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큼큼' 답답한 목, 어쩐지 낫질 않더니…단순한 감기 아니었다

박정렬 기자 2025. 4. 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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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서울 종로구 한 이비인후과에 점심시간을 이용해 진료를 받으러 온 직장인 등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환절기는 인후염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다. 잦은 기침과 목의 이물감에서 시작해 후두에까지 염증이 번지면 쉰목소리가 나타나는데, 일시적 이상이 아니라 장기간 지속되거나 반복적으로 나타날 경우 음성장애를 의심하고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봐야 한다.

음성 장애는 단순히 목소리가 안 좋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정상적인 음성을 생성하는데 문제가 생겨 목소리가 변형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되는 '병'으로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목소리가 거칠어진 쉰 상태로 나오거나, 음성이 너무 약하거나 강하게 들리는 경우, 또는 목소리가 떨리거나 거칠어지는 등의 증상도 포함한다. 김현범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도움말로 음성장애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본다.
흡연·음주, 위식도역류질환 등 원인 다양
음성장애는 크게 기능적, 기질적, 신경학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기능적 음성 장애는 잘못된 발성 습관이나 과도한 목소리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성대결절과 성대용종이 대표적이다. 기질적 음성 장애는 성대 또는 후두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장애로 후두암, 성대마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신경학적 음성 장애는 신경계 질환으로 인해 성대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되는 경우로 파킨슨병이나 뇌졸중 등이 원인이 될 수 있다.
김현범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김현범 교수는 "가장 흔한 원인은 과도한 음성 사용"이라며 "가수, 교사, 성우, 방송인, 영업직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하는 직업군에서 음성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성대에 무리를 주는 발성을 지속하다 성대 점막이 손상되면서 염증이 생기고, 결국 성대결절이나 성대용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흡연과 음주도 음성 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담배 연기에 포함된 유해 물질은 성대 점막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고, 장기적으로는 성대의 변형을 초래할 수 있다. 과도한 음주는 성대 점막을 건조하게 만들어 음성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환경적인 요인도 중요한 원인이 되는데 건조한 공기, 먼지, 유해 가스 등에 지속해서 노출될 경우 성대 점막이 손상될 수 있다. 위식도 역류질환이 있는 경우 위산이 성대로 역류하면서 염증을 유발해 음성 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쉰 목소리 오래 가면 검사 받아야
음성장애를 의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증상은 △목소리가 거칠고 쉰 소리가 지속해서 나는 쉰목소리 △평소보다 목소리가 갑자기 낮아지거나 고음이 나오지 않는 목소리 변화 △조금만 말해도 목이 쉽게 피로해지고 통증이 생기는 목소리 피로 △목이 답답하거나 무엇인가 걸린 듯한 느낌이 지속되는 목의 이물감 △말하는 중간에 소리가 끊기거나 목소리가 힘없이 나오는 소리 끊김 △말할 때 목이 아프거나 불편한 통증 △목소리가 떨리거나 일정하지 않은 증상 등이 있다.

일시적인 쉰목소리는 감기나 과도한 발성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회복된다. 그러나 쉰목소리가 2주 이상 지속되거나 목소리가 점점 악화하고 말하는 것이 어려울 때, 삼킬 때 통증이 있거나 음식물을 삼키기 어려운 경우,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특정 음역이 나오지 않는 경우,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후두 부위에서 압박감이 느껴지는 경우, 기침할 때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 등은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검사받아야 한다.


음성 장애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구분되지만 크게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눌 수 있다. 보존적 치료는 대표적으로 음성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는데, 대체로 음성치료를 시행한다. 음성치료사가 성대에 무리가 가지 않는 발성법을 가르쳐 주고, 성대에 좋은 행동과 안 좋은 행동 교육 등 생활 습관 개선도 병행하는 방식이다.

약물 치료는 성대 염증이 있는 경우 항염증제나 위식도 역류를 조절하는 약물이 사용된다. 보존적인 치료를 충분히 시도한 뒤에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조직검사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김현범 교수는 "수술은 내시경을 통해 성대 병변을 제거하는 미세후두수술이 주로 적용된다"며 "성대마비나 연축성 발성장애가 있는 경우 보톡스 주사 치료나 성대주입술 등이 시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큰 소리 금물…복식호흡 도움 돼
음성장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성대에 안 좋은 행동을 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흡연은 보통 수년 뒤에 증상이 나타나 간과하는 경우가 많은데, 흡연으로 인해 만성 염증이 생겨 성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면 금연하더라도 오랜 기간 음성 장애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발성 습관 유지도 중요하다. 너무 크거나 거친 목소리를 피하고, 복식호흡을 사용해 성대에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이밖에 충분한 수분 섭취와 위식도 역류질환 예방을 위해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고, 식사 후 바로 눕지 않도록 하는 것 등이 음성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김현범과 교수는 "음성 장애는 단순히 목소리가 안 좋다를 넘어서서 직업적·사회적 문제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라며 "예방과 조기 치료가 어렵지 않고 약간의 관심만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므로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꼭 받아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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