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니티, 교보생명 투자 수익률 겨우 연 1%대 '잃어버린 13년' [넘버스]

조회 1772025. 3. 17.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의 교보생명 지분투자 성과 개요 /그래픽=부광우 기자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10년 넘게 갖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을 마침내 털어 낸 가운데 그동안 거둔 실질 투자 수익률이 연 1%대 중반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을 사고판 돈만 놓고 보면 손실을 봤지만, 그나마 교보생명의 주주로서 받은 배당 덕에 마이너스 실적을 면했다.

웬만한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둔 것만 못한 수익률 탓에 사모펀드로서는 사실상 잃어버린 13년이라는 평이 나오는 와중, 아직 교보생명 주식을 처분하지 못한 다른 투자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피니티는 최근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전량 매각했다. 이로써 어피니티는 10여년 동안 이어온 교보생명과의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교보생명에 대한 어피니티 투자의 연복리수익률(CAGR)은 연 1.46%로 추산된다. 지분을 사들였던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를 기준으로, 주식 매입과 매각 가격 간 손익에 해당 기간 배당금을 모두 합산한 결과다. CAGR은 투자 시작부터 마무리 시점까지의 투자 수익률을 연평균으로 나타낸 값이다.

지분 매매만 따지면 2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투자였다. 어피니티는 갖고 있던 교보생명 주식을 1주당 23만4000원 수준에 팔아치운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 주식 수를 고려한 매각 대금은 4341억원이다. 당초 이를 사들일 때는 1주당 24만5000만원씩 총 4545억원을 투입했다. 이번에 회수한 돈보다 초기 투자금이 204억원 더 많았다.

그래도 1000억원을 웃도는 배당금으로 손실을 만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교보생명의 사업·감사보고서들을 분석한 결과, 어피니티가 이 회사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2012회계연도부터 지난해까지 받은 배당금은 1068억원이다. 배당이 없었던 2023년만 제외하고 해마다 최소 50억여원에서 많을 때는 10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배당금 몫이 가장 컸던 해는 2019년과 2021년으로 각각 139억원씩을 챙겼다. 지난해 배당금도 111억원으로 100억원을 넘겼다.

결과적으로 어피니티가 주식 매각과 배당 등으로 받은 돈은 모두 합해 5409억원이다. 여기서 처음 교보생명 지분 인수에 들어간 투자금을 빼고 보면 최종 864억원을 남긴 투자였다.

이는 어지간한 예금 이자율보다 못한 성적이다. 투자금을 그냥 은행에만 넣어뒀어도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하던 해인 2012년 초 은행권의 신규 취급액 기준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3.76%에 달했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이른바 제로금리가 펼쳐졌던 2020~2021년 중 0%대를 찍었던 시기를 제외하면, 은행 예금 금리는 낮아도 1%대 중반이었다. 특히 지난해 11월과 12월에는 각각 4,30%와 4.29%로 4%를 돌파했다. 올해 1월까지도 은행권 정기예금 평균 이자율은 3%대를 나타냈다.

만약 어피니티가 교보생명 지분 인수에 썼던 돈을 굴려 얻어낸 수익률이 매년 2%만 됐더라도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은 1000억원이 넘어간다. 3%까지 끌어올렸다면 이는 2000억원에 육박한다. 4545억원에 12년간 2%와 3%의 연 복리 수익률을 적용해 보면 투자금은 각각 5764억원과 6480억원으로 불어난다. 원금 대비 2%일 때는 1219억원, 3%일 때는 1935억원이 늘어난다는 계산이다.

더욱이 자금 운용 성과의 기대치가 높은 사모펀드의 특성까지 염두에 두면 수익률이 1%대에 머문 투자는 실질적인 성공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통상 사모펀드가 운용하는 펀드는 수익률이 7~8%가 넘어야 성공으로 여겨진다. 보통 이 정도를 기준으로 성과보수가 나오기 때문이다.

어피니티와 함께 교보생명에 투자했던 곳들의 셈법도 복잡할 수밖에 없다. 당장 싱가포르투자청(GIC) 역시 어피니티와 동시에 주식 처분을 결정하면서 같은 수익률을 받아들였다. 과거 2260억원을 들여 교보생명 지분 4.50%를 매입했던 GIC는 지분 매각과 배당으로 총 2690억원을 거둬들이면서 430억원의 이익을 냈다.

반면 더불어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와 EQT파트너스는 선뜻 선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IMM PE와 EQT는 교보생명 주식을 각각 2624억원어치씩 사들인 지분율 5.23%의 주요 주주다. 이들도 어피니티·GIC처럼 지분을 처리한다면 남는 이익은 499억원에 그친다.

다만 IMM PE와 EQT도 조만간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거래로 교보생명 지분 24.01%를 인수하기 위해 손을 잡았던 4개 펀드 중 2곳이 빠져나가며, 컨소시엄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돼서다.

이렇게 되면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들이 벌여 온 풋옵션 분쟁 역시 곧 종결될 전망이다. 어피니티는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하면서 신 회장과 풋옵션이 포함된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피니티 측이 지분을 신 의장에게 되팔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풋옵션은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팔 수 있는 권리다.

IPO가 미뤄지자 어피너티는 2018년 1주당 가격 40만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했다. 교보생명과 신 회장은 과도한 풋옵션을 챙기려 한다며 반발했다. 이에 양측은 국제 중재 소송을 이어오며 대립각을 세웠다.

조대규 교보생명 대표이사는 "주주 간 적절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고,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협상이 성사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작업과 미래지향적 도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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