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DX]어센트코리아 '일상 검색어' 살피면 새 시장 보인다
주요 금융사들의 디지털전환(DX) 및 생성형 인공지능(AI) 전략과 이에 활용될 수 있는 IT(정보기술) 기업들의 솔루션을 분석한다.
인기 해외여행지·에버랜드 입장료·넷플릭스 요금제.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포털 사이트를 통해 찾는 검색어들이다. 검색 빅데이터 분석 기반 마케팅 테크 기업 어센트코리아는 이러한 일상 검색어들에서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검색어를 분석하면 금융사들이 일상의 금융 수요처에 미리 가서 고객을 만날 수 있다. 박세용 어센트코리아 대표는 '검색어로 숨은 금융 수요 찾기' 전략을 금융 고객사들에게 알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어센트코리아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금융사 중에서도 은행은 주로 금리로 경쟁을 펼친다. 예적금에서는 경쟁사보다 높은 금리를, 대출 상품에서는 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고객 유치에 힘을 쏟는다. 하지만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보니 고객 입장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 그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고객을 모셔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가 주목한 것이 일상의 검색어 데이터다. 금융 서비스가 필요한 검색어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나 캠페인을 미리 준비한다면 없었던 고객을 새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센트코리아의 금융 고객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시중 은행 중 한 곳은 은행별 환전 관련 검색어 순위가 낮아 고민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던 2022년말부터 2023년초까지의 검색어를 들여다봤더니 해외여행 관련 검색어가 늘었다. 그중 국가별 검색에서는 '하노이 환전' 등 베트남 환전과 관련된 검색어가 많았다. 보통 여행 관련 검색을 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실제 여행을 떠나기까지 1~2개월이 소요된다. 은행은 이 점에 착안, 베트남 환전 관련 캠페인을 펼쳤다.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이 은행의 환전 캠페인을 발견했다. 결국 은행은 베트남 여행족들의 환전 수요를 당겨오는데 성공했다. 해외여행 관련 검색어의 추이에 주목해 전략적으로 캠페인을 펼친 결과다.
핀테크 기업 뱅크샐러드는 동명의 자산관리 앱 뱅크샐러드를 운영 중이다. 회사는 뱅크샐러드 앱 및 홈페이지의 트래픽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금융 관련 검색어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뱅크샐러드나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의 과거 사명) 등으로 트래픽이 발생했다. 이러한 검색어를 입력한 소비자는 애초부터 뱅크샐러드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뱅크샐러드를 몰랐지만 금융 관련 용어나 서비스에 관심이 있는 잠재 고객들도 뱅크샐러드의 홈페이지나 앱으로 유입시킬 필요가 있었다. 이에 회사는 금융 관련 검색어 중 상위에 있었던 △청년도약계좌 △무직자 대출 △종합소득세 환급 △에버랜드 입장료 △넷플릭스 요금제 등의 키워드와 관련된 금융 콘텐츠를 만들어 발행했다. 소비자들의 금융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주면서 자연히 뱅크샐러드를 노출시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다양한 검색어를 통해 잠재 고객들이 뱅크샐러드 홈페이지와 앱으로 유입되며 트래픽이 늘었다.
앞선 은행과 뱅크샐러드의 공통점은 잠재 고객의 검색어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검색어 분석 전략에는 어센트코리아의 검색어 기반 마케팅 솔루션 '리스닝마인드 허블'이 있었다. 은행이 알고 싶어했던 해외여행 관련 검색어와 뱅크샐러드가 주목한 금융 검색어 분석은 리스닝마인드 허블이 있어 가능했다.
리스닝마인드 허블은 특정 주제와 관련된 검색어들의 기간별 검색량 추이를 알려준다. 검색 경로도 알려준다. 가령 '임신'으로 검색을 시작했다면 △출산 비용 △정부 지원금 △태아 보험 등으로 추가 검색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로를 알려준다. 검색어 경로를 보면 소비자들이 무엇을 알고 싶어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사들은 새로운 고객을 찾을 수 있다. 박 대표는 이를 CEP(카테고리 엔트리 포인트)로 표현했다. 그는 "금융사는 결혼·탈모·노년 등의 라이프 관련 검색 결과를 분석하며 CEP를 찾을 수 있다"며 "이는 또 하나의 시장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센트코리아의 검색어 기반 마케팅 솔루션 '리스닝마인드 허블'에서 '대출' 관련 검색어들의 검색량을 조회한 화면. 보라색 선으로 표시된 '대출' 키워드 검색량이 올해 4월 대비 5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사진 제공=어센트코리아
그렇다면 최근 금융 관련 검색량이 높은 검색어는 무엇일지 궁금했다. 박 대표가 리스닝마인드 허블을 통해 최근 검색량이 늘어난 검색어를 살펴본 결과 '대출'의 검색량 상승폭이 가장 컸다. 그만큼 대출에 대한 관심이 최근 들어 높아졌다는 의미다. 대출 연관 검색어로는 △대출이자계산기 △디딤돌 대출 △신생아 특례 대출 △소액 대출 등이 눈에 띄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있어 여행자 보험 관련 검색량도 늘었다.
박 대표는 오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금융사의 생성형AI 활용 및 DX 전략'을 주제로 열리는 '테크 파이낸스 서밋 2024'에 연사로 참여한다. 그는 'AI시대, 검색 데이터에서 발견한 금융 소비자 인텐트 인사이트'를 주제로 발표한다.
테크 파이낸스 서밋에서는 금융 및 IT 전문가들의 발표도 이어진다. 금융사에서는 오순영 전 KB국민은행 금융AI센터장 상무와 이성웅 하나은행 생성형AI가 금융에 미치는 영향과 디지털 금융 패러다임 변화에 대해 발표한다. 토스뱅크의 박준하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토스뱅크의 혁신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 금융보안원의 황송이 책임은 금융사들이 생성형AI를 활용할 때 고려해야 할 보안 문제를 설명한다. IT기업들도 서밋을 찾는다. 임정욱 네이버클라우드 파이낸셜솔루션비즈니스 상무, 이화용 한국IBM 상무, 서길주 메가존클라우드 AI&데이터분석센터 그룹장, 최용회 퀘스트소프트웨어 이사 등이 금융사의 DX, 생성형AI 도입에 필요한 기술 요소에 대한 발표를 이어간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블로터 홈페이지 콘퍼런스 탭과 이벤터스·온오프믹스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