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는 왜 거북목이 많을까?
역대 최고(GOAT)에 가장 근접한 걸로 평가받는 축구천재 메시와 날두, 월클 손흥민과 팀 동료 해리 케인까지.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을 한데 모아 놓고 보면 뜻밖의 공통점이 있는데, 다들 목이 이렇게 툭 튀어나온 거북목이라는 거다. 프로게이머도 아니고 축구선수가 거북목이라니. 유튜브 댓글로 “축구선수들이 거북목이 심하다던데 왜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축구 대표팀의 건강을 책임지는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에게 물어봤다.
맨날 잔디밭에서 공차고 달리는 게 일인 축구선수들이 종일 앉아서 일하는 회사원처럼 거북목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스포츠 손상 전문의인 서동원 축구협회 의무위원장에게 물어보니, 축구선수가 거북목이 되는 건 우리가 스마트폰 보다 거북목 된 것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바른세상병원장
“축구를 하는데 가장 많이 쓰는 게 헤딩이거든요. 헤딩이라는 게 목에 충격이 가거든요. 그래서 경추 5, 6번에 압력이 많이 생기고요.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서 목이 경직되고 그러면서 일자목이 됐다가 심한 사람들은 이제 거꾸로 C자인 거북이 목이 되는 거죠”
빠르게 날아오는 공을 반복해서 머리로 맞히다 보니 목뼈에 압력이 가해져 근육이 경직되고 거북목이 생길 수 있다는 거다. 목이 변형된 상황에서 헤딩을 계속하면 목 디스크로 악화될 위험도 있는데, 특히 높이 올라오는 크로스를 머리로 걷어내는 중앙수비수나 조규성처럼 헤더에 특화된 스트라이커에게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카타르월드컵에서 ‘한반두’로 활약한 호날두는 2000년 이후 최다 헤더골 기록 보유자인데 하도 머리를 많이 써서 그런지 거북목이 매우 심각한 수준.
훈련 때 흔히 하는 볼 리프팅도 거북목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선수들은 공에 익숙해지기 위해 하루에도 수천 개씩 리프팅 연습을 하는데, 몸을 수그리고 고개를 내미는 이 자세가 목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고 한다.
다만 축구선수들이 드리블할 때 시선을 아래로 두고, 빠르게 스프린트하려고 목을 빼다 보니 자세가 틀어진다는 썰도 있는데, 그건 낭설이라는 게 서동원 위원장의 설명.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바른세상병원장
“아마추어면 땅만 보고 드리블하겠지만 전문 선수들은 땅을 (안 보고) 드리블할 때도 정면을 쳐다봐야 되거든요. 전속력으로 달리기는 거북목을 예방하는 좋은 운동이기 때문에”
알고 보니 세계적인 선수들도 거북목 때문에 목이랑 어깨, 팔, 등까지 통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부러지고 찢어지면 수술이라도 하지만, 거북목은 안고 가는 직업병이라 대부분 재활하면서 버틴다고. 그나마 근육 팽팽한 현역 땐 버티다가 은퇴하고 고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동원 대한축구협회 의무위원장‧바른세상병원장
“30대 초반에 이제 프로 선수들 메디컬 체크해 보면요. 5~6번 디스크가 상당히 많거든요. 결국 나중 되면 이제 많이 힘들어하는데 은퇴하거나 그래서 오죠”
한창 자라는 시기에 헤딩과 볼 리프팅에 몰두하는 유소년 선수들도 문제인데, 잠깐 쉴 때도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어서 이래저래 요즘 유소년 선수들 거북목이 더 심해졌다.
다만 경기 중인 선수들이 거북목처럼 보이는 데는 착시효과도 있다. 국가대표와 프로팀 선수들은 활동량과 최고 속도, 뛴 거리, 심박수 등 경기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GPS 기반의 EPTS 기기를 장착하고 출전하고 있다. 읭(?)스러웠던 황희찬 선수의 까만 속옷도 이걸 착용하기 위한 브라톱이었는데, 기기가 목 뒤에 있어서 유난히 자세가 굽어보이게 된다.
잦은 헤더와 훈련으로 목이 굳는 걸 막으려면 꾸준한 마사지와 자세 교정이 필요하다.
이동근 바디퍼포먼스 대표
"(코어 운동을 할 때) 흉추(등뼈)를 곧바로, 척추 각을 잘 만들어주고 하는 방법들이 있고 웜업을 할 때, 몸 풀 때 흉추나 이런 목 같은 부분을 풀어주는 부분도 많이”
각종 부상과 통증을 참고 16강을 이뤄낸 우리 태극전사들은 부디 거북목으로 고생하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뛰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