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년 뒤에야 열리는 美 타임캡슐
지금으로부터 무려 6000년 뒤에야 열 수 있는 미국 타임캡슐에 관심이 쏠렸다.
미국 애틀랜타에 자리한 오글소프대학교는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교내 지하에 마련된 타임캡슐 '문명의 지하실(Crypt of Civilization)' 개봉 시기가 올해로 꼭 6089년 남았다고 발표했다.
오는 8113년이 돼야 열 수 있는 '문명의 지하실'은 이 학교 지하에 자리한다. 1915~1944년 오글소프대학교 학장을 지낸 쏜웰 제이콥스는 고대 문명의 정보가 적다는 것을 깨닫고 당시 모을 수 있는 자료를 최대한 타임캡슐에 묻으려 했다. 역사학자였던 그는 아득한 미래의 인류에 과거의 정보를 남기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했다.
학장은 오글소프대학교 지하에 가로 6m, 세로 3m, 깊이 3m 규모의 밀실로 만들었다. 이후 다양한 물건을 채웠는데, 대부분은 기증을 받았다. 여기에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5세가 보낸 물품도 포함됐다.
오글소프대학교 관계자는 "타임캡슐에는 각 시대의 최첨단 장비, 의류, 일용품, 문화 및 종교 관련 물품, 서적이 보관됐다"며 "백과사전부터 고전, 역사서, 성경, 영화필름, 축음기, 영사기, 타자기, 라디오, 재봉틀, 기압계, TV, 전화, 토스터, 칫솔, 맥주, 껌은 물론 기관차나 비행기 공조 시스템의 축소판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원고는 물론 필름과 히틀러와 스탈린, 루스벨트, 무솔리니 등 각국 지도자들의 음성 녹음테이프 같은 귀중한 유물도 잠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쏜웰 학장은 타임캡슐이 열릴 때 인류 또는 외계 생명체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할지 모른다고 보고 영어 교본도 넣었다. 핵전쟁 등으로 전기가 없는 상황을 가정해 발전 장비(풍차)도 챙겼다.
오글소프대학교 관계자는 "'문명의 지하실'은 고대 이집트 묘실을 참고해 디자인했다. 에나멜로 덮인 벽에는 인류의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문양이 들어갔다"며 "물건을 다 채운 뒤 실내 산소를 빼고 불활성 기체인 질소를 넣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1940년 5월 28일 밀봉식을 거행했다"고 설명했다.
많은 참가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타임캡슐 문이 용접됐다. 문에는 '20세기 세계 문명의 상징물이 담겼다. 보석이나 귀금속은 없다. 8113년까지 보존하고 정부 및 오글소프대학교 관계자에 의해 개봉할 것'이라는 학장의 주문이 적혔다.
타임캡슐 개봉 시기를 8113년으로 상당히 길게 잡은 것은 학장이 계획을 떠올린 1936년이 고대 이집트력 원년으로부터 6177년째이기 때문이다. 학장은 두 연도를 더한 8113년에 타임캡슐을 열 누군가에게 "우리 시대의 인류 문명을 미래에 전하며"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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