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렉서스 LM500h 4인승, 신개념 쇼퍼드리븐 MPV
렉서스 LM 500h 로열 그레이드를 시승했다. LM 500h는 렉서스가 국내에 처음 선보인 럭셔리 MPV로 대형 세단을 대체할 쇼퍼드리븐 모델이다. 368마력 퍼포먼스 하이브리드를 통한 주행성능과 세단이 흉내내기 어려운 시트포지션, 공간은 의전차를 위한 새로운 대안이다.
렉서스코리아는 최근 모델 라인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과거 전통적인 세단과 SUV 중심의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구축한 것과 달리, MPV LM, 크로스오버 전기차 RZ를 추가해 모델 라인업이 8종으로 늘었다. LM, LC, LS, ES, RX, NX, UX, RZ 그리고 LX가 예정된 상태다.
해외 라인업과 비교하면 미국시장 기준, 국내에서 단종된 IS와 RC, 3열 SUV TX, 래더 프레임 모델 GX와 플래그십 SUV LX, 유럽에서는 UX 보다 작은 LBX 정도다. 렉서스 LX까지 출시하면 작거나 체급 구분이 애매한 차종을 제외한 전 모델 라인업을 선보이는 공격적인 행보다.
렉서스 LM은 글로벌 기준 2세대 풀체인지 모델이다. 2023년 4월 상하이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 빠르게 선보인 셈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신차의 경우 출시 타이밍이 상품성이 큰 영향을 미친다. 알파드와 마찬가지로 글로벌 생산량이 많지 않은 편이다.
시승한 모델은 렉서스 LM 500h 로열, 국내의 2가지 트림 중 4인승 최상위 모델로 가격은 1억9600만원이다. LM 500h 이그제큐티브는 6인승 모델로 파티션, 48인치 디스플레이, 우산 거치대 등이 제외된다. 사전예약 500대 중 60%가 4인승, 월 출고량은 70~80대 수준이다.
LM 500h의 외관은 1.5 박스 스타일의 MPV(Multi-Purpose Vehicle)다. 미니밴이라는 명칭을 의도적으로 쓰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북미에 판매되는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딧세이, 기아 카니발을 미니밴이라 부른다. 렉서스 LM은 미니밴 보다 고급형 모델이다.
LM 500h에는 액세서리 패키지가 운영되는데, 사진 속의 차량은 LM 풀 패키지가 적용돼 프런트 스포일러, 사이드 스커트, 리어 범퍼 스포일러가 포함된 스포일러 패키지와 어퍼 그릴 가니시 프런트 사이드 가니시, 백 도어 가니시가 포함된 가니시 패키지가 더해진 사양이다.
LM 500h의 차체는 전장 5135mm(-20), 전폭 1890mm(-100), 전고 1955mm(+170), 휠베이스 3000mm(-90)로 기아 카니발과 비교시 전폭은 좁고, 전고는 높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의 전고는 2055mm다. 짐작보다 차체가 크고, 사이드 패널 디자인이 박스형이라 공간이 넓다.
운전석은 파티션으로 분리돼 다소 옹색해 보이나, 실제 탑승시 만족감은 대단히 높다. 편안한 시트와 안정적인 시트포지션, 넓은 전방 시야, 고급 소재, 그리고 최신 렉서스 디자인이 특징이다. 1열 소재도 나쁘지 않지만, 시트 가죽을 비롯해 2열 공간은 더 좋은 소재를 썼다.
파워트레인은 2.4리터 4기통 터보 하이브리드와 6단 자동변속기, DIRECT4 사륜구동이 조합돼 시스템 총 출력 368마력이다. 엔진만으로는 275마력, 46.9kgm를 발휘한다. 4인승 기준 공차중량은 2470kg(6인승 2455kg), 국내 복합연비는 10.1km/ℓ(도심 9.7, 고속 10.7)다.
먼저 선보인 토요타 알파드와는 파워트레인이 다른데, 알파드의 경우 2.5리터 4기통 하이브리드로 시스템 총 출력은 250마력, 복합연비는 13.5km/ℓ다. 해외에는 LM 350h도 판매되지만 국내에서는 파워트레인으로 차별화된다. LM 500h는 연비보다는 퍼포먼스 중심이다.
중저속 일상주행에서 터보 하이브리드는 저속부터 여유로운 힘을 보여준다. 저배기량, 혹은 자연흡기 기반의 하이브리드가 엔진 가동과 함께 높은 엔진 회전을 보인다면, LM 500h의 터보 하이브리드는 유럽산 고출력 PHEV처럼 동작한다. 터보 특성상 저회전 토크가 좋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다루면 2.5톤에 달하는 무게와 달리 신속하게 속도를 높여간다. 전고가 높은 MPV 특성상 속도계는 200km/h 부근에서 제한되지만, 과정이 상당히 빠르다. 전폭과 전고가 유사한 정사각형 타입의 보디 스타일과는 달리 낮은 무게중심이 꽤나 안정적이다.
LM 500h는 렉서스의 새로운 GA-K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틀림 강성을 높여, 안정적인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을 함께 높였다. 주파수 감응형 밸브가 결합된 전자식 서스펜션은 노면 변화에 실시간으로 반응한다. 정차 직전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스무스 스탑 컨트롤은 새롭다.
쇼퍼드리븐 체험을 위한 2열 시승은 호기심과 즐거움의 시간이었다. 어릴적 할리우드 영화의 부자들은 운전석과 구분되는 파티션이 있는 리무진의 뒷좌석에 탔다. 국내에서 출고 사양으로 파티션이 달린 리무진을 구입하려면 10억원에 가까운 마이바흐 풀만을 사야했다.
LM 500h 로열은 파티션과 함께 위아래로 움직이는 유리 격벽을 갖추고, 유리는 디밍 기능으로 투명도를 조절할 수 있다. 파티션에는 48인치 디스플레이가 내장되는데, 23개 스피커의 마크레빈슨 3D 사운드와 L-아닐린 가죽의 VIP 시트와 함께 완벽한 독립 공간을 만든다.
샘플 음악으로 유튜브 뮤직의 오케스트라를 연결해놨는데, 무선 연결임에도 소리의 웅장함이 남다르다. 세단과 달리 사각형의 청음실과 유사한 구조와 파티션에 내장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정면에서 나오는 소리로 인해 더욱 실감난다. 시승한다면 탑건 매버릭도 추천한다.
승차감은 기본적으로 부드러운 셋업인데, 2열 승차감 모드 선택시 보다 부드러운 감각을 더해준다. 과속방지턱을 비롯해 노면의 굴곡을 대부분 부드럽게 소화하는데, 날카로운 요철은 제법 전달한다. 유압식 댐퍼의 한계로도 보이는데, 그럼에도 모든 쇼크를 둥글게 전한다.
2열 VIP 시트의 착좌감은 양산차의 2열 시트 중 가장 좋은 수준이다. 낮게 내려앉는 세단과 달리 일반적인 시트포지션을 기반으로, 하이루프 MPV 고유의 여유로운 헤드룸과 레그룸은 대단히 만족스럽다. 렉서스 특유의 아기자기한 숨은 디테일과 고급 소재는 부족함이 없다.
렉서스 LM 500h 로열은 국내 쇼퍼드리븐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세단 일색의 의전차 수요가 고급 SUV나 특장 MPV로 확대되는 시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차체 크기에 출고 사양으로 파티션 리무진을 제공한다. 차가 궁금하다면 시승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