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3-2. 공항을 축으로 탄생한 ‘지속가능 도시’
영국 사례 - 개트윅공항 인근 산단
정류장 - 사무실 입구까지 '20초'
글로벌 자동차·금융·핀테크 등
600개 기업 입주 '산업 특수' 톡톡
현장 근처 교육기관 2곳 운영 중
물류·엔지니어·서비스 산업 등
직업 실무·기술·전문 과정 갖춰
'지속가능한 경제 공동체' 목표
기업 입지·근로자 정주 뒷받침


지난달 16일 오전 9시 30분쯤. 영국 웨스트 서식스주 크롤리(Crawley) 지역, 개트윅 로드를 중심으로 형성된 매너 로열(Manor Royal) 산업단지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시기임에도 출근길에 오른 노동자들로 부산스러웠다.
크롤리 시내와 개트윅 공항을 잇는 패스트웨이(Fastway) 급행 버스가 회전 교차로를 돌아 한 회계 자문회사 앞 버스정류장에 멈춰 서자, 커다란 백팩을 멘 노동자들이 줄줄이 내렸다. 정류장에서 사무실 건물 입구까지 출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0초. 공항을 축으로 설계된 산단의 출근 풍경이다.
개트윅공항 남동권역 5㎞ 이내에 자리한 매너 로열 산단은 공항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트윅 다이아몬드 경제권(GDB)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218만여㎡ 부지에 600개 이상의 기업이 입주해 있으며, 3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영국 남동권 최대 규모의 산업 클러스터다.
산단 곳곳에는 벤츠, 볼보, 기아, 미쓰비시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비롯해 HSBC, BDO, PDP그룹, 에어로트론(Aerotron), 일렉타(Elekta), 피셔 클리니컬(Fisher Clinical), 웰랜드 메디컬(Welland Medical), 두산 등 금융·핀테크, 의료기기, 생명과학, ICT, 항공·우주, 방위 산업 분야 기업들이 빼곡했다.
산단을 오가는 대형 트럭과 화물차에는 수출용 화물이 가득 실려 쉼 없이 이동했고, 해마다 몸집을 키워온 산단의 성장세를 보여주듯 신규 입주를 앞둔 기업 공사 현장도 눈에 띄었다. 건설 현장 담당자 제임스씨는 "지난해 5월 착공했으며 약 8개월 만에 본사로 쓰일 메인 건물과 주차장 조성을 마무리하는 단계"라며 "산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새로운 사무실 입점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트윅 다이아몬드 경제권은 '산업 특수'를 누리는 데 그치지 않았다. '지속 가능 경제 공동체'를 위해 교육 투자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산단 공사 현장에서 약 3㎞ 떨어진 개트윅 교육기관(The Gatwick School)에서는 입학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30여 명의 지역주민들이 안내에 따라 대기하고 있었다. 정부는 공항이나 물류, 엔지니어, 서비스 산업 등에 맞춘 인력 양성을 목표로 이 기관을 설립했다.
약 2km 떨어진 곳에 있는 크롤리 학교(Crawley College)는 치체스터 컬리지 그룹(Chichester College Group) 소속 주요 직업·기술 교육기관이다. 공학, 자동차, 건설, IT, 미디어, 경영 등 폭넓은 기술·전문 과정은 물론, 공항과 연계한 실무 중심 교육과 취업 시스템을 갖췄다.
이밖에도 공·사립 중등학교와 전문대학 등 다양한 교육 기관이 분포해 있다. 여러 학교가 국제 바칼로레아(IB) 과정도 운영하며 인재를 양성 중이다. 실제로 최남단의 브라이튼 광역시는 인구 43% 이상 비율이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하고 있다. 영국 평균(약 38%)을 5%p 이상 웃도는 수치다.

산단에 입주한 한 글로벌 기업 관계자는 "공항 접근성이 곧 경쟁력"이라며 "임직원 이동과 해외 물류, 글로벌 파트너 협업, 전문 교육까지 동시에 해결되기 때문에 기업 입지 및 주거지 선택에서 이보다 좋은 조건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관광산업도 활발하다. 웨스트 서식스, 미드 서식스를 비롯한 주변 지역의 관광 분야는 전체 고용의 약 10%를 차지할 정도다. 집계된 여행 건수(당일 및 숙박 포함)는 2766만6000건, 창출 가치는 약 23억2900만 파운드(한화 4조5787억원)에 달한다.
/신공항 이슈 기획팀=글 김현우·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사진 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3-3. 친환경·상생·성장…영국, 히스로·개트윅 ‘동시 확장’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2-1. 영국 공항 셧다운 사태, ‘단일 허브’ 리스크 드러내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2-3. 끊이지 않는 ‘김포공항 이전론’…그 배경은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2-2. [단독] ‘회항·결항’ 최다, 김포공항의 딜레마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1-1. 공항 2개 시대, ‘벽’을 보다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1-3. 기능·역할 정립한 ‘마스터플랜’ 시급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1-2. 새 정부 방향은…6·3 지방선거 ‘분기점’
- [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3-1. ‘서브 공항’ 활용한 메가시티…영국 ‘다이아몬드’ 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