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구멍’이 나있던 전셋집의 대변신!? 입이 떡 벌어지네요~

안녕하세요. 30대를 코앞에 둔 놀이터 디자이너 (놀이터에 사심 채우는) 자취 9년차 김치즈라고 해요. 예쁜 집들 구경만 하다 드디어 저희 집도 여러분들께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감개무량합니다 ,,

고시원부터 시작해 지금의 15평 투룸까지 오게 되었는데 살았던 집들 중 가장 낡고 오래된 집이긴 하지만 직접 페인트칠도 하고 하나하나 고쳐 살고 있는 집이라 가장 애정이 많이 가는 집인 것 같아요. 아, 저희 집을 소개하기 전에 저와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 소개부터 해드릴게요.

아, 여러분이 아시는 강아지의 모습이랑은 다르시다구요? 모래 화장실을 쓰고, 츄르를 좋아하지만 바닥 생활을 즐겨하고 제 팔 옆에 붙어서 잠을 자는 영락없는 강아지랍니다. 이름은 꼬리가 통통한 순대를 닮아 '순대' 에요. 집 사진 곳곳에 등장할 예정이니 찾는 재미가 있으실 거에요 :)

도면

공실 상태의 집이라 이사 전 미리 사이즈를 재고 업무에서 쓰는 3D 프로그램을 통해 큰 가구들 위주로 배치해 보았어요.

이리저리 배치 끝에 결정한 모습! 가장 큰 가구들을 먼저 배치하고 작은 것들을 채워 넣으면 훨씬 계획 세우기 수월해요.

거실 Before

충격적인 비포 모습입니다. 하하. 그래도 이 집을 선택한 이유는 집 주인분께서 이사 전 벽지 도배는 해주신다고 약속하셨고, 출퇴근이 가깝고 넓고 전세 금액이 비교적 저렴하며 집을 마음껏 고쳐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막상 계약을 하고 벽지 도배가 끝난 집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지저분하고 고칠게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계약이 끝난 후에 계속 살게 될지 불투명한 전세 집에서 많은 돈을 투자해가며 고쳐 사는 것은 한계가 있어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 고치기 힘든 화장실, 잠깐 머무는 공간인 옷방, 앞 건물과 가까워 잘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베란다제외하고 집을 꾸밀 것

- 지저분한 문과 문틀, 신발장, 붙박이장 페인트칠 하기

- 답답한 느낌이 드는 체리색의 창문 시트지 제거, 실리콘 작업, 바닥몰딩 교체

- 기존 가구들을 활용한 배치로 지출 줄이기

위 계획을 바탕으로 거실과 주방, 침실 위주로 꾸며보았는데 공간 별로 자세히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거실 After

거실 공간은 4명까지 수용 가능한 작은 손님 초대 공간과 가끔은 개인 업무도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 보았어요. 전체적으로 체리몰딩과 잘 어울리면서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내주고 싶어 화이트·블랙 & 우드에 오렌지색으로 포인트를 줘보았답니다.

북향이라 평소에 해가 잘 들지 않는 집이고, 앞 건물과의 거리가 꽤 가까워 커튼을 항상 쳐놓고 생활하는 편인데 하늘하늘한 소재의 쉬폰 커튼을 달아 답답한 느낌은 피하고 프라이버시는 보호해 주었어요.

저는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명이라고 생각하는데 내 집이 아닌 집에 펜던트 조명 달기는 쉽지 않죠. 커다란 스탠드 조명이지만 펜던트 효과를 내는 조명의 저렴한 카피 제품을 구매해 배치해 보았어요.

이전 집에서 그대로 가져온 가구 외에 소품 및 가구는 체리 몰딩과 어울리는 라왕 합판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을 배치해 보았는데요. 커피머신이 올라가 있는 수납장은 가끔 취미로 가구 공방에 나가시는 저희 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세상에 하나뿐인 수납장이랍니다.

필요한 사이즈에 맞게 도면을 그리고 상판에 구멍을 뚫어 보기 싫은 콘센트 선을 정리해 주었어요. 아래 수납함은 정신없는 멀티탭들과 와이파이 공유기를 넣어 겉으로는 깔끔하게 정리해 사용하고 있어요.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기는 베란다에 두고 쓸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꽤 자주 쓰는 전자 제품이라 2단 카트 선반에 올려 거실에 놔두고 쓰고 있답니다.

집에 있으면서 잠자는 시간 외에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는 저의 소중한 공간이에요.

주방

주방 수납 공간이 많아 마음에 드는 집이에요. 자주 쓰는 접시, 양념, 조리 도구들만 밖으로 빼놓아 사용하고 있어요.

접시 아래에 물이 고이는 게 싫어 귀여운 천을 깔고 접시렉을 올려 쓰고 있는데 감성도 챙기고 깔끔하게 사용 가능해서 추천이에요!

침실 Before

침실 After

거실 쪽에 투자를 많이 한 만큼 침실에는 최대한 있는 가구들을 활용해서 배치를 해보기로 마음 먹었어요.

5년째 함께 하고 있는 침대를 두고 지인이 만들어 선물해 준 원목 스툴을 옆에 두어 협탁으로 사용하고 창문 앞에 캣폴을 설치해서 순대가 창문 밖을 구경 하기 좋게 배치해 보았어요.

그래도 그 전 인테리어와 다른 느낌을 주기 위해 제가 선택한 방법은 포인트 러그와 매트리스 · 베개 커버로 새로운 느낌 주기!

블랙 매트리스 커버는 고양이 털 때문에 엄두도 못낼 색이긴 했지만 색 조합을 위해서 과감히 선택했어요. 털이 더 잘 보이면 청소도 잘 하겠지.. 란 마음에 구매했는데 포기하고 함께 더불어 사는 중...

이번 침실 인테리어에서 가장 고민을 많이 했던 티비존이에요. 그리고 큰맘 먹고 티비를 사긴 했지만 침대에 누워서 하루종일 티비만 보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진 않아서 따로 티비존을 구분해보았답니다.

이전 집 인테리어 모습인데요. 이전 집에서는 수납이 가능한 벤치 스툴을 'ㄱ'자로 배치해서 사용했는데 많은 인원을 초대해서 놀기에는 좋았지만 등받이가 없고 자리 차지도 많이 해서 살짝 불편했었어요. 이번 집으로 오면서 저도 넓고 편안한 소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더라구요.

소파를 새로 사자니 비용도 많이 들고 멀쩡한 벤치 스툴을 버리자니 아깝고.. 고민 또 고민을 하다 벤치 스툴 3개를 붙여 주문제작한 쿠션을 깔아 주고 삼각 쿠션을 둬서 저만의 소파를 만들어보았어요. 지금은 순대 지정석이 되어 저보다 순대가 더 앉아있는 시간이 많지만요..

크기는 사람 한 명과 고양이 한 마리가 쉬기에 충분한 공간이랍니다.

옷방 Before

옷방 After

옷방은 체리색 창문틀도 그대로 두고 기존에 쓰던 옷장을 그대로 가져와 배치한 정말 옷만 갈아입고 화장하는 공간이면서 순대 화장실과 장난감을 둔 고양이 놀이방?으로 사용하고 있는데요.

저는 화장대 로망이 딱히 없기도 하고 자리차지를 꽤 하는 화장대를 구매하기가 꺼려져서 폴딩 수납함 4개를 쌓고 그 위 자주쓰는 화장품들을 정리하고 전신거울과 스툴을 둬 간단하게 준비하고 나갈 수 있게 사용하고 있어요.

마치며

여기까지 저의 새로운 공간을 보여드렸는데 어떠셨나요? 벌써 이사 온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전 만족하며 하루하루 보내고 있답니다

내 집이 아닌 전세·월세 집인데 뭐하러 이렇게까지 투자하냐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잠깐 머물더라도 내 손을 거쳐 꾸민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적당히 사라는 부모님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만 ㅎㅎ,,

제가 거실과 침실을 위주로 꾸민 것처럼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 한 공간을 집중적으로 꾸미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 저같이 모든 공간에 투자하기 어려운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부끄럽지만 공유해 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뵙길 바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