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신공항 ‘혁신 로드맵’] 3-3. 친환경·상생·성장…영국, 히스로·개트윅 ‘동시 확장’ 승부수
영국, 2개 공항 활주로 동시 확장
'상호 보완 강화·수요 분산' 전략
탄소 감축·재생 에너지 전환 노력
전체 직원 55% 주민 고용 방안 등
친환경·지역 정책 통해 갈등 해소


영국 내 공항 기반 '지역경제 실험'이 성공을 넘어 이제 국가 전략 차원의 대형 프로젝트로 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히스로공항·개트윅공항의 동시 확장이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신규 항공 인프라 사업은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영국은 공항 간 상호 보완 구조를 명확히하고, 친환경 기준과 지역 주민 공론화를 함께 묶는 방식으로 과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27일 인천일보가 영국 정부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히스로공항은 2035년까지 제3활주로 신설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국제 투자 유치와 글로벌 연결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공항 확장에는 490억 파운드(약 90조6000억원)가 투입되며, 제3활주로 건설과 신규 터미널(T5X) 신설, 기존 터미널 확장 등이 포함된다.

계획이 완료되면 히스로공항의 연간 승객 수용 능력은 현재 8400만 명에서 1억5000만 명으로 약 78% 증가한다.
개트윅공항 역시 제2활주로 신설에 나선다. 22억 파운드(약 4조3400억원) 규모의 민간 자금으로 추진되는 프로젝트는 현재 북쪽 활주로를 12m 이동해 정기 운용이 가능하도록 하고, 터미널 시설도 함께 키우는 것이 골자다. 연간 약 28만 편의 항공편이 오가는 개트윅공항은 이를 통해 2030년대 후반까지 연간 38만 9000여 편이 이용하는 공항으로 바뀐다.
두 공항의 동시 확장은 '단일 공항' 중심 체제의 한계를 인식한 수요 분산 전략이기도 하다. 히스로공항은 장거리 노선과 환승 중심, 주요 화물 이동 등의 글로벌 허브 기능을 강화한다. 개트윅공항은 중·단거리 국제선과 저비용항공사(LCC), 일부 화물 기능을 담당하는 보조 허브로 육성한다.

이러한 전략은 지역 경제단체의 두터운 지지를 바탕으로 한다. 기업 유치, 산업단지 조성, 투자 활성화 등 영국 전체 경제 성장에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 지난해 4~5월 영국 여론조사기관 사반타와 런던상공회의소(LCCI)가 런던 기업 500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약 5분의 3은 런던 공항 확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건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설계안이다. 우선 친환경 분야가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목표로 '넷 제로(Net Zero·온실가스 순 배출량 '0')' 전략을 수립했다. 항공 업계와는 ▲2040년까지 국내선 탄소제로 ▲2050년까지 국제선 탄소 제로 ▲2040년까지 공항 운영 탄소제로 등 비슷한 개념의 '제트 제로(Jet Zero)'를 추진하기로 결의했다.
이미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대기 중 탄소 배출량을 10% 감축한 히스로공항은 버스·철도 등 교통 연결성 확대, SAF 사용 및 온실가스 감축 등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히스로공항은 지난 2023년 항공사, 야생동물보호협회와 함께 북부 힐링던 지역 7곳의 자연보호구역 등을 개선·보호하는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하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도록 하며, 공항의 자연 네트워크를 지역 생활권까지 넓혔다. 주민들이 일상에서 녹지 공간을 이용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개트윅공항은 2030년까지 공항 네트워크 및 열 전력의 50%를 자체 발전이나, 직접 구매 계약(PPA)을 통해 영국 내 재생 에너지원에서 조달할 예정이다. 또 공항에서 사용되는 모든 폐기물을 퇴비화 또는 난방, 운송용 연료로 전환한다. 공항 및 공항 관련 차량과 지상 지원 장비, 이동식 건설 장비는 무공해·초저공해 수단으로 교체해나간다.
향후 모든 국가가 반드시 공항의 친환경 정책을 도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선제적 움직임은 의미가 크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속가능항공유(SAF) 사용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국제항공 부문 탄소 배출량을 5%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유럽연합(EU) 방침도 2050년까지 SAF 의무 혼합 비율을 85%까지 확대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항공업계 넷 제로 달성을 공언한 상태다.
이밖에도 영국은 공항 경제권의 성공적 확장을 위해 2030년까지 전체 직원의 최소 55%를 지역주민으로 고용하는 방안이나 지역 인력 기술 파트너십 및 이니셔티브 지원, 개발기금 투자 등의 지역사회 협력을 실행할 계획이다. 히스로공항은 지역사회 갈등 예방 목적으로 주민·기업·전문가·지방정부가 참여하는 6개 상설 협의체와 독립 감독기구를 가동하고 있다.
/신공항 이슈 기획팀=글 김현우·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사진 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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