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실 폭탄]⑤ “비대면이 대세, 상가 공급 공식 바꿔야”... 美처럼 주거와 쇼핑 분리·용도규제 유연성 필요

김유진 기자 2025. 4. 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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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동떨어진 상가 공급 비율 개선해야
경직된 상가 용도 규제 풀어야
지식산업센터 공실, 지역 산업 기반 조성 필요
기업 유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
서울 종각역 인근 상가 건물에 임대문의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상가 공실의 증가세를 멈추기 위해서는 수요를 웃도는 상가 공급의 근본적인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날로 발달하면서 상가에 대한 수요는 떨어지고 있지만, 상가 공급 구조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어 상가가 과잉 공급되는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가 공급 구조의 변화와 함께 기존 상가의 공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용도 변경 등 규제가 유연하게 적용되고 지자체의 상권 조성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상가 과잉공급 구조부터 바꿔야

전문가들은 직접 상가를 방문해 소비를 하는 구조 자체가 달라진 만큼 상가가 지금처럼 공급된다면 공실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비대면 소비 문화의 확산에 따라 변화된 상업 환경에 맞춰 적정 비율의 상가 공급 규모를 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가 공급 규모를 결정할 때 상권 배후지의 개발 단계, 상권 활성화 시기 등도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현재 공공주택지구 상업용지는 택지 개발 규모가 300만㎡ 미만일 경우에는 1인당 6~8㎡을 적용하는 상업시설 연면적 원단위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도심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축물의 상가(비주거시설) 비율은 10% 이상이다.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에 위치한 한 쇼핑센터의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종이나 동탄 등 신도시 같은 경우는 지구단위계획을 설정하고 택지를 공급할 때부터 상업용지 비율이 높다”며 “신도시 상가의 경우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업용지 비율을 낮추고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더라도 (상가의 공급을 줄이고) 다른 용도로 공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교육·정보센터소장실 선임연구위원은 “상가 비율을 만들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쉽게 상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과거의 경험이었다”며 “의무적으로 모든 건축되는 아파트에 비례한 상가 공급이지만, 이제는 그 부분이 작동이 잘 안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규칙이나 조례 등에서 아파트가 새로 생기는 경우 상가가 의무로 들어가다 보니까 그 지역의 인구 유입이 없는 한 계속해서 공실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상가의 공급 형태도 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같은 경우에는 ‘몰(Mall)’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주거 지역과 쇼핑 센터를 구분해서 쇼핑을 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제 우리나라도 이러한 개념이 도입돼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싶다”고 했다.

◇용도 규제 유연화 필요해…지자체 상권 조성 노력해야

이미 지어진 상가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자체가 용도 변경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신도시 같은 경우 지구단위계획에서 상가의 용도가 결정되면서 한정된 업종만 상가를 임대할 수 있어 공실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석희 한국부동산원 부연구위원은 ‘상가 공실 요인 및 정책 방안’ 보고서에서 “용도지역제의 상업지역은 22∼26개의 건축물 용도가 허용되지만, 신도시의 상업용지는 지구단위 계획에 의해 결정된다”며 “평균 10개 내외의 용도만 허용되고 건물 층별 규제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이 부연구위원은 ”구역별 세분화된 지구단위계획, 접면도로 유형별 용도규제, 층별 용도규제 등은 부작용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며 ”용도 관련 규정은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작년 11월 21일 세종특별자치시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세종 상가 공실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지자체의 상권 활성화 노력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세종시가 지난해 지자체 최초로 ‘상가공실박람회’를 개최한 것처럼 지차체가 나서 상가 임대인과 임차인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식산업센터, 단순한 공실 문제 아냐…지역 산업 경쟁력부터 회복해야

전문가들은 지식산업센터의 공실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의 산업 경쟁력부터 회복시켜야 하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지식산업센터가 있다고 해서 기업이 들어오는 게 아니므로 지식산업센터로 기업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산업 기반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도시에 자족기능을 넣어준다는 의미에서 지식산업센터가 많이 공급됐다”며 “그러나 자족기능은 지식산업센터를 만든다고 해서 생기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교수는 “지역에 산업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고 산업이 직접 들어가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부분이므로 도시 계획 단계부터 이러한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 역시 “지식산업센터의 공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가 가장 급선무”라며 “주택이나 오피스텔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니 대체 (투자) 상품으로 등장한 지식산업센터의 수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 기반이 살아나야만 한다”고 했다. 이어 서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지식산업센터 중 장기 악성 미분양의 경우에 취득세·양도세를 감면하는 조치를 취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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