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숲' 작가와 디즈니+는 왜 자꾸 실패할까?
[OTT 리뷰] 결과적으로 용두사미로 끝난 디즈니+ <지배종>
<지배종>(2024)
줄거리
새로운 인공 배양육의 시대를 연 생명공학기업 BF의 대표 ‘윤자유’와 그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퇴역 장교 출신의 경호원 ‘우채운’이 의문의 죽음과 사건들에 휘말리며, 배후의 실체를 쫓게된다.
<지배종> 특징
-<비밀의 숲>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수연 작가의 다섯 번째 작품. 작가의 작품답게 대담한 소재, 치밀한 전개 방식과 인물들의 갈등을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특히 배양육이라는 글로벌 이슈가 되는 소재를 활용했다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더 이상 살아있는 생명체를 도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되었고, 그로 인해 1차 산업이 멸종되면서 사회적 갈등은 커지게 된다. 드라마는 의도치 않은 과학기술 발전이 우리 일상에 어떤 사태를 초래하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이수연 작가의 대표적인 장점은 흥미진진한 대립구도와 그에 걸맞은 치밀한 전개를 완성한다는 점이다. 거대 기업과 1차 산업 종사자의 단순한 갈등이 주요 배경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여러 개의 이익집단이 등장하면서 복합적인 갈등관계를 형성한다. 배양육을 만들어 글로벌 기업이 된BF와 정부, 경쟁업체 대기업, 전 세계의1차 산업 종사자들이 대립하며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그런 와중에 각 캐릭터들의 관계 역시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자신의 신념을 성공시키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전 세계의 표적이 된 윤자유(한효주), 자신에게 큰 상처를 안긴 테러리스트를 찾기 위해 BF에 경호원으로 잠입한 우채운(주지훈), 전직 대통령의 외손자이자 BF 라이벌 대기업 회장의 아들인 국무총리 선우재(이희준), 그리고 각자 의심스러운 사연과 행동을 보이는 BF 내부 직원 캐릭터 등 각 인물들 모두 서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를 경계하며 각자만의 꿍꿍이를 지니고 있다. 이로인한 내부의 갈등이 서서히 증폭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과 전개가 매회마다 발생한다. 이렇듯 <지배종>은 시종일관 흥미로운 스릴러의 면모를 보여준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연상시키는 BF의 비서 ‘장영실’로 상징되는 AI 기술과 증강현실, 첨단 IOT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 역시 눈에 띄는 대목이다. 할리우드에서나 가능할법한 소재와 표현 장면을 구현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있는 성과이며 이야기 전개 흐름에도 영향을 주었을 정도로 긴박하게 활용되었다.
But…
-하지만 제아무리 장점이 많은 드라마라 할지라도 마무리를 허무하게 끝냈다면 결과적으로 그 작품은 실패다. OTT 시대인 만큼 시청자를 계속 붙잡아 두려면 그 시청자가 여러 번 볼 수 있는 드라마를 완성해야 한다. 그 점에서 본다면 이후에 만들어지는 작품들은 결말까지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야 하는데, <지배종>은 후반부로 갈수록 치명적인 단점을 드러냈고, 그로 인해 결말마저도 두리뭉실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점에서 봤을 때 <지배종>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작품이다.
-<지배종>의 핵심 소재인 배양육은 환경,미래적으로 볼때 매우 의미심장한 소재임은 분명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시청자들이 흥미를 갖고 지켜보기에는 한번에 와닿는 소재는 아니다. 특히나 배양육 같은 복잡한 과학적인 원리를 지닌 소재는 매우 무겁고 어려울 따름이다. 그렇기에 이수연 작가도 이 이야기에 스릴러적인 구조를 도입해 이야기의 흥미를 높이려 했을 것이다.
–전자에서 장점으로 언급했던 AI와 증강현실을 활용한 장면은 사실 단점에 더 가깝다. 드라마는 간혹가다 이 첨단 기술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불필요하게 이 기술이 도입된 시각효과를 중점적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그로 인해 다소 어색한 CG와 시각효과가 드러나 어색한 분위기만 연출되고 만다. 아무리 좋은 기술력을 선보인 드라마라 해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화면 구성을 선보이면 그것은 방해가 될 따름이다. <지배종>의 CG와 시각효과는 카메라 구도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밝은 배경에 CG를 무리하게 노출시켜 그다지 실감있다는 느낌을 주지 못한채 어색함만 남겼다. 그리고 이야기가 주가 되어야 하는 흐름에서 이러한 단점 같은 어색한 기술 묘사가 등장해 이야기 흐름에 방해를 주고는 한다.
-가장 큰 치명적인 단점은 연출력과 작가의 집필에 있다. 연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지베종>은 빠른 전개와 편집으로 눈길을 모았다. 초반에는 이 부분이 흥미진진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는 방대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급 마무리 하려는 듯한 의도로 보이게 된다. 인물들의 묘사와 사연이 급전개, 간략한 과거 회상 편집 처리, 갑작스러운 대사 설명으로 마무리하는 식이다. 이야기의 후반부 회차에 이 부분이 심해지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아마도 16부작 같은 많은 에피소드를 목표로 했던 드라마를 어떻게든 10부작으로 마무리하려 한 것 아니었나 생각된다.
-사실 이 문제는 디즈니+에서 제작한 몇몇 한국 오리지널 작품들이 지닌 단점들이었다. <그리드>,<레이스>,<로얄로더> 등 소재는 좋았지만 어느 순간 급 마무리로 갑자기 이야기를 종결 지으려는 작품들이 디즈니+에 수두룩하다. 그나마 <무빙>,<최악의 악> 같은 비슷한 시기의 드라마들은 어느 정도 탄탄한 흐름과 목표대로 이어나갔지만, 전자의 세 작품들은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와 연출력으로 최악의 결과물을 내놓았다. 이는 글로벌 OTT를 표방하는 디즈니+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이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앞선 문단에서 언급했듯 OTT의 충성스러운 시청자를 많이 확보하려면 이러한 결과물들이 계속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런 작품들이 많다는 점은 디즈니+에게 있어서 치명적인 상흔으로 남겨질 것이다. 물론 <지배종>이 애초부터 디즈니+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었다 해도 이런식의 작품이 OTT에 남아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지 않다. 디즈니+가 적극적으로 한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은 좋지만 연출과 기획에 있어서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램이다. 다행히 <무빙>이 제작된 시기의 디즈니 작품들이 나름 치밀하게 기획되고 있는 것 같아서 다시 한 번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또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이수연 작가의 최근 집필력이다. 2017년 <비밀의 숲>이라는 야심찬 작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집필한 <라이프>,<비밀의 숲 2>,<그리드> 그리고 <지배종> 역시 좋지 못한 평가를 받고있다. 공교롭게도 공통점은 소재는 좋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지는 전개, 깔끔하지 못한 마무리로 시청자에게 개운함을 선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초반의 좋은 흐름을 결말까지 갖고 가지 못했다는 점은 작가의 집필의 끈기력이 부족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공교롭게도 이 문제는 작가의 전작이자 디즈니+의 오리지널인 <그리드>에서도 발견된다. 이쯤되면 이수연 작가와 디즈니+의 조합은 그리 좋은 조합은 아닌 것 같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치지 못한 상태서 계속 차기작을 준비한다면 이수연 작가는 더 이상 ‘믿보배’ 작가로 불리기에는 어려운 위치에 놓이게 될 것이다. 항상 국내에서 보기드문 야심찬 소재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 하는 뒷심이 약한 결과물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것은 집필 문제 혹은 이를 현실적으로 만들어 줄 연출진과의 의견 조율에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차기작에서는 조금 더 힘을 뺀 소재와 가벼운 작품을 선보여 문제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했으면 한다.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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