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직고용 이주노동자 입국 2년, ‘낙동강 오리알’ 속출…하청노동자보다 낮게, 4월부터 최저임금 수준
조선사들의 ‘인력 부족’ 호소에 정부가 비자 요건을 완화해 이주노동자 수를 늘려주고 원청 대기업이 이들을 직접 고용한 지도 약 2년이 지났다.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동시장을 원청-하청 이중구조에서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삼중구조로 만든 것인데, 하청노동자와 이주노동자 모두 저임금이 고착화하는 바닥을 향한 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임금이 내국인 수준을 넘어서자 정부는 최저임금 수준으로 급여를 낮췄고, 일부는 체류 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쫓겨나고 있어서다. 노동자를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현실에서 호황기를 맞이한 조선업의 지속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중공업은 2023년 1월, HD현대미포와 HD현대중공업은 같은 해 7월과 9월에 E-7-3(일반기능인력) 비자 이주노동자를 직접 채용하기 시작했다. 법무부가 2022년부터 E7(특정활동) 비자 지침을 완화해 이주노동자 비자 발급을 확대해 준 덕분이다. E-7-3 비자는 관련 기능 자격과 2년 이상 경력이 있어야 했지만 올해 1월까지 한시적으로 경력 요건을 면제했다. 인원도 확대했다. 국민고용인원(내국인 상시 인력)의 20%였던 비율을 2023년부터 30%까지 한시적으로 늘렸다가 법무부가 지난해 지침을 고쳐 30%로 상시화했다. E7 체류 외국인은 2021년 2만675명에서 2023년 4만4993명까지 증가했다.
최근 이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 중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체류 상한은 3년이지만 원청 대기업이 1년 후 재계약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은 용접 기술을 시험해 재계약 여부를 정하는데 이마저도 3개월, 6개월 단기로 연장하고 있다. 이들은 전직이 금지돼 있는 데다 1500만~3000만원의 비용을 브로커에게 내고 입국했기 때문에 본국으로 쉽게 돌아갈 수도 없다. 결국 미등록 이주민(불법 체류자)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고용이 불안정한데 임금도 낮다. E7 비자로 입국한 이주노동자의 임금은 전년도 국민총소득(GNI)의 80% 소득기준을 적용받아 월 270만원이었지만,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법정 최저임금인 월 209만원으로 더 낮췄다. 대기업들이 지속해서 정부에 요구한 결과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일부 내국인 노동자들보다 높자 원청 대기업들은 이주노동자들의 급여에서 50여만원을 식비 등 ‘외국인 생활지원비’라는 명목으로 공제해 최저임금 수준을 맞춰 왔는데 이마저 눈치볼 필요가 없어졌다.
내국인 하청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은 지난달 15일부터 원청인 한화오션이 하청노동자와의 교섭에 책임 있게 나서 달라고 요구하며 한화빌딩 앞 30m 높이의 철탑에서 고공농성 중이다. <쇳밥일지>의 저자이자 하청노동자인 천현우씨는 최근 연장근로까지 해서 받은 월 204만원의 월급명세서를 공개하며 조선업 현실에 대해 비판했다.
신규 채용은 거의 없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1월 통계를 보면 정규직은 7068명으로 지난해보다 99명 줄었지만 비정규직은 1만9812명으로 3802명(24%) 늘었고 이주노동자는 4353명으로 953명(28%) 늘었다.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노동자는 총 1만9000여명으로 추산되는데 이중 이주노동자 비율은 25% 수준까지 올라갔다.
김규진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은 “업계에선 10년 뒤면 숙련 인력들이 사라진다고 말하지만 기업은 인력을 양성하기보다 단기간에 사람을 갈아 넣어서 이윤을 남기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훈 경남대 교수는 “하청업체 본공 임금이 오르면 청년들도 일할 만한 자리들이 생긴다”며 “산업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230600071
https://www.khan.co.kr/article/202504230600091
임아영 기자 layknt@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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