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토허제 확대 한 달…강남3구·용산구 매물이 급감한 까닭은?
메수세 관망 속 임대차 기간 남고, 조기 대선 변수에 집주인은 매물 회수
마포·성동·양천구 등은 연일 신고가 거래…풍선효과, 재건축 호재 겹쳐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로 확대한 뒤 한 달 동안 이들 허가구역 내 아파트의 거래가 급감하는 등 매수세가 침체한 모습이다.
그러나 가격 하락 없이 매물이 크게 줄었고, 토허구역 이외 지역에선 일부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며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조기 대선 이후 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부동산 시장이 출렁거릴 조짐이다.
강남·용산 거래량 급감, 매물도 최고 25% 줄어…토허제 충격에 관망
서울시가 지난달 24일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한 뒤 한 달간 이들 4개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종전보다 크게 감소했다.
매수자는 물론 매도를 원하는 집주인들도 토허제 확대 지정 효과를 지켜보며 관망하고 있어서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3일까지 신고(24일 집계 기준)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총 3천90건(해제거래 141건 제외)으로, 이 가운데 강남 3구와 용산구의 총거래량은 61건에 그쳤다.
강남구는 총 29건이 신고된 가운데, 이 중 10건은 앞서 토허구역에서 풀리지 않았던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들이다.
송파구는 26건이 신고됐고 이 중 10건은 역시 토허제 해제 대상이 아니었던 잠실동 주공5단지와 우성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다. 앞서 토허제 해제 효과로 거래량이 급증했던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는 아직 단 한 건도 거래 신고가 되지 않았다.
송파구와 강남구는 앞서 토허제 해제 기간에 나란히 서울에서 거래량 상위 1, 2위를 다투던 곳이다.
서초구는 지난 한 달 동안 딱 1건이 신고됐다. 역시 재건축을 추진중인 잠원동 신반포2차 전용면적 74.4㎡가 지난달 25일 중개 거래로 38억7천만원에 팔렸다.
서초구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서초구는 지난 5년간 일부 신속통합기획 재건축 추진 단지를 제외하고는 토허제 대상이 없었다보니 매수, 매도자 모두 토허제에 대한 적응기가 필요해 보인다"며 "그렇다고 가격이 하락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거래 침체에도 불구하고 매물은 쌓이지 않고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토허구역으로 확대 지정된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4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총 8만6천525건으로 서울시가 토허구역을 강남3구와 용산구로 확대 지정하기 전(3월21일 기준, 9만1천768건)에 비해 5.8%가 감소했다.
이 가운데 송파구가 한 달여전 6천911건에서 현재 5천152건으로 25.5% 줄어들어 감소폭이 가장 컸고, 서초구가 7천418건에서 5천592건으로 24.7% 감소했다.
이어 용산구가 1천932건에서 1천584건으로 18.1%, 강남구가 8천533건에서 7천256건으로 15.0% 감소하는 등 강남3구와 용산구가 나란히 감소율 1∼4위를 기록했다.
거래가 침체한 상황에서 매물량이 감소한 것은 집주인들이 토허제 해제 기간에 내놨던 매물을 빠르게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토허구역에서는 매수자가 2년간 실입주를 해야 해 일단 2년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많이 남은 물건은 팔기가 어려워 매물이 회수되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는 지난 2023년 8월부터 입주가 시작돼 9∼10월 사이 전세 계약을 맺은 곳이 많다.
토허구역에선 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도 부담이다. 새로운 매수자가 직접 입주할 경우 임차인은 갱신권을 사용할 수 없는 게 원칙이지만, 임차인이 매수 예정자에게 집을 보여주지 않거나 높은 이사비용을 요구하는 등 분쟁의 소지가 있어 사정이 급한 집주인이 아니면 매매는 꺼린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조기 대선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토허구역의 지정 기간이 6개월로 짧고, 차기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라 연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보수 정권은 기본적으로 규제완화 기조여서 나쁠 게 없고, 진보 정권은 규제의 역설로 집권 당시 집값이 올랐다는 걸 학습으로 알고 있는 집주인들이 토허구역 지정으로 매수세가 감소한 상황에서 급하게 집을 팔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지다 대선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토허제 재지정 직전에 거래량이 급증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로 줄어든 영향도 있다"며 "정부 지침에 따라 토허구역내 매수자의 기존주택 처분 방식에 임대가 포함되면서 파는 것이 부담됐던 수요자들의 문의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3월 거래량은 현재까지 9천390건이 신고돼 2020년 7월(1만1천143건) 이후 4년 8개월 만에 최다를 기록했으나, 이달 계약된 물량은 아직 1천848건 신고에 그치고 있다.
비규제지역·정비사업 호재지역은 연일 신고가 거래
이에 비해 마포·성수·흑석동 등 토허제 규제를 피해간 곳이나 목동·여의도동 등 정비사업 호재가 있는 비강남권의 인기 지역은 호가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거나 신고가 매매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 전용 59.9㎡는 지난달 23일 25억원에 팔렸다. 직전 22일에 20층이 22억원에 팔렸다가 계약 해제된 것보다 3억원 높은 금액이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시티지자이(마프자) 전용 59.9㎡는 이달 12, 13일에 나란히 19억2천만원, 19억원에 팔리며 20억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전용면적 84.9㎡는 지난달 말 24억7천만원에 팔린 뒤 현재 호가는 26억원에 달한다. 올해 초 토허제 해제 직전 송파구 잠실 엘리트 단지에 버금가는 시세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9㎡는 이달 초 17억2천만원, 전용 84㎡는 최고 21억7천만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썼다.
마포구 아현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강남 토허구역 해제 기대감으로 연초부터 계속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며 "최근에도 매수세가 꾸준히 늘며 호가는 계속 오르고 팔렸다 하면 신고가를 찍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전까지 전용 59㎡ 이하는 갭투자가 많았고, 84㎡는 실입주자가 많았는데 토허구역 확대 이후에는 전용 84㎡도 전세를 낀 매수세가 늘고 있다"며 "당장 입주할 상황은 안되는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단지들은 토허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자체 재건축 호재로 강세다. 신시가지 5단지 전용 65.8㎡는 이달 9일 21억8천만원, 7단지 전용 66.6㎡는 이달 8일 22억9천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쓴 뒤 현재 각각 23억원, 24억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반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비롯한 일부 강북지역은 최근 한 달간 매매가가 하락해 풍선효과와는 거리가 있는 모습이다.
노원구 상계동 노원센트럴푸르지오 전용 59.9㎡는 토허제 확대 지정 후인 지난달 말 8억1천만∼8억1천700만원에 매매돼 연초 거래가(8억3천만원)보다 하락했다.
상계 주공9단지 전용 49.9㎡는 이달 들어 4층이 최고 4억9천만원에 팔렸으나 연초 5억1천만원보다는 2천만원 낮았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 토허제가 풀렸을 때는 집값 상승 기대감에 이쪽도 급매물이 팔리고 호가가 올랐으나 강남이 다시 잠잠해지니 호가 상승을 멈추고 시세보다 싼 매물만 거래가 되고 있다"며 "대선 불확실성도 있어 한동안 매매 시장에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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