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시대, 일상의 루틴이 된 건강기능식품

김유경 푸드디렉터 2025. 4. 23.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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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NOW]
건강 수명을 늘리려는 소비자 증가… 6조 원대로 성장한 건기식 시장
매출의 70%가 온라인에서 발생
제약사 외 식음료-유통업계도 관심

최근 생일을 맞이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꽤 많은 선물을 받았다. 재미있는 사실은 2년 전 받은 선물과 작년에 받은 선물, 올해 받은 선물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2년 전에는 망고나 샤인머스캣, 한우 같은 고급 과일이나 육류가 많았다면 작년에는 유산균, 멀티 비타민, 이뮨 등 면역력 강화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이 주류였다. 올해는 저분자 콜라겐, 글루타치온 같은 이너뷰티 아이템들이 많았다. 받은 선물함을 살펴봐도 요즘 소비자들은 어떤 상품에 지갑을 여는지, 인기 있는 아이템은 무엇인지 트렌드를 알 수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수혜를 입은 카테고리 중 하나이다. 건강과 웰니스에 관심을 가지며 ‘건강 수명(Healthspan)’을 늘리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는 식품군이다.

건강기능식품을 살펴보기 전에 건강에 대한 의미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2025 푸드트렌드에 따르면, 과거에는 단순히 신체적으로 질병이 없는 상태를 건강하다고 표현했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질병이나 허약함이 없는 상태를 넘어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한 웰빙 상태를 건강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변화는 웰니스(Wellness)의 개념을 확립하는 기반이 되었다. 1977년 미국 국립 웰니스 연구소(NWI·National Wellness Institute)는 웰니스를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사는 과정으로서 사람들이 더 성공적인 존재를 인식하고 선택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신체적, 지적, 직업적, 영적, 사회적, 정서적’ 차원을 포함하는 다차원적인 개념으로 발전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유연하고 주도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건강한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 상태를 개선시켜 주고 도움을 주는 기능을 가진 식품의 일부를 건강기능식품이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사실 우리는 전쟁을 겪은 나라이기에 1950년대에는 먹을 것이 귀해서 웰니스를 말하기에는 너무 배가 고팠다. 우리나라 최초의 건강기능식품은 1956년 서울약품공업에서 출시한 ‘원기소’로 영양 결핍이 심했던 상황에서 어린이 영양제로 큰 인기를 끌었다. 발효한 보릿가루에 소화 효소, 영양 효모, 식이섬유를 혼합해 만든 어린이용 영양제로, 부족한 비타민과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나름의 영양보조식품이었다.

1960년부터 경제가 부쩍 성장하기 시작하며 다양한 식습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1980년엔 건강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늘면서 효소, 알로에, 맥주 효모, 스콸렌 등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것만 먹으면 치매 예방’, ‘먹기만 하면 살 빠지는 약’ 등의 허위, 과장 광고나 폭리 같은 부정적 이슈가 나오면서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잠시 침체기를 맞았다. 그러다 2004년 건강기능식품법이 제정되면서 과학적인 근거로 평가받은 원료로 만들고, 인체 기능을 유지 및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신뢰를 얻기 시작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2004년 8878억 원에서 2024년 6조440억 원으로 6배 이상으로 성장하며 순항 중이다.
건강과 웰니스에 관심을 갖고 ‘건강 수명’을 늘리려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면서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는 맛과 건강을 함께 즐기는 ‘헬스 앤드 웰니스’ 소비 시장을 공략하고자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종근당건강과 손잡고 멀티비타민, 유산균 등을 활용한 신메뉴 5종을 최근 선보였다. 롯데GRS 제공
미용, 다이어트, 면역력 강화, 혈당 관리, 수면 보조 등 다양한 기능을 개선하고자 하는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 아직 절대 우위를 차지한 사업자는 없다. 그래서 제약회사가 아닌 빙그레, 농심, 롯데칠성음료, 아모레퍼시픽, 이마트, CU 같은 식음료, 화장품 업계는 물론이고 유통업계도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 건강기능식품의 매출 70%는 온라인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시각으로 판매 방식을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온라인 홍보를 기반으로 매출이 크게 발생하는 시장이기에 허위나 과장 광고로 소비자를 기만해서는 안 된다.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나 약사가 아니어도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신고증만 있으면 누구나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웰니스 시대 속에서 일상 루틴이 된 건강기능식품의 본질인 기능과 신뢰를 잃지 않아야 할 것이다.

김유경 푸드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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