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에서 시집 와 한국 김치 공장에서 일하는 이유”

100% 국산 재료로 하루 15톤 생산, 농협 김치 공장에 가봤습니다

수도권 전철 1호선 종착역인 소요산역 근처,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는 대지면적 2500평 규모의 한국농협김치공동조합법인(이하 한국농협김치조공법인) 연천지사가 있습니다. 연간 6000톤의 김치를 생산하는 공장이죠.

절임배추에 김칫소를 버무린 모습. /이들의 순간 캡처

‘한국농협김치’는 전국 12개 지역 농협 김치 공장 중 8개 공장을 합쳐 설립한 농협김치의 통합 브랜드입니다. 8개 김치 공장에서 생산되는 김치의 맛은 모두 같습니다. 농협의 김치 R&D(연구개발) 연구소가 조리법을 통일한 덕분이죠. 김지은(39) 연천지사 품질관리과장을 만나 한국농협김치의 제조 과정을 들여다봤습니다.

◇국내산으로 들인 재료도 철저히 검수

김치공장의 품질관리 담당 직원이. 열무의 크기 하나하나까지 체크하는 모습. /이들의순간 캡처

농협의 이름을 내걸고 판매하는 만큼 국내산 재료만으로 김치를 만듭니다. 필요한 원재료를 농협에서 한꺼번에 구입하거나, 계약 재배 방식으로 재료를 수급해 외부 요인이나 계절에 구애받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데요.

김치를 만들 때는 전국 각지에서 들인 재료를 거르고 걸러 신선하고 건강한 부분만 사용합니다. 신선도 확인을 위해 줄기와 이파리를 일부러 부러뜨려 보고, 줄기의 굵기를 자로 재보며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치죠. 기준 규격 미달이면 폐기하거나 반품하기도 합니다.

◇위생보다 중요한 건 없다

맛있는 김치의 필수 조건은 철저한 위생입니다. 김치 제조 과정을 취재하는 동안 신발만 스무번 넘게 갈아 신었습니다. 사무동, 공장, 창고동, 식당 등 새로운 공간에 들어갈 때 마다 실내용 슬리퍼로 갈아 신었죠.

공장에 진입하기 전 손 세척과 소독을 한다. /이들의 순간 캡처

일회용 위생복, 30초 이상의 손 세척, 손·장화 소독, 전신 바람 세척(에어샤워)를 해야만 공장에 진입할 수 있는데요. 흙 묻은 배추가 가득 담긴 창고에서조차 지게차를 이용해 팰릿(화물을 쌓는 틀. 지게차로 하역 작업을 할 때에 쓴다)를 소량씩 조심스럽게 적재하고, 컨베이어 벨트로 생산라인으로 옮깁니다. 적재할 때의 충격으로 팰릿이 깨지면 플라스틱 조각이 튈 수도 있으니까요.

◇4계절 내내 같은 맛이 나는 비결

손질한 배추를 16시간 이상 절이는 것으로 김치 생산이 시작됩니다. 1년 내내 같은 맛의 김치를 생산하기 위해선 계절마다 조리법이 달라야 합니다. 계절마다 배추의 조직감이 다르기 때문이죠.

배추를 16시간 이상 절이고 양념에 버무린다. /이들의 순간 캡처

여름 배추는 수분함량이 많아 제일 무르고 겨울철 배추는 단단합니다. 맛과 식감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위해 절임용 염수의 농도를 조절하는 거죠. 언제 먹어도 늘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포기김치용 절임 배추는 세척조에서 애벌 세척을 한 뒤에야 양념으로 버무려집니다. 손으로 배추를 한 장씩 펼쳐가며 김칫소를 듬뿍 넣죠. 한국농협김치만의 새우젓과 멸치액젓 황금 배합비로 짜지 않고 깊은 맛이 납니다.

◇김치 공장 오래 다니면 좋은 점

이날 하루에 연천지사에서 생산한 김치는 15톤이었습니다. 2022년 한국농협김치조공법인의 매출 844억원 중 181억원을 연천지사에서 생산했죠.

15년 이상 근무하신 여사님이 많았다. /이들의 순간 캡처

연천지사에서 만든 김치는 경기지역 중·고등 학생의 입맛을 제대로 사로잡았습니다. 경기지역 급식 김치의 55%를 연천지사에서 생산할 정도죠.

연천지사에선 약 100분이 맛있는 김치를 만들고 계십니다. 근로자의 연령대가 높아 공장 바닥에 미끄러짐 방지 페인트를 바르는 등 안전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오전·오후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준수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죠.

김치공장은 일이 힘들어 단기 근로자가 많을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10년, 20년씩 근속하신 여사님도 많았습니다. “고향 김치보다 연천지사 김치가 더 맛있다”, “집에서 김장 안 하고 사 먹는다”고 하시는 여사님의 말씀에서 직접 만든 김치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사님들 중에는 한국으로 시집와 김치공장을 다니게 된 분도 있습니다.

/김영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