년 출시한 990 모델은 당시 100달러(약 12만 8000원)를 넘은 최초의 운동화였죠.
1991년 1224억 원이였던 뉴발란스의 매출은 한 해도 꺾이지 않고 20년 연속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스포츠 업계 1, 2위 브랜드인 나이키와 아디다스와의 격차는 갈수록 더 커졌죠. 뉴발란스와 이 브랜드들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요?
문제는 이미지였습니다. 2010년대에 접어들어서도 뉴발란스는 오로지 기능만을 강조했거든요. 그런 점을 좋아하는 뉴발란스의 팬들도 물론 있었습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대표적이죠. '아빠 신발'이라는 별명이 왜 생겼는지 알겠죠? 사람들은 뉴발란스를 '중년 백인 남성'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인식했어요.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8년 10월, 조 프레스톤이 새 CEO로 취임하면서입니다. 프레스톤은 28년 동안 뉴발란스에서 성장한 인물로, 글로벌 프로덕트 R&D와 스포츠 마케팅을 이끌었습니다.
프레스톤은 뉴발란스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기능이 훌륭한 신발을 넘어서 '멋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돼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는 2019년 직원들에게 새로운 슬로건을 전했습니다. "우리의 운명은 스스로 결정한다."
"우리는 소비자를 만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들이 우리를 만나고 싶어 하는 곳에서요."
_2022년, 조 프레스턴 WWD 인터뷰에서
Chapter 2. 패션 힙스터들, 무덤 속 모델을 살려내다
뉴발란스의 변신은 2019년 즈음 뚜렷하게 감지되었습니다.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과 브랜드와 잇달아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했거든요. 가장 화제가 된 컬래버레이션 중 하나가 2019년 선보인 에임 레온 도르의 테디 산티스와의 협업이었어요.
테디 산티스는 방대한 뉴발란스의 아카이브를 뒤졌습니다. 1998년에 출시되었던 990v2를 끄집어냈죠. 회색 운동화에 초록색과 파란색을 입히고 신발 끈은 강렬한 노란색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에임 레온 도르의 시그니처인 ‘패치워크 가디건’을 연상시키는 컬러 조합이었어요.
이 제품에 MZ 세대가 열광했습니다. 990 시리즈는 1982년에 처음 출시된 복고 모델이에요. v1, v2 등 시리즈가 업데이트되면서 이전 모델은 단종되었죠. 다시 볼 수 없는 신발이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났으니, 귀하게 여겨진 것입니다. 약 24만 원에 출시된 이 제품은 한때 스톡엑스에서 리셀가가 약 320만 원까지 치솟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죠.
테디 산티스는 그의 활약을 인정받아 2021년 뉴발란스 최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되었습니다. 뜨거운 반응 덕에 컬래버레이션은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2020년에는 시카고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 프레쉬굿즈, 베르사체 출신의 신발 디자이너 살레헤 벰버리, 2021년에는 뉴욕의 대표적 편집샵 키스, 2022년에는 럭셔리 브랜드 미우미우와 잇달아 컬래버 제품을 선보였어요.
Chapter 3. 성공적 컬래버 뒤엔 빠르고 과감한 결정
뉴발란스는 100년이 넘게 ‘편한 발’에만 집중해 온 회사잖아요. 갑자기 패션계 힙스터들과 컬래버레이션이라니,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변신했을까요?
회사가 완전히 변했어요. 뉴발란스는 컬래버레이션을 늘리기 위해 조직 구조를 바꿨습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컬래버레이션 담당 부서가 따로 없었거든요. 2017년에 처음으로 컬래버레이션 담당 부서인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 에너지’ 팀이 신설됐습니다.
두 번째로, 이렇게 만든 조직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습니다. 프레스톤은 2019년 전사 차원에서 애자일 프로세스를 도입했어요. 모든 프로젝트를 짧게는 30일, 길게는 90일 안에 끝낼 수 있도록 독려했죠. 자연히 담당자들의 결정권이 강해졌습니다. 실제로 컬래버레이션 조직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하고 싶다면, 실제로 어떤 승인도 필요 없습니다. 회사는 저희 팀의 결정을 신뢰해요. 저는 제 결정을 회사 내의 누군가에게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_조 그론딘 뉴발란스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 에너지 매니저, 2021년 하입비스트 인터뷰에서
내부 의사 결정만 빠른 게 아니었습니다. 외부 협업도 신속하고 과감하게 진행했죠. 컬래버레이션 상대가 정해지면, 다소 엉뚱한 아이디어를 들고 와도 최대한 존중했습니다.
디자이너 살레헤 벰버리와의 2022년 작업에서는 유명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벰버리는 제품의 기능을 중시하는 디자이너거든요. 트래킹화를 디자인하면서 신발에 호루라기를 붙여갔대요. 신발을 입에 대고 호루라기를 불면서 기획 의도를 설명했어요. “등산을 하다 혼자 길을 잃어도 문제 없다”고 말이죠.
음... 회의실 분위기가 어땠을까요? 벰버리는 “당시 뉴발란스 직원들의 당황한 표정을 찍어놓고 싶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벰버리의 의견대로 제품이 나왔습니다. 마치 등산화처럼 울퉁불퉁하게 생긴 밑창과 뒤꿈치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호루라기가 붙어 있었죠. 벰버리는 뉴발란스 팀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많은 다른 브랜드는 저의 내러티브를 조정하려 하곤 했어요. 그런데 뉴발란스는 정확히 내가 구상한 대로 첫 번째 컬래버레이션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_살레헤 벰버리, 2023 풋웨어뉴스 인터뷰에서
과감한 컬래버레이션 전략은 제대로 먹혔습니다. 뉴발란스의 컬래버레이션에 대한 미디어 노출은 2022년 한 해 동안 전년 대비 200% 증가했죠. 젊은 세대에게 패셔너블한 신발 브랜드로 제대로 인식된 것입니다.
Chapter 4. 스포츠부터 문화계까지, 전방위적 마케팅의 시작
조 프레스톤이 추진한 또 다른 변화는 광범위한 스폰서십입니다. 기억하시죠? 뉴발란스는 광고도, 스포츠팀 후원도 하지 않기로 유명했잖아요. 2009년에야 그 고집을 내려놓고 스포츠 분야 후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8년 프레스톤이 취임하며 그 후원을 본격화했죠.
뉴발란스는 최고의 운동선수와 후원 계약을 체결하기 시작했어요. 2018년 NBA 농구팀 토론토 랩터스의 카와이 레너드, 2021년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 라힘 스털링, 2023년엔 일본의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농구에 대한 투자는 공격적입니다. 나이키와 리복이 치열하게 싸우는 시장이죠. 조 프레스톤은 2019년 이후 농구 관련 마케팅 투자를 37%나 늘렸습니다. 러닝화로 유명하던 뉴발란스가 농구, 축구, 그리고 야구에서 두각을 나타내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조 프레스톤은 두 가지 노림수를 밝혔습니다.
“우선, 성능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젊은 소비자와 우리가 연결되게 해줍니다.
고성능 농구화·축구화를 파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에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제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될 겁니다.”
_조 프레스톤 뉴발란스 CEO, 2022년 WWD 인터뷰에서
후원은 스포츠를 넘어 대중문화계로 확장되었습니다. 아티스트들을 앰버서더로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죠. 2019년 가수 제이든 스미스, 2021년 가수 아이유와 미국 배우 스톰 레이드, 2022년 래퍼 잭 할로우, 아미네와 손잡았습니다.
짧은 시간에 스포츠 스타와 최고 아티스트를 끌어안은 뉴발란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어요. 2022년 5명의 앰버서더가 등장한 뉴발란스 광고 영상은 조회 수가 무려 6670만 회에 달했습니다. 또 다른 운동화 리셀 사이트 클렉트의 샐리 스콧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난 1년 반 사이, 뉴발란스는 운동화 마니아와 일반 소비자 모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운동화가 됐다.”
변신를 시도해서 쿨한 브랜드로
새롭게 자리매김한 뉴발란스.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나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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