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없으면 잇몸…리그 선두 대전의 ‘화수분 축구’

황민국 기자 2025. 4. 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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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선수층 바탕으로 2011년 이후 처음 순위표 맨 위에
여름 이적시장서 김문환·밥신 등 영입…‘더블스쿼드’ 완성
득점원 주민규에 공수라인 백업 멤버 건재 “올해 일낸다”
프로축구 K리그1 대전 하나시티즌 공격수 주민규(가운데)가 지난 1일 전 소속 팀인 울산 HD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세리머니를 자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축구 대전 하나시티즌의 출발이 심상치 않다.

황선홍 감독(57)이 이끄는 대전은 지난 1일 울산 HD 원정에서 주민규의 결승골에 힘입어 3-2로 승리했다. 승점 16점(5승1무1패)을 쌓은 대전은 1경기를 덜 치른 2위 김천 상무와 승점 차를 5점으로 벌리면서 선두를 지켰다.

대전이 순위표 꼭대기에 오른 것은 전신이자 시민구단이었던 시티즌 시절까지 따져도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왕선재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대전은 4월 1위에 올라 ‘이변’으로 평가받았다.

축구 전문가들은 대전의 시즌 초반 질주 원동력을 탄탄한 선수층에서 찾는다. 대전이 지난해 강등 위기를 겪으며 여름 이적시장에서 김문환, 밥신, 마사, 천성훈, 켈빈, 김현욱 등을 대거 영입한 것이 우승 후보 못지않은 더블 스쿼드를 만드는 기반이 됐다.

대전은 개막 전 K리그1 최고 골잡이인 주민규를 울산 HD에서 데려온 가운데 포항 스틸러스의 코리아컵 2연패를 이끈 측면 날개 정재희와 독일에서 활약했던 측면 수비수 박규현, 검증된 수비수 하창래와 임종은까지 영입했다.

선수층이 탄탄해지니 웬만한 부상으로는 타격도 없다. 대전은 마사와 최건주가 직전 경기에서 다쳐 1일 울산전에서 제외됐는데도 구텍의 선발 출전과 윤도영, 김현욱의 전진 배치로 말끔히 해결했다. 윤도영은 전반 3분 신상은의 선제골을 도왔고, 김현욱은 페널티킥 추가골을 파넨카킥으로 해결하면서 기대에 부응했다.

황 감독은 “구단에서 힘을 많이 써준 덕분에 후보 선수들이 많아졌다. 부상 선수가 생겨도 가동할 인원이 있는 게 긍정적”이라고 상승세 요인을 짚었다.

대전이 믿고 맡길 득점원이 생겼다는 사실도 선두 질주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올해 K리그1 득점 선두(6골)를 달리고 있는 주민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민규는 10골에 그친 지난해 전성기가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해 대전에서 7경기 만에 6골을 넣고 있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골잡이였던 황 감독의 노하우와 주민규의 기량이 어우러지면서 무시할 수 없는 폭발력을 갖추게 됐다.

팬들 사이에서는 첫 우승 도전에 대한 기대감까지 피어난다. 황 감독도 “만족하는 순간 도태된다고 생각한다. 5월에 코리아컵까지 8경기가 있는데 그걸 지나야 어느 정도 리그의 윤곽이 나올 것”이라며 “(지도자 경력 중) 이런 상황을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다. 어떻게 지켜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1997년 창단한 대전은 우승과는 거리가 먼 팀이다.

정규리그로 한정하면 K리그2(2부)에 머물던 2014년 우승과 함께 1부에 승격한 것이 유일한 우승 경력이다. 1부리그 깜짝 선두를 달렸던 2011년에는 승부조작 사태로 주전 중 다수가 이탈해 15위로 시즌을 마쳤다. 컵대회로 범위를 넓혀야 2001년 FA컵(현 코리아컵)에서 딱 한 차례 정상에 오른 경력이 있다.

대전의 창단 멤버로 2001년 FA컵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김은중 수원FC 감독은 “FA컵에서 우승했을 당시 정규리그에선 꼴찌였다. 얇은 선수층의 한계였다”고 떠올리면서 “지금의 대전은 다르다. 잠시 흔들릴 수도 있지만 선수층이 두꺼운 팀은 무너지지 않는다. 무너져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다투는 수준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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