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인현동 화재 참사 희생자 '명예 회복' 길 터주다

이순민 기자 2026. 2. 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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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중구에 제도 개선 의견 표명
“종업원 보상 제외 사례 확인 못해
이제라도 상처 치유할 필요 있어”

유가족협 “조례 개정 실마리 되길”
우리함께 센터 “지연된 정의 회복”
▲ 지난해 11월25일 인천 중구청 앞에서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인천지역연대 등이 주최한 '평등권 침해하는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고 이지혜 학생 오빠인 이정환씨가 발언하고 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1999년 인천 인현동 화재 참사 당시 '아르바이트생'으로 분류돼 희생자 인정 대상에서 빠진 고등학생이 구제받을 길이 열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화재 사고에 책임이 없고, 상처를 치유할 필요가 있다"며 참사 26년여 만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관련기사 : [인현동 참사 고 이지혜 학생 어머니 김영순씨 인터뷰] "평생 가슴앓이…이제야 위안 얻어"

8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인현동 화재 참사 민원 의결서를 보면, 권익위는 최근 '인천시 중구 화재 사고 관련 보상 조례'를 개정하도록 중구에 제도 개선 의견을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인현동 화재 참사로 숨진 고 이지혜 학생 유가족은 지난해 "일일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권익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참사 이듬해 제정된 중구 화재 사고 관련 보상 조례는 가해자·실화자와 함께 종업원도 보상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권익위는 "민원 신청인 자녀가 보상받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제도 개선 의견을 낸 근거로 "화재 원인을 제공하거나 안전한 대피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책임을 인정할 만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며 "대형 화재 사고와 관련한 유사 조례에서도 종업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경우를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고 이지혜 학생은 1999년 10월30일 인현동 화재 참사 당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러 현장에 갔다가 화마에 휩쓸렸다.

하지만 참사 이듬해 중구 보상심의위원회는 해당 조례를 근거로 고 이지혜 학생에 대한 보상을 '보류'하고, 후속 회의를 진행하지 않았다. <인천일보 2025년 10월29·31일자 3면 '잃어버린 명예, 그 후'>

권익위는 이번 의결서를 통해 해당 조례 제정 목적이 "가족을 위로하고 지역사회 안정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제라도 화재 사고로 인한 상처를 치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같은 사안을 다룬 인천시 인권위원회도 최근 "재판 중인 사안"이라며 '각하'를 결정하면서도 "기본권 보호 관점에서 제도 개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

유가족들은 "늦었지만 잘못된 행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구는 그간 "권익위 판단이 나오면 구제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재원 인현동 화재 참사 유가족협의회장은 "26년이 지나도록 공직자들은 책임을 회피해왔다"며 "권익위 권고가 조례 개정으로 나아가는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센터장도 "지연된 정의를 회복하는 시작점으로 평가한다"며 "소극적으로 일관했던 중구와 중구의회가 더 이상 조례 개정을 미룰 명분이 없다. 온전한 명예 회복과 피해자 지원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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