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숙소·차별 임금…계절노동자 인권 경보
초과노동 등 인권 침해 드러나
응답자 87.5% “그냥 참았다”
道 “다국어 안내 등 개선 절실”

경기도가 처음 실시한 외국인 계절노동자 인권 실태조사에서 폭력, 초과노동, 열악한 숙소 등 다양한 인권침해가 드러났다. 입국 전 송출 단계에서 과도한 브로커 비용을 요구받는 사례도 확인됐다. <인천일보 2025년 7월31일자 1·6면>
1일 '경기도 외국인 계절노동자 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가 지난 6월부터 연구용역을 통해 19개 시군 계절노동자 41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근무지 임의 변경(14.3%), 초과근무임금 미지급(13.3%), 언어폭력(11.1%), 성희롱·신체폭력(4.8%) 등 인권침해 경험이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동일한 농가에서 수 명이 4개월째 임금체불을 당하거나, 한 사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 여성 노동자가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다는 응답이 있었다.
숙소 환경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비교적 높은 비율이 '임시 구조물'에서 생활했다고 답했는데 22.8%는 비닐하우스·컨테이너, 15.8%는 고용주 거주지에 딸린 숙소였다.
설문에 참여한 한 노동자는 월급 180만원 중 비닐하우스 숙소에 거주하며 46만원을 지불했다고 했다.
법무부 지침은 숙소 제공의 경우 통상임금의 15% 이내 공제만 허용하고 있다.
근무조건 정보 제공 역시 부족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노동자는 전체 78%였지만 출신국 언어 계약서를 받은 비율은 48.9%에 그쳤다. 임금명세서를 받은 경우는 58.4%였는데 이 중 출신국 언어 명세서 제공 비율은 39.2%였다. 응답자 다수는 출신국 언어로 적힌 게 아니어서 관련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인권침해를 겪고도 응답자의 87.5%는 '그냥 참았다'고 했다. 이유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서(45.2%)',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어서(31%)',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서(15.5%)'가 꼽혔다. 도움 요청할 곳을 아는 비율은 41.9%에 그쳤다.
심층 인터뷰에서는 입국 전 송출 과정에서 브로커가 서류 준비나 선발, 출국 절차 등에 관여하며 고액 수수료, 부모 보증 등을 강요한 사례도 확인됐다.
실제 라오스 출신 한 노동자의 경우 5개월간 일하고 받은 총 실수령액 900만원 중 절반을 브로커 비용으로 지불해야 했다. 월급 평균 실수령액을 계산해보면 90만원에 불과한 셈이다.
도내 외국인 계절노동자는 지난 9월 기준 399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여주시(1155명), 양주시(511명), 연천군(308명), 평택시(289명), 이천시(263명) 순으로 많았다.
도 관계자는 "여러 인권침해가 확인된 만큼 다국어 안내와 브로커 개입 차단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번 조사 결과는 내년 경기도인권위원회 정책 권고로 제출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Copyright © 인천일보 All rights reserved - 무단 전재, 복사,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