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경제성장률 쇼크
[한국경제TV 김예원 기자]
<앵커> 올해 1분기 우리 경제가 충격적인 0.2%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사상 첫 4분기 연속 제로성장입니다.
1년째 성장을 멈춘 한국 경제는 이제 '저성장'이 아니라, 성장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예고를 하기는 했지만, 막상 성적표를 받아드니 충격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기자> 네, 올해 1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4분기보다 0.2% 감소했는데요.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보면, 지난해 2분기 0.21% 역성장한 것보다 더 낮은 0.24% 역성장입니다.
지난해 2분기엔 전분기 1.3% 깜짝 성장을 거둔 기저효과가 컸었는데, 올해 1분기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0.1%에 그친 점을 고려할 때 마이너스 성장은 더욱 충격이 큰 것입니다.
-0.2%는 2022년 4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부진한 분기 성장률인데요.
특히 최근 4개 분기 연속 성장률이 0.1% 이하에 그쳤죠. 이는 한은이 통계를 작성한 1960년 이후로 사상 처음인데요.
2008년 금융위기 때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때도 2개 분기 연속 0.1%를 밑돌다, 이후엔 곧바로 1~2% 성장하는 흐름을 보여왔습니다.
지금은 대외적인 쇼크가 와서 위기가 발생한 상황이 아닌데도, 성장률이 장기간 회복되지 않는 모습이고요.
게다가 트럼프발 관세 전쟁 영향이 본격 반영되기 전인데도 이 런 저성장세가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
<앵커> 관세 충격을 반영하지도 않은 제로성장이라는 게 더 걱정인데, 한국은행이 불과 두 달 전 내놓은 전망치보다 성장률이 크게 떨어졌는데, 그 원인이 무엇입니까?
<기자> 네, 지난 2월 한은이 전망한 0.2%보다 0.4%p나 낮아졌는데요.
이창용 총재는 CNBC인터뷰를 통해 정치적 불안정성 때문에 소비와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고 진단한거죠.
여기에 고성능 반도체 수요가 이연되고, 폭설, 한파 등 날씨로 일부 건설 현장 공사가 중단되는 등 일회적인 요인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내수가 부진했는데요.
민간소비와 정부소비 모두 하락했고, 건설, 설비 등 투자 부문의 부진은 더욱 뚜렷했습니다.
특히 건설 경기 불황의 장기화도 발목을 잡았는데요.
건설투자 부진은 지난해 연간 성장률을 0.5%p 낮췄고, 올해 1분기에도 성장률을 0.4%p 끌어내렸습니다.
<앵커> 내수 부진이 한국은행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수출도 상황이 안 좋아졌다는 거죠?
<기자> 네, 수출 역시 1% 이상 감소로 돌아섰습니다.
한은은 미국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중순 알루미늄, 철강에 대한 관세가 발효됐죠. 3월 철강 수출은 11.8% 감소했는데요.
철강의 경우 통상 계약하고 수출까지 시차가 2~3개월 있는 만큼, 해당 관세의 영향은 5~6월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출이 감소 전환한 것은 글로벌 산업 경기 부진의 영향이 더 컸다는 설명입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향후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감소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다만, 한은은 4월 20일까지 발표된 반도체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꼽았는데요.
관세 타격이 본격화되기 전 '밀어내기'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찌됐든 수출 감소세의 하방 압력을 막아주고 있단 평가입니다.
<앵커> 한국을 향한 관세 조치가 어떻게 전개될 지 여전히 안갯속인데, 향후 경제 전망에 대해서 힌트를 준 게 있습니까?
<기자> 네, 오늘 한은은 관세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성장률 전망에 대해선 말을 아꼈는데요.
다만, 2분기 내수는 소폭 살아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 발언 먼저 들어보시죠.
[이동원 / 한국은행 경제통계2국장: 2분기에는 민간 소비 중심으로 (내수가) 소폭 개선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정치 불확실성은 해소가 됐고, 지난 10월부터 기준금리를 75bp 인하한 효과도 나타날 것 같고요.]
탄핵 이후 정치 불안이 다소 해소되면서 소비나 투자 같은 경제 심리가 점차 살아날 것이란 관측인데요.
또, 선거 예산 집행에 따른 투자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출에 따라 민간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밖에 12조 2천억 원대 추경 예산안이 통과되면 성장률 제고 효과를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전망에 따라 2분기엔 내수 회복을 중심으로 성장률이 플러스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습니다.
<앵커> 한은의 예상대로 내수가 조금 회복되면, 연간 성장률도 오를 수 있을까요?
<기자> 내수가 살아난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연간 성장률을 끌어올리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우리나라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높지 않기 때문인데요. 해외 주요 10개국과 비교해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반면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큽니다. 1.9%p로, 10개국 중 가장 높았습니다. 수출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해 수출이 내수 부진을 만회했는데, 당장 2분기부터 수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죠.
오늘밤 한미간 관세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겠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 흐름을 끊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고요.
한은은 다음달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할 예정인데요.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만큼, 올해 1% 성장도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정지윤, CG: 손지영
김예원 기자 yen88@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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