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도 없이 시체와 무덤에 갇힌 이 여성, 결국…

무더위를 이겨볼 소장각 공포영화 ②
<고통의 관> 신이 없음을 증명해야 하는 고난기
점점 더워지는 여름 날씨는 어느덧 참기 힘든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잠시만 서 있어도 지치는 더위는 해마다 기록을 갈아치우기 바쁘다. 한 달 이상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지 않겠나. 곧 녹아버릴 듯한 더위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선선한 바람이 불 것이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요즘 날씨. 한풀 꺾이겠으나 9월 중순까지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폭염을 날려 버릴 나만의 방법을 공유한다. 부천에 살면서 자연스럽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접했던 필자는 호러, 공포, 고어, 오컬트, 슬래셔 등 장르물을 고전영화보다 더 빨리 접하며 자라왔다. 그때 단련되었던 무쇠 심장은 훗날 믿음직한 지원군이 되어주었지만. 그럼에도 멘탈을 뒤흔드는 영화는 여전히 존재하고 트라우마로 남아 가끔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한다.

그래서 준비했다. 막바지 더위에 작은 도움이 되고자. 호러 영화 애호가도 찝찝하고 무서워서 며칠 동안 시달렸던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남은 더위 시원하게 보내길 기원하며 공포에 맞서는, 혹은 함몰되어가는 여성 캐릭터의 하드캐리에 끌려가 보길 바란다.

<고통의 관>은 오랫동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인도네시아 감독 ‘조코 안와르’의 신작이다. 한국에는 <임페티고어>, <군달라: 슈퍼히어로의 탄생>, <사탄의 숭배자>로 알려졌다. 2012년 이구치 노보루, 에릭 마티와 옴니버스 단편을 확장한 장편이다. 심리 스릴러적 관점과 인도네시아 특유의 종교관을 더해 이국적인 공포를 만끽하기 충분하다.

빵집을 운영하는 부모님과 단란한 가족을 이루던 시타(파라디나 무프티)는 눈앞에서 부모를 잃는다. 이후 오빠 아딜(레자 라하디안)과 단둘이 세상에 던져진다. 다행히 후원으로 운영되는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게 되었지만 아딜은 이사장의 성추행으로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게 된다. 남매는 우여곡절 끝에 학교에서 도망치고 세월은 흘러 성인으로 성장한다.

부자들만 모이는 요양원의 간호사로 일하게 된 시타와 장의사로 일하는 아딜. 그날 이후 시타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며 종교 자체를 불신한다. 환영은 뇌에 산소가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이라며 부정하기에만 열중한다. 요양원에서 일하는 이유도 가장 나쁜 놈을 찾아 그 관에 들어가기 위함이다. 지옥에 떨어지기 전 무덤에서 극심한 고통을 겪는 과정을 담아 증명하려고 한다.

시타는 고통의 관은 없고 종교가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라며 시체와 함께 캠코더 하나만 들고 관 속에 들어간다. 하지만 진짜 인지 망상인지 알 수 없는 환영이 시작되고 시타는 예상치 못한 끔찍한 공포와 마주한다.

무슬림 가정에서는 밥상머리부터 교리를 가르친다고 설명한다. 믿지 않는 불신자, 죄인의 관에 찾아가 사지를 찢기거나 극심한 고통을 주는 두 천사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세뇌한다. 시타가 그토록 종교를 불신하고 집착하는 건 그날 빵집에 찾아온 자살 폭탄 테러범 때문이다. 이 일로 순교자가 되면 고통의 관 없이 천국에 갈 거라고 말한다. 그 말이 정당하다면 부모님의 죽음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지 고통스럽기만 하다.

부모님의 죽음에 자신이 일조했다는 죄책감이 촉발된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무덤의 고문이 미신임을 증명하려 고군분투하지만 알 수 없는 기운에 이끌려 충격적인 경험을 하고야 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덤에 함께 갇힌 답답함과 폐쇄적인 공포가 조여오는 가운데 무슬림의 사후세계를 알아가는 독특한 경험이 신선하다. 초자연적 현상에 압도당하는 상황은 <곤지암>이 떠올랐으며, 요양원의 노부부 에피소드는 고어적이고 자극적이라 주의가 필요할 만큼 끔찍함도 동반한다. 반대로 무슬림의 이해가 떨어지는 비종교인의 진입장벽이 높아 생경하게 느껴지기도 하겠다.

그럼에도 하드캐리 ‘시타’의 아역, 성인 배우 모두 매력적이라 몰입도가 상당하다. 여성이자 동생인 시타가 오빠 보다 강인한 성품을 가졌으며 뭐든 진취적으로 해결하려는 성향이 흥미로웠다. 무슬림을 스스로 거부하며 사회 부조리, 신의 존재에 의문을 품는 모습은 독립적이고 주도적이다. 다만 결말은 어쩌면 계몽적이기까지 한데 각자의 믿음으로 해석해 볼만하다.

참고로 ‘조코 안와르’의 작품에 관심이 생긴다면 각본과 연출을 맡은 넷플릭스 호러 7부작 [조코 안와르: 나이트메어 앤 데이드림]을 추천한다. 인도네시아판 <환상특급>이라 불리는데 SF,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를 다양하게 만나볼 기회다. 인도네시아의 생활, 종교, 가치관 등을 만나보는 색다른 시간이 될 것이다.

글: 장혜령
사진: IM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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