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수직 동공 모방한 카메라

이채린 기자 2024. 9. 23.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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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수직 동공에 착안한 카메라가 개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고양이는 사물을 구분하는 뛰어난 시력을 갖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고양이의 눈 구조를 모방해 객체와 배경을 구분할 수 있는 고감도 카메라를 개발했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감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은 송영민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팀이 김대형 화학생물공학부 교수팀과 함께 동물의 눈 구조에 착안해 ‘위장 해제’를 구현함으로써 밝거나 어두운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 객체를 감지하고 인식하는 성능이 향상된 생체 모방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위장 해제란 객체와 배경 간의 경계를 명확히 해 객체를 주변 환경과 분리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송 교수는 그동안 물고기, 농게, 갑오징어 등 자연계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의 시각 구조를 통해 다양한 카메라 기술을 개발해 온 광소자 전문가이다. 자연에서 동물은 장기간 진화를 통해 복잡한 환경에 최적화된 독특한 시각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여기에 인공적으로 만든 시각 시스템의 한계 극복을 위한 해결책이 잠재돼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고양이과 동물의 눈은 수직으로 길쭉한 동공과 '휘판'이라는 특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수직 동공은 가로, 세로 길이가 비대칭적이라 피사계 심도가 얕다. 피사계 심도는 이미지에서 선명하게 보이는 영역의 앞뒤 범위라는 의미로 사진이나 비디오에서 초점이 맞는 부분의 깊이를 나타낸다.

피사계 심도가 얕으면 초점이 맞은 부분만 선명하고 그 외의 부분은 흐릿하게 표현되며, 심도가 깊으면 이미지 전반이 선명하게 보인다. 송 교수는 "피사계 심도가 얕으면 초점이 맞은 부분만 선명하게 보임으로써 보고 싶은 물체를 정확하게 배경과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휘판은 생물학적 빛 반사체 역할을 하여 어두운 환경에서도 시각적 감도를 향상시킨다. 휘판이란 척추동물의 망막이나 망막 뒷부분에 있는 조직으로 빛을 반사해서 야간 시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어두운 곳에서 동물 사진을 찍으면 눈만 번쩍이게 보이는 이유가 휘판에서 빛이 반사되기 때문이다. 

기존 카메라 시스템은 보통 사람의 동공을 모방한 원형 조리개를 사용한다. 광량이 많은 낮의 경우 작은 개구율의 조리개를 사용해 배경과 객체 모두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이 때문에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 객체와 배경을 분리해 식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동공 모양과 닮은 수직 가변 조리개를 이용한 카메라를 개발해 강한 빛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포토다이오드의 과노출을 방지했다. 포토다이오드는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주는 광센서의 한 종류이다.

연구팀은 개발한 수직 조리개 시스템과 작은 원형 조리개 시스템을 실험적으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직 동공 시스템은 특정한 거리만큼 떨어져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떨어져 있는 거리가 다른 배경을 효과적으로 흐리게 처리했다. 더불어 실용성 평가를 위해 수행한 인공지능 기반 객체 인식 실험에서 수직 조리개 시스템이 객체 인식률 향상에 유의미하게 기여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또 카메라에 은 소재의 휘판을 탑재해 어두운 환경에서도 빛의 흡수 효율을 52% 향상시켰다.

송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를 통해 고양이의 수직 동공과 휘판 구조를 모사하여 고감도 인공 시각 시스템을 개발하고 단안 위장 해제 능력을 성공적으로 입증했다”면서 “다양한 조명 환경에서도 소프트웨어 후처리 없이 하드웨어 자체로 객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어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감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단안 위장 해제 능력은 하나의 카메라만으로도 복잡한 배경 속에서 특정 객체를 효과적으로 식별하고 분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며 18일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참고자료> 

DOI: 10.1126/sciadv.adp2809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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