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절반을 브로커 손에…외국인노동자 불편한 진실

김혜진 기자 2025. 7. 30.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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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서 일한 필리핀 노동자 존씨
수수료 명목으로 브로커에 송금
근로자, 문제 제기 못한 채 감내
이주인권단체 '인신매매'라 지적
“구조 보완없다면 되풀이 될 것”
▲ 사진제공=경기도

지난해 5월부터 두 달여간 경기동부지역 한 농가에서 일한 필리핀 출신 존(가명)씨는 월급 206만원 중 숙식비와 보험료 등 60여만원이 공제된 146만원을 받아야 했다. 그러나 실제 손에 쥔 금액은 84만원뿐이었다. 나머지 62만원은 '수수료' 명목으로 민간 브로커 A씨 계좌로 송금해야 했다. <인천일보 6월10일자 1면>

존씨는 한국과 필리핀 지방정부 간 업무협약을 통해 도입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제'를 통해 입국했다. 하지만 그 과정엔 민간 브로커 A씨가 깊숙하게 개입해 있었다. A씨는 필리핀 현지 한 민간 송출업체의 대표로 노동자 모집부터 교육, 계약, 출국까지 전 과정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었다.

출국 전 존씨는 존재하지도 않는 대출을 빌미로 한 계약서에 서명해야 했다. 금액은 5만5000페소, 한화 약 130만원에 달했다. 서명을 거부하면 출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협박도 이어졌다.

브로커 A씨는 경기지역뿐만 아니라 전남, 충북 등 다른 지역으로도 필리핀 노동자들을 송출해왔다. 지역에 따라 62만원에서 75만원까지 수수료를 책정해왔다. 존씨가 일한 지자체에서는 매달 62만원씩 자동이체 방식으로 수수료 송금이 이뤄졌다. 일부는 월급이 입금되기도 전에 미리 인출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계약 외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구조는 '이중 착취'에 해당하지만 다수 계절근로자들은 본국 가족 생계를 위해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채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법무부 지침은 민간 브로커 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구조가 국제 기준상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유엔 인신매매방지 의정서는 취약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모집·송출하고 노동 착취를 목적으로 통제하는 행위를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수사기관은 여전히 '해외 계약은 관할 밖'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기도는 올해 외국인 계절근로자 5258명을 배정받았다. 이 중 10% 수준인 420명을 대상으로 첫 인권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브로커 개입 여부는 주요 조사 항목 중 하나다. 도는 오는 12월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위원회에 정책 권고를 제출할 계획이다.

고기복 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피해 노동자들이 귀국하면 사건은 묻히고 일부는 다시 브로커가 되어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농촌이 외국인 노동에 크게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계절노동자 제도의 구조적 보완 없이는 또 다른 사례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어 지자체 등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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