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담배 한 갑 살 돈으로 마약산다"…'이것' 때문?

한정수 기자 2025. 4. 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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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가격이 체감상 10년 전 10분의 1 수준입니다. 담배 한 갑 살 돈이면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까요."

일을 하다 보면 평범한 학생이나 가정주부가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텔레그램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유행하면서 마약 수요가 폭증했다.

경찰이 열심히 대응하고, 검찰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굵직한 성과들을 내고 있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마약 범죄를 오롯이 막아내긴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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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가격이 체감상 10년 전 10분의 1 수준입니다. 담배 한 갑 살 돈이면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세상이라니까요."

얼마 전 만난 한 검사의 말이다. 일을 하다 보면 평범한 학생이나 가정주부가 마약을 투약하다 적발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고,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도 했다.

텔레그램 등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유행하면서 마약 수요가 폭증했다. 구하긴 쉽고 걸릴 위험은 적어서다. 돈이 되니 공급이 더 늘 수밖에 없다. 공급 과잉은 가격 경쟁과 하락을 불러온다. 마약이 더 싸지면 수요가 또 늘 것이다. 악순환이다.

법조계에서는 2021년 이뤄진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 같은 악순환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말이 나온다. 마약 범죄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음지로 숨어드는데 수사를 하려 해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1월부터 검찰은 500만원 이상의 마약 수출입 등의 범죄만 직접수사할 수 있게 됐다. 이듬해 9월 법령 개정으로 직접수사할 수 있는 마약 범죄 범위가 확대됐지만 수사권 조정 전에 비하면 제약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전에 없던 수사 공백이 생겼고 마약 공급과 수요는 동반 급증했다. 경찰이 열심히 대응하고, 검찰도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굵직한 성과들을 내고 있지만 들불처럼 번지는 마약 범죄를 오롯이 막아내긴 힘들 수밖에 없다.

수사권 조정 당시 많은 법조인들이 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했다. 검찰의 권한을 덜어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 일부도 급격한 제도 변화가 장기간의 혼란과 다양한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가 실현된 사례가 마약 범죄 급증 아닐까.

얼마 후면 대선이다. 정치권에서 수사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말이 종종 들린다. 문제가 있다면 고치는 것이 맞지만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검찰 고위 간부 출신 한 변호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충분한 준비없이 확 바꾸면 자리를 잡는 데 수십 년은 걸릴 겁니다. 그 사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죠. 개발도상국만 못한 형사사법시스템을 경험하게 될지도 몰라요.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더 치열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한정수 기자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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